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익은 가을...오매, 억새도 단풍 들었네…경기도 양평 여행

노을과 억새의 황혼 로맨스 '대부산'
천년의 세월 견딘 '용문사 은행나무'
  • 등록 2013-11-12 오전 6:00:00

    수정 2013-11-12 오전 6:00:00

용문사 오르는 길. 고엽이 된 나뭇잎이 계곡사이에 쌓여 있다. 영롱했던 빛을 잃었지만 나름의 늦가을의 정취를 만끽하기에는 충분하다.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겨울로 접어드는 길목, 늦가을이다. 늦가을에는 화려함과 쓸쓸함이 공존한다. 연탄이 한 줌의 재로 화할 때까지 열기를 쏟아내듯 늦가을은 그렇게 마지막 정열을 담아 가장 깊은 색을 담아낸다. 마지막 생을 불태운 나뭇잎은 길 위에 비단을 깔아 겨울을 반긴다. 나뭇잎이 떨어져 나간 앙상한 나뭇가지는 결코 추하지 않다. 자연에 순응하며 그들만의 법칙에 단지 엄격할 뿐이다. 겨울이 들이닥치기 전 자연 속을 거닐며 늦가을의 정취를 느껴보는 건 어떨까. 서산 위에 붉은 태양이 걸릴 때쯤 황금빛 억새 물결이 바람에 일렁거리는, 길옆의 작은 풀 한 포기조차 녹음을 벗고 누렇게 물들어 있는 곳으로 말이다. 이번에 소개할 곳이 그런 곳이다. 경기도 양평이다.

해질 무렵 대부산 정상 부근의 억새는 석양을 받아 금빛으로 반짝인다. 이름난 억새 명산에 비해 광활하진 않지만 호젓한 분위기는 가을 만끽하기에 손색이 없다.
◇노을과 억새의 황혼 로맨스 ‘대부산’

유명산의 산줄기 중 하나인 대부산(743m)은 패러글라이딩을 하는 사람들에게 더 잘 알려진 산이다. 정상으로 가기 위해서는 옥천면 설매재자연휴양림을 지나 용문산과 유명산 사이에 위치한 배너니 고개에서 차량차단기가 설치된 비포장 임도를 따라 걸어야 한다. 임도를 비롯한 주변 땅이 사유지라 산행은 가능하지만 패러글라이딩 차량을 제외하고는 자동차의 통행을 막고 있다.

대부산 패러글라이딩 활공장까지는 약 3㎞. 서둘러 길을 나섰다. 한화리조트 양평에서 출발해 대부산 정상에 도착한 시간은 서산에 해가 걸리기 시작한 오후 5시 30분. 저녁노을이 붉게 하늘을 물들일 때다. 바람에 일렁이던 억새 또한 황금빛으로 물들기 시작한다. 늦가을에만 볼 수 있는 풍경이다. 활공장 정상에 서면 억새는 마치 바닷물결처럼 오고감을 반복한다. 특히 대부산 활공장 주변 소나무들이 모여선 지점의 풍경이 볼 만하다. 원래 소나무 아홉 그루가 우거져 멋진 경치를 이뤘지만 태풍으로 쓰러져 다섯 그루만 살아남았다고 한다. 코 앞에선 황금빛 억새들이 멀리에선 산줄기·강줄기들이 어우러져 가을의 마지막 색을 내뿜는다. 황금빛 억새가 일렁이는 풍경 아래 연무에 휩싸인 준봉들 사이로 유유히 흐르는 남한강의 풍경 또한 압도적이다.

