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신문 | 이 기사는 이데일리신문 2012년 06월 21일자 6면에 게재됐습니다. |
[이데일리 이민정 기자] 정부가 대북 식량 지원을 놓고 고민에 빠졌다. 만성 식량난에 가뭄까지 겹치면서 식량 사정이 극도로 나빠진 상황은 인지하고 있지만 쉽사리 지원 카드를 꺼내지 못하고 있다.
최악의 경우 인도적 차원의 지원은 검토한다는 것이 정부의 기본 입장이다. 그러나 북한이 국제 사회 제재 조치를 이행하지 않고 정부와 대화할 의사가 없는 상황에서 대규모 식량 지원은 명분이 약하다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북한은 최근 가뭄으로 옥수수 등의 수확량이 현저히 감소하면서 극심한 식량난을 겪고 있다. 북한이 올해 첫 동남아 순회 외교전에서 식량 지원 확보를 최우선 목표로 잡은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일부 소규모 지원 약속을 받아낸 곳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일 통일부에 따르면 이명박 정부 들어 대규모 식량 지원은 완전히 중단됐다. 통일부 관계자는 “현 정부 들어 대북 식량 지원을 검토하기는 했지만 핵실험, 천안함·연평도 사태 등이 터지면서 무산됐다”고 설명했다. 대북 식량 지원은 지난 2007년 노무현 정부 시절 쌀 40만t을 보낸 것이 마지막이다.
천안함·연평도 사태에 대해 사과를 촉구하는 정부에 북한은 오히려 핵실험, 미사일 발사 등 도발로 맞서고 있다. 특히 4월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 이후 미국이 북한에 대한 식량 지원을 중단하는 등 국제 사회의 대북 제재가 한층 공고화 되고 있다. 정부가 식량 지원을 결정하는데 대외 여건이 우호적이지 않은 상황이다.
지금껏 빌려준 식량 차관도 떼일 판이라 국민적 여론도 좋지 않다. 남한은 7억2005만 달러의 차관 가운데 1차 상환분 583만 달러를 지난 7일까지 갚으라고 통지했지만 북한은 무시로 일관하고 있다. 결국 남북 관계에서 북한의 태도 변화가 선행되지 않는 한 대북 식량 지원은 어렵다는 결론이 나온다.
정부 당국자는 “식량난 해소를 위한 북한의 자구 노력이 있어야 하며 식량 문제 등 남북간 현안에 대해 진정성 있게 논의할 준비가 돼야 한다”며 “대북 식량 지원에는 국민적인 공감대 형성과 한반도 주변국들의 정서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