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신문 | 이 기사는 이데일리신문 2012년 03월 16일자 38면에 게재됐습니다. |
[이데일리 조용만 논설위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공식 발효된 15일을 전후해 국내 언론은 FTA 문제를 대서특필했다. 분량에서 독자의 눈을 압도했다. 헤드라인을 뽑고, 주요 지면을 할애하는 데 그치지 않고 특집면까지 만들었다. 이번 FTA가 ‘세계 최대 시장과 무역 고속도로를 뚫고, 세계 경제 60%이상을 자유무역 대상에 넣어 경제영토 확장의 발판을 마련해 대(大)개방국가, 무역국가로 거듭나게 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미래의 혜택도 구체적이다. 향후 10년간 국내 소비자들은 321억달러의 이익을 보고,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5.6% 증가하게 된다. 앞으로 15년간 수출은 31억달러, 일자리는 35만명, 외국인 투자는 최대 32억달러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정부가 추정한 수치들이다. FTA로 수출과 일자리가 늘고, 소비자 이익이 증대되는 것은 우리 경제에 긍정적이라는 데에 이견이 없다.
하지만 FTA가 발효됐다고 해서 경제상황이 썩 나아질 것 같지는 않다. 올해 경제성장률(전망)은 잘 해봐야 3.7%에 그치고, 서민들이 생계자금까지 금융권에서 빌리는 통에 가계부채는 900조원을 넘어섰다. 물가 인상과 소득 양극화로 살림살이가 팍팍해지는 가운데 청년 실업자가 쏟아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동안 재벌은 수출로 벌어들인 돈으로 문어발식 사업 확장에 나섰고, 그 중에는 2·3세에 대한 부(富)의 승계와 일감 몰아주기용 계열사, 중소기업·서민들 터전을 빼앗는 자회사들이 적지 않았다. 그래서 ‘비즈니스 프렌들리’ 하자던 정권이 상생과 공정을 외치고, 여론도 재벌의 탐욕을 꾸짖었던 것 아닌가.
FTA는 신자유주의 가치중 자유무역과 시장개방을 대표하는 장치다. FTA로 볕보는 곳이 있다면 어딘가는 그늘지는 곳도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도 언론의 대서특필속에는 볕들날에 대한 기대만 가득하다. FTA의 다른 한편에서 빚어질 피해와 부작용에는 애써 눈을 감은 듯 하다. 정치적 찬반 논란을 의식한 탓인지 나라경제와 산업에 이렇게 도움될 일을 그래도 굳이 반대하겠느냐는 느낌도 묻어난다. 신자유주의의 폐해를 반성하자던 언론이 FTA에 이르러서는 신자유주의의 과실을 다시 맛보지 않겠느냐며 팔을 걷어붙이고 있는 것이다. 이들이 반성하자던 게 진심이긴 했던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