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니지먼트]⑪'행복나무'로 지구를 덮어버리겠다는 청년사업가

게임에서 나무가꾸면 실제로 나무를 심는 회사
트리플래닛 김형수 대표
  • 등록 2014-03-28 오전 5:00:00

    수정 2014-03-28 오전 5:00:00

[이데일리 류성 산업선임기자] “지구를 나무로 가득한 초록별로 만들 때까지 우리의 사업은 계속됩니다.”

서울 논현동에 있는 소셜 벤처기업인 트리플래닛의 김형수(28) 대표. 세상 어느 기업인보다 행복하다고 당당하게 외치는 청년 실업가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업가가 갖춰야 할 조건은 무엇일까. 혹자는 무엇보다 일이 보람돼야 한다고 하고, 어떤 이는 비즈니스가 재미있고 즐거워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요컨대 일 자체가 ‘보람과 재미’라는 요건을 두루 갖추고 있으면 행복한 기업인이 될 수 있는 최적 조건이 된다는 얘기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김 대표의 주장은 상당한 설득력을 갖고 있다. 트리플래닛은 고객들이 온라인 게임상에서 나무를 키우면 실제로 땅에 나무를 심어 숲을 만드는 사업을 하고 있다. 사업에 게임이라는 재미와 식목으로 환경을 보호한다는 자부심이 녹아있는 것이다.

“재미있게 나무 심는 게임을 즐기세요. 저희는 열심히 나무를 심겠습니다.”

트리플래닛의 ‘펀 경영’은 고객과 회사가 ‘윈윈(Win-Win)’하는 비즈니스 모델에서 비롯된다. 게임 이용자들은 비록 온라인상에서 가상으로 나무를 가꾸지만 실제로 나무가 땅에 심어진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갖게 된다는 김 대표의 설명이다. 회사는 실제 나무를 심어 지구환경보호에 앞장서면서도 수익은 수익대로 거두니 그야말로 금상첨화다.

김 대표는 트리플래닛의 이런 사업을 “세상의 어떤 비즈니스보다도 재미있고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최상의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고경영자(CEO)에서부터 말단 직원까지 모두가 하는 일을 즐거워하고 자부심을 갖게 되면 ‘펀 경영’은 저절로 기업에 정착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세상에서 가장 많이 나무를 심는 회사’라는 행복한 경영 목표를 내걸고 있는 트리플래닛의 김형수 대표. 방인권 기자
김 대표는서 일 자체가 재미가 없고 보람도 없는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 펀 경영을 억지춘향 격으로 시도하는 기업들은 효과를 거둘 수 없다고 나름대로 분석했다. 본질이 ‘펀’하지 않으면 아무리 치장해도 변할 수가 없다는 얘기다.

트리플래닛은 온라인 게임에서 나무를 키우면 실제로 나무를 심고 키우는 것으로 연결하는 트리플래닛 온라인 게임과 스타의 이름으로 숲을 만드는 스타숲 프로젝트를 통해 지금까지 모두 47만 그루의 나무를 심었다.

한국에서는 서울, 부산 등에 2만 그루, 해외에서는 중국, 몽골, 인도네시아, 태국, 남수단, 부룬디, 인도 등 모두 7개국에 45만 그루를 심었다. 축구장 230여개에 달하는 면적의 숲이 새로 생겨난 것이다.

사업의 핵심은 온라인 게임을 재미있게 만드는 것과 나무를 심을 땅을 확보하는 것이다. 땅은 각국 정부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해 점용허가를 받아 확보한다.

지난 2010년 회사 설립 후 트리플래닛 게임 서비스를 시작한 이래 지금까지 모두 73만명이 다운로드를 받았다. 월 평균 5만여명이 게임을 통해 나무를 가꾸고 있다. 게임에서 나무 1개를 가꾸면 실제에서도 똑같이 나무 1개가 심어지는 비즈니스 구조다.

회사 직원은 11명에 불과한 작은 규모지만 사업은 이미 글로벌하게 전개하고 있다. 게임 서비스도 한국어 뿐 아니라 영어, 중국어, 태국어 등으로 나간다. 게임 이용자는 외국인들이 10% 가까이에 이른다. 이 회사의 주요 수익원이자 나무 심는 비용을 충당하는 게임상의 광고에 참여하는 기업들도 한화, 신한은행 등 국내업체 뿐 아니라 도요타, 더블에이사 등 해외 업체들이 상당수를 차지한다.

