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상현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 올 4분기 들어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한층 높아지는 모양새다. 내달 초 미국 대선의 치열한 경합 구도로 선거 이후 미국 무역·통상정책의 향방에 대한 갑론을박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중동지역의 지정학적 불안, 중국의 공급과잉을 둘러싼 미국과 유럽연합(EU)의 보복 조치와 중국의 반발, 미국의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 등 회색빛 키워드가 신문 경제면을 채우고 있다. 연말 이후 내년에 세계 경제가 힘든 국면을 맞을 것이라는 전망이 대세를 이루는 가운데 그나마 한국 경제는 수출이 버팀목 역할을 수행하며 어려운 파고를 헤쳐나가는 중이다.
| 조상현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 (사진=무역협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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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우리 수출은 9월 기준 역대 최대치인 588억달러(약 80조6000억원)로 12개월 연속 플러스 흐름을 이어갔다. 최대 수출품목인 반도체가 136억달러로 월 기준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가운데 컴퓨터, 무선통신기기 등 IT 품목이 수출 증가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 지역별로도 대(對)중국 수출이 올해 최대 월별실적인 117억달러를 기록하며 7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으며, 대미국 수출도 104억달러로 14개월 연속 증가세를 기록하는 호조세를 보였다. 또한 무역수지는 16개월 연속 흑자를 달성하면서 성장률 둔화, 내수경기 침체 등으로 거론되는 우리 경제의 불안 요인을 불식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러한 호조세는 연말까지 이어져 올해 우리 수출은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할 것이 확실시된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발표한 수출산업경기전망조사(EBSI) 지수도 4분기에 103.4로 3분기 연속 기준점인 100을 상회하면서 이러한 전망을 뒷받침하고 있다. 세계 경제의 각종 위험 요인이 지속되는 가운데도 수출이 1년 이상 증가세를 유지하고, 무역흑자 행진을 이어가는 주 원동력은 우리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이다. 경쟁국보다 한발 앞선 기술력 확보와 기업가 정신을 기반으로 한 쉬지 않는 시장개척 노력이 정부의 정책 지원과 조화를 이루면서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외롭게 우리 경제를 떠받치는 수출과 함께 올해 들어 견실한 증가세를 보이는 외국인 직접투자 유치 실적도 든든한 동반자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 3분기까지 외국인 직접투자 실적은 251억8000만달러로 역대 최대 금액을 달성했으며, 특히 제조업 분야의 투자 실적이 36.4%나 대폭 증가하면서 국내 고용 증대와 세수 확대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내는 모습이다. 글로벌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미국·EU 등 주요국의 제조업 유치전략, 자국 이기주의 등으로 글로벌 외국인 직접투자가 2년 연속 감소하는 가운데 우리가 탄탄한 투자유치 성과를 달성한 것은 한국의 기업활동 여건이 개선되고 투자처로서의 매력이 높아진 결과로 분석된다.
외국인 투자의 세부 내용도 긍정적이다. 공장 등 생산시설 신증설을 위한 그린필드 투자가 두자릿수 이상 증가하면서 고용 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 등에 기여할 것으로 분석되며, 제조업 분야의 투자도 반도체, 바이오 등 첨단산업 투자가 주류를 이루고 소재·부품·장비 분야에 대한 투자가 역대 최대치를 달성하는 등 외국인 투자유치가 향후 첨단산업 공급망 안정화 및 경제 안보 강화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는 상황이다.
이처럼 올해 우리 경제는 대내외 여건의 불확실성이 한껏 고조된 상황에서 대외경제의 분야의 성과가 다시금 경제활력을 도모하는 마중물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무역의 지속 가능한 발전기반 확보와 그 성취의 현재화를 위해서는 지금까지의 성과가 무의미해지지 않도록 민관협력의 연결고리를 더 강화해나갈 필요가 있다. 올 연말과 내년 이후 글로벌 불확실성의 파고가 더욱 높아질 것이 확실시되는 상황에서 한국 경제가 든든한 항해를 하기 위해서는 무역을 중심으로 한 대외경제 분야가 다가오는 위기를 미리 감지하고 돌파구를 마련하는 등대 역할을 제대로 수행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