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준 포스코 회장 리더십, 첫 시험대

산은 동부제철·발전 인수제안
'검토'로 방향 잡았지만..명분·실리 챙길까
  • 등록 2014-03-31 오전 6:00:00

    수정 2014-03-31 오전 6:00:00

포스코 제공.
[이데일리 정태선 기자]취임한 지 한 달도 안 된 권오준 포스코 회장의 리더십이 첫 시험대에 올랐다. 산업은행이 포스코에 동부제철 인천공장과 당진에 있는 동부발전을 인수해달라고 제안하면서 권 회장이 어떤 결론을 내릴지에 포스코 안팎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권 회장은 재무구조 개선과 수익성을 경영의 우선가치로 두겠다고 여러 번 강조했었다. 이를 위해 철강사업의 경쟁력과 관계없거나 수익성이 떨어지는 사업을 과감히 정리하겠다는 방침까지 세웠다.

몸집을 줄여야 할 판에 나온 산업은행의 갑작스러운 제안에 권 회장은 처음 크게 당황했다는 후문이다. 그렇지만 ‘나는 모르는 일’이라며 뒷짐을 쥐고 있을 상황이 아니라는 게 문제다. 매각대금이 1조 원이 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는 동부제철에 관심을 보이는 곳은 주로 중국업체들. 기술유출 우려뿐 아니라 중국에서 인수하면 가뜩득이나 공급과잉인 국내 컬러 강판 시장이 더 혼탁해질 수 있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또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 파격적인 조건까지 내걸면서 ‘러브콜’을 하고 있는 것도 쉽게 뿌리치기 어려운 상황이다. 포스코가 동부제철 인천공장의 지분 20~30%를 사고, 나머지 70~80%는 산은이 투자하겠다는 것. 동부발전당진의 경우 포스코가 우선매수협상권을 갖는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한마디로 얘기하면 동부제철 인천공장을 인수한다면, 포스코가 주력 사업으로 꼽고 있는 에너지 분야의 알짜기업인 동부발전당진을 ‘선물’로 주겠다는 내용이다. 산은이 재무적 투자자로 나서 인수자금을 부담도 덜어주겠다는 카드도 포함돼 있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인수·합병(M&A)으로 재무 구조가 악화하면서 ‘방만 경영’으로 비판받아온 포스코가 철강 공급과잉 속에서 동부제철 인천공장까지 인수하면 수익성이 더 악화할 수 있다. 국내 컬러강판 시장은 유니온스틸이 연산 70만t 생산으로 1위, 동부제철 인천공장은 45만t, 포스코는 자회사 포스코강판을 통해 30만t을 생산한다. 포스코가 인수하면 국내 1위로 올라설 수 있지만, 공급과잉 속에서 선두는 특별한 의미를 찾기 어렵다. 해외 시장에서 돌파구를 찾는 등 시너지를 내더라도 시간이 필요하다.

포스코는 일단 산은의 제안을 검토해 본다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지난 28일 산업은행이 제안한 동부제철 인천공장과 동부발전당진 인수안과 관련해 비밀유지약정서(CA)를 맺었다. 한 달 정도 대내외 전문가들의 실사와 분석을 거쳐 최종적으로 결정하기로 했다.

포스코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는 두고볼 일이지만, 당장 시장의 반응은 냉랭했다. 약정서 체결 소식이 나온 지난 28일 포스코 주가는 전날보다 3% 가까이 떨어졌다.

결국 최종 잣대는 시장의 논리대로 인수 시너지와 가격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산업은행에 떠밀리듯 인수합병을 결정하지 않겠다”며 “비핵심 사업 매각이라는 포스코의 구조조정 전략 속에서 인수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포스코 안팎에서도 권 회장 취임을 계기로 정치적인 변수나 외압으로부터 연결고리를 끊어내고, 내부 경쟁력 강화에 어느 때보다 집중할 때라고 보고 있다. 혁신을 내세우며 ‘위대한 포스코’ 건설에 나선 권 회장이 이번 인수전을 지휘하며 어떤 명분과 실리를 챙길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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