대부산 활공장에서 비포장길을 한참 내려가다 삼거리에서 왼쪽으로 오르면, 또 다른 억새밭 경치가 열린다. 영화 ‘관상’ 촬영 세트장이 남아 있는 곳이다. 기생 연홍(김혜수 분)이 천재 관상가 내경(송강호 분)을 찾아오는 영화의 첫 장면이 이곳에서 촬영됐다. 내경이 머물던 산속 오두막집, 그 주위로 흐드러진 억새밭이 바로 여기다. 이곳에서도 역시 용문산의 웅장한 산줄기와 남한강의 물줄기가 한눈에 잡힌다. 세트장 못 미처 도로변에서 내려다보이는, 잔잔히 물결치며 반짝이는 비탈진 억새밭과 떡갈나무 한 그루가 도드라지게 서 있는 언덕 풍경이 아름답게 다가온다. 농다리 쪽이나 휴양림 쪽에서 오를 경우 모두 산 정상까지 1시간 30분 이상을 잡아야 한다. 농다리~소구니 산~정상 코스는 급경사와 오르내림이 반복되는 코스. 휴양림 쪽에서 오르는 길은 가파른 산길의 연속이다. 어느 쪽이든 여유 있게 시간을 잡는 게 좋다.

수령 1100~1500년인 용문사 은행나무(천연기념물 제30호). 웅장하고 장대한 기상에 신령함까지 깃들어 있어 보는 이로 하여금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이번주 용문사를 방문한다면 천년 은행나무의 단풍이 절정에 달한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천년의 세월 견딘 ‘용문사 은행나무’

양평의 주산인 용문산(1157m)은 수도권 단풍 명소 중 하나. 산 정상에서 뻗어내린 암릉과 암릉 사이에 자리 잡은 아름다운 계곡들과 단풍 숲이 절경을 이룬다. 용문산을 즐기는 방법은 다양하나 그중 가장 많이 알려진 곳은 용문사로 오르는 숲길이다. 용문사는 신라 신덕왕 2년(913년)에 창건된 고찰로 수령이 1000년을 훌쩍 넘긴 거대한 은행나무로 더 유명하다. 권근이 지은 정지국사부도와 비(보물 제531호), 금동 관음보살 좌상 등이 볼거리다.

주차장에서 경내로 이어진 진입로에는 힘을 다한 단풍들이 하나둘 떨어지고 있었다. 봄에 지는 벚꽃과는 사뭇 다른 느낌은 을씨년스럽기까지 하다. 용문사까지 가는 길은 길지 않은 편. 길옆 계곡 사이로 형형색색으로 물든 단풍이 아직 남아 있어 늦가을 풍경을 즐기기엔 더없이 좋다. 숲길이 끝날 무렵 용문사 입구 앞에 서면 누구나 발걸음을 멈추는 곳이 있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거대한 은행나무가 주인공. 정확한 나이는 모르나 안내판에는 수령이 1100년에서 1500년 정도라고 한다. 높이 42m, 몸통 또한 14m에 달하는 어머어마한 체구다. 나뭇가지도 동서 28.1m, 남북 28.4m. 장엄하고 웅장하다는 말 외엔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다. 가만히 은행나무를 보고 있노라면 나무에서 뿜어져 나오는 엄청난 기운에 압도되는 듯하다.

이미 고엽이 되기 시작한 용문산의 단풍과는 달리 ‘천년 은행나무’의 단풍은 이제 시작이다. 용문사를 5년 만에 찾았다는 한 노부부는 “5년 전 처음 봤을 때보다 더 웅장하고 생기 있어 보인다”며 그 신령스러움에 감탄했다. 그 때문이었을까. 조선 세종은 영묘하게 생긴 이 나무에 정3품 이상에 해당하는 당상 직첩의 벼슬을 하사했다고 한다. 그렇게 본다면 500년 전에도 지금 모습 그대로였나 보다.

이 오래된 나무에도 여러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신라 고승인 의상대사가 짚고 다니던 지팡이가 뿌리내린 것이라고도 하고, 신라 마지막 왕인 경순왕의 아들 마의태자가 망국의 한을 품고 금강산으로 향하다 심은 것이 자랐다고도 한다. 나라에 변고가 있으면 큰 소리를 내어 이를 알리고, 조선 고종이 승하했을 때 큰 가지 하나가 부러졌다고도 전해진다. 아마도 1000년의 세월을 넘는 동안 모진 바람과 눈보라를 다 이겨내며 지금의 자리에 버티고 서 있기에 자연스레 얻어진 이야깃거리일 것이다. 더 믿기지 않는 건 왕성한 생식력이다. 암나무인 용문사 은행나무는 여전히 엄청난 양의 열매를 맺는다. 1000년에 걸쳐 그는 이 세상에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생명의 씨앗을 남겼고, 지금도 여전히 엄청난 씨앗을 맺으며 생명체로서의 본분을 잊지 않았다.

