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집인 사이트만 믿었다간 낭패..신종 금융사기 주의보

은행 ‘텔레뱅킹 이용전화 지정번호 서비스’도 못 믿어
금융당국 “대책 만들기 쉽지 않아..철저한 확인 필요”
  • 등록 2013-02-18 오전 6:30:00

    수정 2013-02-18 오전 6:30:00

[이데일리 이준기 기자] 자영업자 김경준(39·가명) 씨는 수수료 99만 원을 먼저 보내면 1000만원의 대출을 해준다는 현대캐피탈 직원 A씨의 말에 귀가 솔깃했다. 하지만, 대출 사기를 직감한 김 씨는 A씨에게 정확한 신분을 요구했고, A씨는 “대출모집인 조회사이트에서 자신의 이름을 검색해보라”고 했다. 실제로 김 씨는 사이트를 찾아 확인해보니 A씨의 이름과 전화번호, 사진 등이 나와 괜한 의심을 했다며 미안해했다. 김 씨는 곧바로 관련 서류와 함께 99만 원을 송금했지만, 더 이상 A씨와 연락이 닿지 않았다.

주부 박강자(51·가명) 씨는 자신을 우리은행 직원이라고 소개한 사기범의 권유로 우리은행의 ‘텔레뱅킹 이용전화 지정번호 서비스’를 신청했다. 이 서비스는 금융사기 예방을 위해 고객이 은행에 지정한 전화번호를 통해서만 타행으로 이체할 수 있게 설계됐다. 하지만, 지난 1월 3차례에 걸쳐 수백만 원이 이체되면서 박 씨는 거액을 허공에 날렸다. 금융당국은 중간에 서류를 가로챈 사기범이 박 씨 본인 행세를 하며 정보를 변경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김 씨나 박 씨처럼 대출모집인으로 속이거나 텔레뱅킹 서비스를 이용한 신종 금융사기로 피해를 보는 서민들이 잇따라 나타나 금융감독당국이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여신금융협회 대출모집인 조회사이트에 등록된 모집인의 정보를 빼낸 뒤, 버젓이 모집인 행세를 하며 서민의 돈을 가로채는 신종 금융사기 사건이 발생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서민들이 금융사기를 의심하더라도 조회사이트에 이름과 전화번호는 물론, 등록번호, 사진까지 나오니 쉽게 속아 넘어가는 것을 활용한 신종 범죄”라며 “안심하고 돈을 보내도록 한 뒤 뒤통수를 치는 수법”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대출모집인 사이트에서 등록번호와 이름, 휴대번호 가운데 1개의 정보만 알면 누구든지 조회할 수 있다. 금융당국은 사기범이 여기서 얻는 대출모집인 정보를 활용해 금융사기를 친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은행의 ‘텔레뱅킹 이용전화 지정번호 서비스’를 이용한 금융사기도 비슷한 수법이다.

금융당국은 신종 금융사기를 막기 위해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뾰족한 수가 없다는 점에서 소비자들에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대출모집인 사이트에서 정보를 확인하더라도 실제 얼굴까지 확인하는 게 가장 안전하다”며 “누구에게도 절대 개인정보가 담긴 서류를 건네선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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