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군수·구청장 등을 일컫는 기초단체장은 지역의 ‘소통령’으로 불리기도 한다. 공무원 인사권부터 예산편성권 등 권한 자체가 막강하기 때문이다. 생활과 밀접한 각종 인·허가권도 대다수 기초단체장 손에 있다고 보면 된다. 또한 시·군·구 기초의회 의원은 밑바닥 민심의 ‘바로미터’라고 할 수 있다. 총선·대선 등 매번 굵직한 선거를 치러야 하는 정당입장에서는 조직관리의 최전선에 있는 기초의회 의원이 아쉬울 수밖에 없다. 여야가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기초공천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이러한 기초단체장과 기초의회 의원을 공천권을 통해 ‘통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야는 현재 기초지방선거 공천폐지를 두고 위헌가능성(새누리당)과 대선공약이행(민주당·안철수)으로 맞붙고 있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이해관계가 얽히고설켜 있다는 것이 정치권의 시각이다.
여야가 기초공천 이슈를 두고 당장 판단의 기준으로 삼는 지점은 6·4 지방선거, 특히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이다. 수도권 승부가 결국 지방선거 전체 승패를 좌우하기 때문이다. 정당공천을 폐지하면 통상 현역 프리미엄을 가지고 있는 현직 단체장이 선거에서 유리하다는 분석이 많다. 정치권에서는 새누리당이 대선공약 파기 비판을 무릅쓰고 기초공천 유지를 밀어붙이는 배경 중 하나가 수도권 판세를 유리하게 가져가기 위한 것이라고 본다.
지지율 앞서는 새누리, 이번이 전세역전 기회
특히 기초단체장은 물론 밑바닥 민심의 바로미터인 기초의회 의원은 2년 후 열리는 국회의원 선거는 물론 차기 대선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할 수 밖에 없다. 정치권 관계자는 “새누리당이 지난 대선에서 승리하고도 서울지역 득표율은 민주당에 뒤졌던 것도 민주당이 우세인 기초의회 의원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다”고 설명했다.
당론 정해놓은 민주, 어느 쪽이든 ‘꽃놀이패’
반면 민주당 입장에서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는 어느 쪽도 나쁠 것이 없는 ‘꽃놀이패’다. 우선 당론으로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를 확정해놓았기 때문에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을 향해 대선공약 포기를 매개로 지방선거까지 끌고 갈 수 있는 효과적인 압박카드가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여야 모두 대선에서 공약했던 정당공천 폐지는 국회 정치개혁특위에서도 논의했다는 점에서, 새누리당의 공약파기는 명분이 더 약하다는 식으로 압박할 수 있는 여지도 있다.
安, 기초공천 매개로 기성 정치권 비판
첫 선거를 맞는 안철수 의원 측은 판단의 근거가 기존 양당과 다르다. 버려야 할 기득권 자체가 없어 기초공천 폐지 카드를 보다 공세적으로 꺼낼 수 있다. 또한 안철수 의원 측은 6·4 지방선거전에 신당을 창당하더라도 현실적으로 기초단체장·기초의회 후보까지 공천할 수 있는 인재풀이 충분하지 않다는 점도 기존 정당과 차이점이다.
결국 안 의원 측에서는 기초선거 공천제도를 기성 정치권의 ‘기득권 유지’라고 비판하면서, 차별화를 시도할 수 있는 효과적인 쟁점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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