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선 SSAT 10만명 몰리는데…중국선 '삼성반'·'현대차반' 봇물

경직된 국내 채용제도 '골머리', 맞춤형 인재 찾아 해외로
채용 다양성 확보에 주력, 국내 일자리 창출 확대 '적신호'
  • 등록 2014-10-16 오전 12:00:00

    수정 2014-10-16 오전 12:00:00

[이데일리 이재호 기자] 삼성 현대자동차 SK 등 한국의 간판 기업들이 국내에서 획일적이고 비용 부담이 큰 채용 제도 때문에 골머리를 썩고 있는 것과 달리 해외에선 ‘맞춤형 인재’를 골라 채용하고 있다. 현지 대학과 손잡고 ‘삼성반’, ‘현대차반’ 등 기업의 이름을 내건 교육 과정을 운영하는가 하면 즉시 활용 가능한 인재를 직접 찾아 나서는 노력도 마다하지 않고 있다. 경직된 국내 채용 제도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까닭이다.

15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005930)는 지난 2009년 중국 베이징 우전대에 휴대폰 전공 과정을 개설, 석·박사급 인재를 직접 양성하고 있다. 또 산둥성의 지난정보공정학교 등 다수의 기술전문대와 협약을 맺고 ‘삼성반’을 운영 중이다. 삼성전자가 요구하는 기술을 집중적으로 습득한 학생들은 졸업과 동시에 삼성전자에 입사하게 된다.

현대차(005380)도 베이징과 시안 지역의 대학에 ‘현대차반’을 설립하고 교재와 학비를 지원하고 있다. SK하이닉스(000660)는 중국 공장이 있는 장쑤성 우시의 우시직업기술학원 등 3개 대학에서 ‘SK하이닉스반’을 개설 중이다.

유능한 이공계 인재를 선점하기 위한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

지난달 중국 시안의 첨단기술개발구(高新區)에 입주한 35개 기업은 베이징에서 대규모 채용 설명회를 개최했다. 중국 전역의 우수한 이공계 인재를 데려가기 위해 기업들이 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이 행사에는 시안에 전기차배터리 공장을 짓기로 한 삼성SDI(006400)와 연구·개발(R&D) 센터를 건립 중인 삼성SDS 등 국내 기업들도 참여했다.

중국에서 국내 기업의 인기는 상당한 수준이다. 우선 국내 기업에 입사하면 중국 기업의 대졸 신입사원 평균임금보다 10~15% 높은 임금을 받는다. 숙식이 무료로 제공되는 경우도 많다. 아울러 한국 연수 기회가 제공된다는 것도 매력적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전체 직원 가운데 중국인 비중은 2011년 18%에서 지난해 21%로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현대차도 2011년 11%에서 지난해 15%로 증가했다.

해외와 달리 국내에서는 기업들의 운신의 폭이 극도로 제한돼 있다.

삼성이 20년 만에 서류전형 부활을 검토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진 직후인 지난 12일 치러진 삼성직무적성검사(SSAT)에는 10만 명 이상의 취업 준비생들이 몰렸다.

올해 하반기 삼성의 채용 규모가 4500~5000명 내외인 점을 감안하면 20대 1이 넘는 경쟁률을 기록한 셈이다. 지난 9일에는 현대차 인적성검사(HMAT)가 실시됐다. 서류전형을 거쳐 응시 자격을 얻은 인원만 2만 명 이상이었다.

삼성은 매번 대졸 신입사원 공개채용 전형을 진행하면서 100억 원이 넘는 비용을 지출한다. 바늘구멍을 통과한 신입사원을 일선에 배치하려면 최소 6개월 이상의 재교육 과정이 필요하다.

들이는 비용에 비해 효율성이 낮다는 문제 인식을 갖고 변화를 모색하려고 해도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굴레에 갇힌 채 사회적 저항에 부딪히기 일쑤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이 도입을 추진하다가 무산된 ‘총장 추전제’의 경우 찬반 의견이 갈릴 수는 있지만 기업이 직원을 채용하면서 눈치를 봐야 한다면 분명히 문제가 있는 것”이라며 “치열한 시장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전문성을 갖춘 맞춤형 인재 확보가 절실한데 어려움이 많다”고 토로했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기업들의 경영여건이 악화일로인 상황에서 경직된 채용 제도에 변화가 생기지 않는다면 국내 일자리 창출에도 적신호가 켜질 수 있다.

이민화 카이스트 교수는 “글로벌 시장을 무대로 활동 중인 국내 기업들이 해외에서 인재를 발굴 및 육성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채용의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은 앞으로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삼성전자 서초사옥(왼쪽)과 현대차 양재동 사옥 전경. 각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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