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異야기]어세룡 대표 "엑티브X 없는 인터넷 세상 열 것"

  • 등록 2015-09-02 오전 12:27:37

    수정 2015-09-02 오전 12:27:37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대부분의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그렇겠지만 어세룡 인스웨이브시스템즈 대표는 바빠도 너무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동안 자신이 주창했던 웹 표준이 최근 정보기술(IT) 시장에서 화두가 되면서 회사가 제2의 도약기를 맞고 있기 때문이다.

인스웨이브시스템즈는 국내 대표 웹 표준 기술 회사다. 이 회사는 시스템통합(SI)이 아닌 순수 소프트웨어 패키지 기반 매출로 100억원을 넘기 힘든 국내 소프트웨어 시장에서 200억원 가까운 매출을 달성했다. 100명 남짓한 현재 인력으로는 도저히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다. 잇따라 대형 프로젝트들을 수주하는 바람에 대규모 채용으로 회사 몸집을 불리고 있다. 최근에는 효율적인 회사 운영을 위해 조직개편도 단행했다.

웹 표준은 웹 사이트를 만드는 표준 기술을 의미한다. 보통 국제 웹 표준화 기구(W3C)에서 협의해 발전시켜가고 있는 ‘HTML’을 웹 표준 기술이라고 부른다. ‘액티브X’와 같이 별도의 프로그램을 설치하지 않고도 그래픽이나 비디오, 오디오 등 다양한 부가 기능을 브라우저에서 쉽게 볼 수 있도록 한다. W3C에서 작년10월28일에 HTML5를 정식 글로벌 웹 표준기술로 권고했다.

한번 개발로 다양한 기기 환경을 지원(OSMU)하기 때문에 모바일 환경에서 꼭 필요한 기술로 각광받고 있는 것. 특히 최근 액티브X가 필요없는 간편결제와 공인인증서 폐지 등이 화두가 되면서 웹 표준 기술인 HTML5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어 대표는 지난 2006년부터 HTML 기반의 웹 환경을 강조하고 기술개발에 주력해온 웹 표준 분야 선구자다. 그는 “당시 국내 IT 개발 환경은 액티브X 같이 별도의 프로그램을 설치해야 하는 플러그인 기반이었기 때문에 웹 표준 기술을 이해하지 못했다”면서 “웹 표준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고객에게 설명하고 납득시키며 시장을 만들어 온 시간이 길었다”고 말했다.

국내 최초 온라인 자동차 보험 시스템 개발

어 대표는 웹 표준 시장 개척자이면서도 국내에 처음으로 온라인 기반 자동차 보험 상품 시스템을 만든 장본인이다.

1993년 LG CNS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한 그는 회사 입사 이후 프로그래밍을 배웠다. 전산을 전공한 동료들과 달리 어 대표는 철학을 전공했다. LG CNS에서 당시 LG화재 시스템 개발 업무를 담당했던 게 그의 보험 IT 경력의 시작이었다.

어 대표는 “프로그래머로서 LG CNS에서 근무하면서 전산에 대한 다양한 경험을 하게 됐고 그 당시 IBM이나 오라클의 솔루션을 접해 다양한 아키텍처를 만드는 아키텍터로 활동했다”면서 “그 시절 전산에 깊이 빠져서 흥미를 느꼈고 다양한 솔루션으로 다양한 아키텍처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에서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후 교보자동차보험에서 개발 팀장으로 일하다가 온라인 자동차 보험 패키지에 대한 아이디어로 인스웨이브시스템즈를 설립했다. 당시 5명으로 시작한 인스웨이브시스템즈는 첫 해에 매출 10억원을 달성하는 기염을 토했다.

어 대표는 “2002년 처음 인스웨이브시스템즈를 설립했을 때는 보험사를 대상으로 한 온라인 자동차 보험 패키지인 ‘다이렉트 인슈어러’를 개발해 공급했다”면서 “그 당시부터 보험 관련 비즈니스가 발전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한국은 규제가 많아 은행이나 보험회사가 적은 편이기 때문에 대면 거래보다는 온라인 시장이 활성화 될 것이라고 예상했던 것.

