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프리패스 실업급여'에 혈세 줄줄…점검강화 나섰지만 인력부족에 한계

실업급여, 허위·형식적 구직활동 적발 건수 5년 새 1만 건 줄어
“고용센터 방문하자 1분 만에 돌려보내…실업 인정받기 너무 쉬워”
수급자 4명 중 1명만 받는 도중 취업…조기 취업 유인책도 효과 ‘미미’
지난달부터 구직활동 점검 강화나섰지만…인력 부족 등 한계도
  • 등록 2022-08-02 오전 4:30:11

    수정 2022-08-02 오전 4:30:11

[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장연호(32·가명)씨는 계약만료로 다니던 직장에서 나온 이후 실업급여를 신청한 뒤 해외 여행을 다녀왔다. 장씨는 처음엔 취업 계획도 세웠지만, 고용센터를 방문한 뒤 실업급여 받기가 생각보다 수월하다는 생각에 실업급여를 전부 받기 전까지 쉬기로 결정했다. 장씨는 “처음 실업인정 받으려 긴장한 채 고용센터를 방문했더니 1분 만에 확인됐다며 돌려보냈다”며 “이후엔 이력서만 등록해 회사에 지원만 해도 인정을 받을 수 있어서 마음 편히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말했다.

5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2 중견기업 일자리 박람회에서 구직자들이 채용 및 상담예약 게시판을 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실업급여가 허술하게 지급되는 사례가 만연해지면서 실업급여 제도가 취지와는 달리 취업 의지를 꺾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부터 구직활동을 강하겠다는 대책을 마련했지만, 실효성이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실업급여 프리패스’…형식적 구직활동 적발 1만건 줄어

1일 고용노동부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실업급여를 받기 위해 실업인정을 인증을 대리로 하도록 해 적발된 건수가 1778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50건) 대비 약 36배 폭증한 수치다. 고용부는 해외 체류 중 대리 실업인정에 대한 일제조사를 벌인 결과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해외 체류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이미 실업급여를 받기 위해 형식적으로 구직을 노력하는 도덕적 해이가 만연해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이전 정부가 허위·형식적 구직활동에 대해 관대한 태도를 보인 영향이 있다. 실제로 2017년 허위·형식적 구직활동 적발 건수는 1만 300건에 달했지만, 지난해는 119건에 불과했다. 5년 새 1만 건 이상 줄어든 셈이다.

다만 고용부는 제도 개선의 효과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2019년 2월 제도 개편을 통해 사업장 명함을 증빙자료로 제출하는 경우를 인정하지 않기로 하고, 워크넷 입사 지원의 실업 인정 횟수도 제한, 어학 등 학원 수강 등을 취업 활동으로 인정하는 등 허위·형식적 구직활동 자체를 사전에 예방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코로나19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2020년에는 코로나19로 대면 활동이 어려워지면서 고용부도 실업급여를 지급하기 위한 실업 인정 기준을 완화했기 때문이다. 모든 실업인정 회차에 대해 비대면을 원칙으로 하고, 유튜브 특강 등 온라인 취업특강도 인정하는 등이다. 실업급여 수급자가 받을 수 있는 취업지원서비스 기능이 약화된 것이다.

이에 실업급여의 실적도 부진했다. 특히 실업급여를 받는 중 재취업률은 고전을 면치 못했다. 2018년 28.9% 수준이던 재취업률은 지난해 26.9%로 떨어졌다. 실업급여를 받는 동안 취업한 사람이 4명 중 1명밖에 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실업급여의 부진한 효과는 조기재취업수당 성과에서도 나타났다. 조기재취업수당은 실업급여를 받는 기간에 재취업을 독려하기 위해 만든 제도다. 실업급여 지급 기간 중 절반 이상을 남기고 취업에 성공해 1년 이상 일하면 남은 실업급여 가운데 50%를 지급한다. 지난해 실업급여 수급자는 월평균 65만명에 달하지만, 조기재취업수당을 받은 사람은 1년 전체를 통틀어 9만 2000명에 불과하다.

자료=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제공
실업급여 다시 깐깐해졌지만…인력 부족 등 한계도

이에 고용노동부는 느슨해진 실업급여 인정요건을 지난달부터 강화했다. 어학 관련 학원 수강 등은 2년 만에 다시 재취업 활동으로 인정하지 않기로 했고, 단기 취업 특강, 직업 심리 검사, 심리 안전 프로그램 참여 등도 인정하는 횟수를 제한했다. 반복·장기 수급자에 대해서는 실질적인 구직활동만 인정하는 등 실업급여 지급요건을 강화했다.

특히 고용부는 워크넷 상의 구인 기업에 대한 입사 지원 횟수 제한은 폐지하면서, 허위·형식적 구직활동에 대한 모니터링 강화에도 나섰다. 정당한 사유가 없이 면접 불참·취업거부 등을 한 경우에는 엄중 경고하고 실업급여를 지급하지 않는 등 조치하겠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인력의 한계 등으로 인한 제도 개선의 실효성 확보는 풀어야 할 숙제다.

고용부 관계자는 “대리 실업인정 등의 의심 사례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지고 있어 부정수급 적발의 실효성도 제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구직자도약패키지와 본격적 연계 등 재취업활동 지원도 더욱 강화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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