[사설] 생포로 막을 내린 탈영병과의 대치사태

  • 등록 2014-06-24 오전 6:00:00

    수정 2014-06-24 오전 6:00:00

강원도 동부전선에서 벌어진 탈영병 임모 병장의 군병력과의 대치사건은 우리 군대가 처한 여러 문제점을 그대로 보여준다. 북한군과 대치중인 최전방에서 이런 일이 일어났다는 자체부터가 그렇다. 대치하던 임 병장이 결국 자살을 시도한 끝에 생포됨으로써 사태가 마무리됐으나 군에 대한 신뢰는 여지없지 무너져 버렸다.

무엇보다 안타까운 것은 임 병장의 수류탄 투척과 소총 난사로 5명의 동료 병사가 목숨을 잃었고, 7명이 크게 다쳤다는 사실이다. 며칠 전까지 GOP 내무반에서 함께 지내던 전우의 돌발 행위로 아까운 인명이 희생된 것이다. 도대체 어떻게 국가를 믿고 자식들을 군대에 보내겠느냐는 불신의 소리가 다시 제기되는 이유다.

임 병장이 범행을 저지르고 18시간 만에 부대에서 10㎞ 정도 떨어진 곳까지 도주하도록 군 당국이 초동단계에서 적절히 대처하지 못한 것도 우려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사건이 발생하고 즉각 사단 차원의 위기조치반이 소집됐으나 탈영병의 신병을 확보하지는 못했다. 더욱이 그 과정에서 체포조끼리의 오인 사격으로 한 명의 병사가 부상을 당해 병원으로 긴급 후송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위기대응 능력이 갖춰지지 못했다는 얘기다.

문제는 임 병장이 왜 이처럼 엄청난 사태를 야기하게 됐을까 하는 이유다. 더구나 전역 3개월을 앞둔 상태에서 굳이 이런 일을 저질러야 했던 동기가 무엇일까 하는 점에 눈길이 쏠린다. 부대 내부에서는 그가 실탄을 난사한 것이 아니라 사실상 조준사격을 한 것으로 보인다는 점에서 특정인을 겨냥해 총을 쐈을 것이라는 추측마저 제기된다. 임 병장이 이른바 ‘관심병사’로 분류돼 특별관리 대상에 포함됐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그것도 당초 A급으로 판정받을 만큼 정도가 심각했다. 지난해 11월의 인성검사에서 B급으로 바뀌었다고 하지만 사병관리의 허점을 드러낸 것은 아닌지 점검이 필요하다.

비슷한 사고가 일어날 때마다 재발을 방지하겠다며 병영문화개선을 위한 특단의 대책을 발표하지만 잊혀질 만하면 다시 사고가 반복되곤 한다. 이래서는 군대의 국방력도 저하될 수밖에 없다. 국민이 안심할 수 있는 근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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