스타들의 팬들이 자발적으로 모은 돈으로 숲을 일궈내는 스타숲 가꾸기 사업도 활발하게 전개하고 있다. 지금까지 소녀시대, 동방신기, 로이킴, 샤이니, 티파니, 슈퍼주니어 등이 만든 숲이 생겨났다.

김 대표는 고등학교 재학 시절에 ‘선택’이라는 다큐멘터리 단편영화를 직접 제작한 게 오늘의 사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됐다. 선택은 인간의 죽음 이후 모두가 선택해야만 하는 장례문화를 다룬 10분짜리 영화다. 이 영화를 제작하면서 우리의 묘지 문화가 나무를 사라지게 하는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고 한다.

이후 김 대표는 나무를 가장 효과적으로 심는 방법이 뭘까를 고민하다 이를 게임을 통해 구체화하는 사업을 벌이는 단계에까지 이르렀다. “환경문제를 모두가 심각하게 생각하면서도 실제로 현실 속에서 환경보호를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분리수거 등 몇 가지가 되지 않는다.” 트리플래닛은 게임을 즐기면서 누구나 손쉽게 환경보호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해법을 제시한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해외나 국내나 나무를 실제 심을 때는 직원들이 반드시 현장에 간다. 실제로 나무가 심어지는 모습을 보고 현지에서 아이들이 고사리 손을 흔들며 고맙다는 인사말을 하는 것을 듣게 된다. 그 순간 누구라도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 된다.” 김 대표는 트리플래닛의 비즈니스 모델이 재미와 혁신을 추구하고 있기 때문에 일하는 것 자체가 즐거움이라고 강조했다.

비즈니스 모델이 독특한 만큼 김 대표의 직원채용 기준도 남다르다. “인간이 착하지 않으면 절대 함께 가지 않는다. 트리플래닛에서 일하는 사람은 모두 예외 없이 누구보다 착한 사람들이라고 보면 된다.” 보통 4시간 가량 진행되는 면접에서 살아온 과정과 얘기하는 태도 등을 보면 착한 사람인지 아닌지를 가려낼 수 있다고 김 대표는 귀띔했다. 다행스럽게 아직까지 면접에서 내린 판단이 틀린 적은 없다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김형수 대표는 주 사업이 게임을 통한 실제 나무심기이다보니 ‘보람과 재미’라는 요건을 두루 갖추고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업가라고 자신있게 강조했다. 방인권 기자
착한 사람을 유달리 중시하는 이유는 뭘까. “착한 사람들과 일하다 보면 직장생활이 즐거워지고 행복해질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착하지 않은 사람들과 일하면 다른 모든 행복 조건이 갖춰져도 불행한 직장이 된다.”

‘펀 경영’을 더욱 체계적으로 확산시키기 위해 이 회사에는 ‘문화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위원장은 김 대표가 맡고 각 사업부별로 1명씩 위원으로 참여한다. 이 위원회는 한 달에 한번 전사 파티를 주관하는 업무, 2주에 한번 전 직원이 맛집을 순방하는 문제를 포함해 직원들의 문화생활 전체를 지원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앞으로 10년안에 전세계 1억 명을 트리플래닛 게임을 애용하는 고객으로 만들어 지구촌에 1억 그루의 나무를 심겠다.” 김 대표의 꿈은 세상에서 가장 많은 나무를 심는 행복한 기업인이 되는 것이다. 특히 김 대표는“세상에 나무를 베는 기업은 많지만 심기만 하는 일을 주력사업으로 하는 업체는 거의 없다”며 강한 자부심을 나타났다. 최근엔 산림 황폐화가 문제가 되고 있는 북한에 나무를 심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앞으로 유골을 나무 밑에 묻어 자연에 회귀하게 하는 장묘 방법인 수목장(樹木葬) 사업에도 본격적으로 뛰어든다는 계획이다. 수목장은 나무를 심는다는 관점에서 지금의 사업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김 대표는 “젊은 층을 중심으로 일의 가치와 재미를 추구하는 추세가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며 “펀 경영을 정착시키기 위한 기업들의 고민도 더욱 커져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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