그의 예상은 적중했다. 당시 더케이손해보험, 다음다이렉트 등 주요 온라인 자동차 보험 회사들이 인스웨이브시스템즈 제품을 사용하게 되면서 창업 초기 발전의 원동력이 됐다. 현재도 인스웨이브시스템즈는 보험회사 시스템 중 통합 보상 부분의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주요 보험사의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어세룡 인스웨이브시스템즈 대표(제공=인스웨이브시스템즈)
10년의 연구개발 투자, 웹 표준 기술 선도

특히 인스웨이브시스템즈는 시스템 개발 언어인 ‘자바’로는 국내 최초의 상용 프레임워크인 ‘프로웍스’를 개발해 하나은행, 신한은행, 예탁결제원 등에 공급했다. 당시 티맥스소프트와 함께 국내 프레임워크 시장에서 입지를 쌓고 고객의 신뢰를 얻어가던 중 정부가 나서서 ‘전자정부 프레임워크’를 개발하면서 이 시장이 급격히 줄어들었다.

어 대표는 “프로웍스 프레임워크를 개발하고 판매하면서 사용자 환경(UI)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면서 “웹 표준이라는 개념이 반드시 향후에 커다란 시장으로 다가올 것이라는 것을 직감하고 웹 표준 UI 플랫폼 개발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렇게 탄생한 제품이 현재 인스웨이브시스템즈의 주력 제품인 ‘웹스퀘어’다. 2008년 웹스퀘어를 정식으로 출시하게 됐고 2015년 웹스퀘어5 SP1 버전까지 내놨다.

어 대표는 “웹스퀘어 개발을 위해 연구개발(R&D)에 계속적인 투자를 하고 개발 과정에서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던 어려운 점도 있었지만 직원들과 같은 목표를 갖고 있었기 때문에 서로 격려하며 극복하고 오늘에까지 이르렀다”고 회고 했다. 특히 최근 몇 년 사이 웹스퀘어가 시장에서 당당히 UI 플랫폼으로 인지되고 있고 많은 고객들이 찾아 주고 있는 것은 큰 보람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인스웨이브시스템즈는 웹 표준 관련 기술로 국내 특허 8개와 미국 특허1개를 보유하고 있는 시장 선도업체다. 10여년에 가까운 긴 시간을 연구개발에 투자한 덕분이다. 시장의 트렌드를 놓치지 않기 위해 해외시장 조사가 가능한 기회를 직원들에게 제공했다. 현재는 W3C 회원사로 활동하면서 해마다 관련 연구원들을 HTML5 컨퍼런스에 참가하도록 하고 있다.

“SW 기업은 기술력과 전문성으로 승부해야”

물론 어 대표에게도 어려움은 있었다. 그는 “올해로 13년째 기업을 경영하고 있지만 여전히 어려운 것은 어렵다”며 “항상 시장을 커다란 시각으로 보면서 위기 의식을 갖고 몇 년 후를 생각하면서 시장을 바라보지 않으면 지속가능하기 어려운 것 같다”고 토로했다.

그는 창업 때부터 IBM과 같은 창의적인 기업을 만들고 싶었다고 했다. 그러나 사업을 하다 보니 정부 주도의 전자정부 프레임워크로 인한 시장 침체기를 겪었다. 2008년 금융위기도 겪으며 회사가 급격히 어려워지기도 했다. 하지만 어 대표는 좌절하지 않고 조금 더 멀리, 조금 더 큰 시각으로 세상과 시장을 관찰하면서 새로운 아이템을 찾아내려고 노력했고 때를 기다렸다.

어 대표는 소프트웨어 분야 창업 후배들에게 실력과 전문성을 주문했다.

그는 “소프트웨어 기업은 역시 기술력과 전문성으로 승부해야 한다”면서 “그 기반이 없이 고객을 납득시키는 것은 진정성이 결여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2006년부터 HTML5 웹 표준 UI 부문을 연구하고 개발해 왔기 때문에 인스웨이브시스템즈가 우위를 차지하며 고객들의 선택을 받고 있다는 얘기다.

어 대표는 웹 표준으로 만들어 낼 수 있는 모든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플랫폼을 갖춘 기업으로 성장하고 싶다고 했다. 현재는 UI 분야의 제한된 제품을 공급하고 있지만 웹 표준 플랫폼을 기반으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싶다는 의미다.

그는 “글로벌 IT 기업들은 플랫폼 기반으로 다양한 서비스를 연계해 적절한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면서 “서비스와 플랫폼을 엮어 나가며 시장의 요구를 만족 시키는 서비스를 적재적소에 제공할 수 있다면 앞으로의 시장에서도 건재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어세룡 대표이사 약력

어세룡 대표는 고려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LG CNS와 교보다이렉트자동차보험 IT개발 팀장을 거쳤다. 2002년 인스웨이브시스템즈를 설립하고 13년간 소프트웨어 전문 기업의 CEO를 맡아왔다. 현재 한국상용소프트웨어협회 이사로서 국내 상용소프트웨어 발전을 위한 적극적인 대외 활동을 수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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