한화리조트 양평은 이달말까지 ‘무비 글램핑 빌리지’를 운영한다. 야외에서 캠핑과 바비류를 즐기면서 최신 영화까지 감상할 수 있다.
◇캠핑과 영화가 만났을 때...한화리조트 양평 ‘무비 글램핑 빌리지’

한화리조트 양평은 메가박스·빈폴아웃도어와 함께 투숙객을 대상으로 30일까지 ‘무비 글램핑 빌리지’를 운영한다. 야외에서 즐거운 캠핑과 바비큐를 즐기면서 최신 영화를 감상할 수 있는 낭만적인 공간이다.

4~5인용 텐트와 대형 캐노피, 램프와 테이블, 화로 등의 장비를 비롯해 삼겹살, 오리고기, 수제 소시지, 각종 쌈 채소 등 바비큐 재료가 제공된다. 물론 영화는 최신이다. 이용시간은 오후 4시부터 밤 8시까지. 구성에 따라 두 종류의 패키지가 준비돼 있다. 심플패키지는 일요일부터 목요일까지 글램핑장만 이용할 수 있으며, 4인 기준 3만원. 주말(금·토요일)엔 글램핑에 영화가 추가되며 4인 기준 5만원이다. 바비큐패키지는 일요일부터 목요일까지 글램핑과 바비큐를 함께 즐길 수 있으며 2인 6만원, 4인 10만원, 6인 16만 5000원이다. 주말(금·토요일)엔 글램핑과 바비큐, 영화를 즐길 수 있으며 이용요금은 2인 9만원, 4인 13만원, 6인 19만 5000원이다. 객실은 별도로 예약해야 한다.

늦가을의 정취를 즐길 수 있는 등산코스도 있다. 리조트에서 말머리봉(500m)까지 이어지는 트레킹 코스다. 유명산까지 이어지는 코스로 주로 등산객들이 이용하는 코스. 리조트 이용객들은 선녀골 쉼터와 토끼봉까지 이어지는 1시간 왕복 코스를 이용해 늦가을을 만날 수 있다. 한화리조트 양평 안에 있는 한정식당 ‘뜨락’은 곤드레나물밥이 포함된 정식이 맛있다. 2인 이상 주문 가능하며 1인 기준 1만 5000원이다. 031-772-3811.

◇여행메모

△가는 길

-대부산= 서울 강변북로∼팔당댐∼6번국도∼양수리∼양평읍∼옥천 고읍교차로∼옥천냉면마을∼설매재자연휴양림∼배너미재∼대부산

-용문사= 서울 강변북로∼팔당댐∼6번국도∼양수리∼국수리∼홍천행 고속국도∼용문터널∼용문사 나들목∼331번 지방도∼덕촌∼신점∼용문사

△여행팁= 대부산 활공장까지는 차량으로 이동이 거의 불가능하다. 배너미재 주변에 차를 대고 차량차단기가 설치된 비포장길로 걸어 오르거나, 양평에 있는 패러글라이딩 체험비행 업체에 연락하면 차량으로 활공장까지 갈 수 있다. 031-775-2681.

단풍으로 물든 용문사 입구. 빨갛게 물이 오른 단풍에 나들이 온 여행객들이 사진찍기에 한창이다.
용문사 오르는 길. 고엽이 된 나뭇잎이 계곡사이에 쌓여 있다.
해질 무렵 대부산 정상 부근의 억새가 볕 받아 금빛으로 반짝인다. 이름난 억새 명산에 비해 광활하진 않지만, 호젓한 분위기는 가을 만끽하기에 손색이 없다.
해질 무렵 대부산 정상 부근의 억새가 석양을 받아 금빛으로 반짝인다. 이름난 억새 명산에 비해 광활하진 않지만, 호젓한 분위기는 가을 만끽하기에 손색이 없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이즈나, 혼신의 무대
  • 만화 찢고 나온 미모
  • MAMA 여신
  • 지드래곤 스카프 ‘파워’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I 청소년보호책임자 고규대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