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새벽에 이어 연휴였던 15일과 16일에도 서린사옥을 찾아 그룹 현안을 파악했다. 17일에는 그룹의 의사결정 지원기구인 수펙스추구협의회를 열고 주요 계열사 CEO들과 첫 공식 회의를 갖는다.
주위에서는 일단 건강검진을 받고 경영행보에 나서길 건의했지만, 최 회장은 “나를 풀어준 것은 경제 활성화를 위해 그만큼 역할을 해 달라는 요청이 아니겠느냐”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영 일선에 복귀하는 최 회장이 경제살리기와 일자리 창출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는 것은 SK그룹 뿐 아니라 재계 전체에 대한 국민적인 여론 형성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반기업·반재벌 정서에도 불구하고 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공감대를 이뤘기 때문이다. 향후 최 회장을 중심으로 재계가 경제 살리기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거둔다면 재계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최 회장의 어깨가 무거워지는 이유다.
하지만 이번 사면복권의 취지에 맞춰 최 회장이 책임 경영을 위해 내년 3월 주주총회 때 지주회사인 SK㈜의 대표이사(CEO)로 복귀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그는 2014년 2월 대법원에서 징역 4년의 확정판결을 받은 뒤 같은 해 3월 SK㈜와 SK이노베이션, SK C&C, SK하이닉스 등 4개 회사의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났다.
그가 경영 복귀 시점을 묻는 질문에 “공백이 좀 길기 때문에 아직 파악이 좀 덜 돼 있다”면서도 “저희가 할 수 있는 에너지나 통신, 반도체에 일단 역점을 두겠다”고 답한 것도, 현안을 직접 챙겨 SK그룹의 경영을 조속히 정상화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이노베이션이나 텔레콤, 하이닉스 외에도 정보통신 융합 플랫폼 사업을 맡는 플래닛이나 최근 매각에 실패한 윤활유 회사 루브리컨츠도 직접 챙길 것으로 보인다.
회장 공백 기간동안 SK그룹은 인수합병(M&A)과 신사업 확장에서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SK하이닉스를 제외할 때 검찰 수사가 본격화 된 2011년부터 3년 동안 그룹 매출은 1.4% 줄고, 영업이익은 32.8% 하락했다. 올해 상반기 하이닉스는 3조 원의 영업이익을 냈지만, 이노베이션·텔레콤·네트웍스 등 13개 주요 상장사들은 성장이 정체됐다. 그룹 전체 투자액도 2012년 15조1000억 원에서 2014년 14조 원에 그쳤다.
최 회장은 26일 고 최종현 회장 추모식을 전후로 허창수(67) 전경련 회장이나 박용만(60) 대한상의 회장 등 재계 원로들도 만날 것으로 전해졌다. 그에게 이재용(47)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45) 현대차 부회장 같은 젊은 재계 리더들과 원로 그룹의 가교 역할을 기대하는 시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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