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현대중공업(009540)에서 30년째 근무하는 B모 부장. 올해 연말은 몸도 마음도 한겨울이다. 불과 몇 년전만 해도 1000만원이 넘는 목돈을 보너스로 받아 따뜻한 연말을 보냈지만 올해는 보너스는 커녕 희망퇴직을 걱정해야 할 처지다. 회사가 사상 최악의 영업적자를 기록하면서 30여년을 함께 근무한 다른 동료 부장들은 조직개편으로 부서가 통폐합되면서 보직이 없이 퇴직을 고민하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영업손실이 3조2272억원으로 창사 이래 최악의 실적을 기록했다. 연말 성과급은 노사간 합의로 정한 기준에 따라 책정되는데 올해는 20년 가까이 이어온 무분뷰 기록이 깨지고 노조는 파업에도 들어갔다.
현대중공업의 영업이익은 지난 2011년 4조5604억원, 2012년 1조9932억원, 2013년 8020억원으로 급감했고, 같은 기간 연말 성과급은 350%, 250%, 213%로 쪼그라들었다. 현대중공업의 한 관계자는 “연말 성과급은 실적과 연동해 지급하기 때문에 예년처럼 기대하긴 힘들어 보인다”고 푸념했다.
울산 현대자동차(005380)에 10년째 다니는 K모 과장은 요즘 송년모임에 나가면 어깨에 힘이 들어간다. 엔저와 수입차 공세로 회사는 어려운 한해를 보냈고, 올 여름 노조는 통상임금 이슈까지 겹쳐 파업까지 돌입했다. 예년보다 긴 임단협 기간을 거쳤지만 다행히 노사는 합의를 이뤘다.
K과장은 지난해 보너스가 기본급의 400%에 현금 850만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올해는 이보다 조금 더 많은 수준이라며 웃음을 짓고 있다.
삼성전자(005930) 무선사업부 소속 L대리의 지난해 연말은 꿈같았다. 월급에다 하반기 목표 인센티브(기본급 100%), 신경영 20주년 기념 특별보너스(기본급 90%)까지 포함해 약 700만원(실수령액 기준)을 받았다. 게다가 올 1월에는 성과인센티브로 연봉의 절반인 1700만원까지 챙겼다. 하지만 올해는 두둑한 성과급에 대한 기대를 접었다. 이제는 실적 부진으로 조직개편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여서 동료들과 성과급 이야기를 나눌 엄두도 나지 않는다.
삼성전자 직원들의 올 연말은 사업부별 희비가 크게 엇갈린다. 지난 몇년간 최고수준의 성과급을 받았던 IM부문 무선사업부는 올해 스마트폰의 판매부진 영향으로 실적이 고꾸라지면서 성과급도 크게 줄 전망이다. 무선사업부 등이 속한 삼성전자 IM부문의 올해 1∼3분기 영업이익은 12조 6018억원으로 작년 동기(19조4876억원)보다 35% 감소했다.
이에 비해 올해 연간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2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는 DS(부품)부문은 올 연말이 풍성할 전망이다. 특히 3분기 영업이익이 2조 2600억원으로 IM부문(1조 7500억원)을 뛰어넘으며 IM부문 부진을 만회한 반도체 메모리사업부는 높은 수준의 성과급을 기대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해에도 연봉의 40%에 달하는 성과급(OPI)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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