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潘총장 외면하며 화해 기회 걷어찬 북한

  • 등록 2015-05-21 오전 3:01:01

    수정 2015-05-21 오전 3:01:01

북한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개성공단 방문을 돌연 철회한 것은 유감이 아닐 수 없다. 북한은 외교 통로를 통해 반 총장에게 공단 방문허가 취소를 통보하면서 이에 대해 아무런 배경 설명도 하지 않았다. 북한이 이미 합의한 약속 이행을 불과 하루 앞두고 손바닥 뒤집듯 바꿔 신뢰할 수 없는 곳이라는 사실을 스스로 국제사회에 확인시켜 준 꼴이 됐다.

더욱이 반 총장은 세계를 대표하는 유엔의 수장이다. 북한의 이 같은 태도는 명백한 외교적 결례다. 아니, 결례 차원을 넘는 무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반 총장은 유엔 사무총장 자격으로 1979년 쿠르트 발트하임, 1993년 부트로스 부트로스 갈리 이후 22년 만에 북한을 찾을 예정이어서 세계인의 관심을 모으기에 충분했다.

반기문 총장. (사진=뉴시스)
이번 방문은 개성공단이 남북 화해협력의 상징이라는 점을 국제사회에 보여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지금껏 세 차례에 걸친 핵실험과 장거리 로켓 발사로 국제사회 제재를 받는 북한으로서는 반 총장을 통해 외부 세계와의 교류 및 협력의 의지가 있음을 보여줄 수 있었다. 더 나아가 남북간 화해 무드를 조성할 수도 있었지만 이 같은 기대는 끝내 물거품이 됐다.

이번 결정을 내린 북한의 속내를 알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남북대화의 메신저 역할을 자처했던 반 총장을 거부한 것은 우리와 대화할 의지가 없음을 보여준 것이나 마찬가지다. 북한은 최근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을 시험 발사한 것은 물론 서해상 남측 함정에 대한 조준타격 위협에 이어 북방한계선(NLL) 인근에서 포사격 훈련까지 실시하며 긴장 수위를 높이고 있다. 심지어 북한은 반 총장에 대한 방북허가 취소 결정에 연이어 자신들의 핵 타격 수단이 소형화·다종화 단계라면서 자신들에게 도전하지 말라며 으름장을 놨다.

이번 사태는 북한 체제의 불안정성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 군부 서열 2인자인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을 숙청한 공포정치도 마찬가지다. 북한이 강경자세를 고집할수록 국제적 고립은 더욱 심화될 뿐이다. 북한은 경제발전과 외부세계와의 교류를 활성화할 수 있는 출발점이 남한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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