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ild-UP보험]③한국 보험소비자 신뢰도 전세계 '꼴찌

소비자 피해·분쟁 늘어나 성장·수익성 부정적 영향
상품지향 경쟁에서 고객지향 경쟁으로 패러다임 변화
소비자중심 경영전략으로 '계속 기업'으로 성장해야
  • 등록 2014-03-19 오전 6:00:00

    수정 2014-03-19 오전 6:00:00

[이데일리 문승관 기자] “한국의 보험 소비자들이 느끼는 보험산업에 대한 신뢰도는 미국과 영국, 독일, 프랑스 등 주요 30개국과 비교할 때 최하위 수준이다.”

지난해 글로벌 컨설팅 업체 캡제미니(Capgemini)가 전 세계 주요국 보험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신뢰도 설문조사인 ‘세계보험보고서 2013(World Insurance Report 2013)’에서 세계 5위의 보험시장인 한국의 보험산업이 신뢰도 면에서는 ‘꼴찌’를 기록했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 보험산업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도와 이미지의 정도는 캡제미니 리포트 이 외에도 여러 국내외 설문조사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보험사 CEO들도 국내 보험산업에 신뢰 없어

*단위: 명. 자료: 보험연구원
지난 2007년 이순재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와 정중영 동의대 금융보험학과 교수가 보험연구원의 의뢰를 받아 실시한 ‘보험시장 신뢰도 설문조사’에서 설문에 응답한 국내 보험사 최고경영자(CEO) 39명 가운데 89.7%인 35명이 ‘보험산업의 신뢰도와 이미지가 다른 금융업권에 비해 낮다’고 답했다.

이들은 보험산업의 이미지가 타 금융업에 비해 낮은 이유에 대해 ‘설계사와 대리점 등 모집인들의 전문성 부족과 보험사간 과당경쟁, 상품의 복잡성’ 등을 꼽았다. 보험업계 종사자이자 보험사를 이끄는 수장들 스스로가 보험산업의 부조리와 신뢰성 문제에 대해 토로한 셈이다.

문제는 신뢰도 저하로 인해 이어지는 파상적인 부작용이다. 전문가들은 보험사의 지속성장과 경쟁력을 저해하고 보험사기를 유발하는 등 사회안전망 구축에까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석호 한국금융연구원 보험연구센터장은 “사회안전망의 중요한 축을 담당할 보험산업이 고객의 신뢰를 얻지 못할 경우 국가·사회적 전략 차원의 효율적인 복지시스템 구축에 적잖은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 신뢰도 개선할 시스템 구축해야

*단위: 명. (자료: 보험연구원)
보험산업의 신뢰도와 이미지 개선을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이를 관리할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시급하다. 보험산업의 이미지를 부정적으로 만든데 가장 큰 역할을 한 것은 바로 불완전판매와 보험금 지급이다.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금융민원은 모두 7만8008건으로 전년 7만6827건 보다 1.5% 증가했다. 이 가운데 보험민원은 3만9610건으로 전년 같은 기간 3만8882건에 비해 1.9%(728건) 늘었다. 보험민원 가운데 약 70%가 불완전 판매, 보험급 지급과 관련한 것이다.

하지만 소비자 보호에 대한 보험사 직원들의 인식이나 제도적 장치 등은 선진국에 비해 미흡한 실정이다. 보험연구원이 지난해 국내에서 영업하는 41개 보험사를 조사한 결과 윤리교육 대상은 정규직(100%), 비정규직(82.9%), 임원(80.5%), 최고경영자(65.9%) 등에 집중됐다. 보험설계사나 보험금 지급 업무를 위탁한 기관에 대한 윤리교육은 거의 없었고 몇몇 외국계 보험회사는 윤리강령이나 윤리지침조차 만들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보험모집종사자들의 불완전판매를 줄이기 위해 의무적으로 불완전 판매 줄이기 교육을 일정시간 이수하도록 하거나, 보험계약의 민원 발생과 유지율 등을 점수화해 일정기간 관리하는 ‘보험모집종사자 이력관리 제도’ 도입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보험금 지급과 관련한 소비자 불만이 가장 많은 만큼 보험금 지급 기준을 객관화할 수 있도록 금융당국과 소비자단체, 업계, 학계 등이 공동으로 표준해설서를 만들고 보험사가 법률적으로 약자인 보험가입자들을 상대로 보험금 지급거절 소송을 남발하는 등의 부조리를 개선하도록 소송 시 정부가 법률적 지원을 제공하는 방안도 모색해야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밖에 저소득층, 장애인 등 금융소외계층 지원을 확대하기 위해 ‘마이크로 인슈어런스’ 사업을 활성화하고 가입 단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차별행위를 방지하는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석호 센터장은 “취약계층에 대한 보험사업 확대는 보험사의 신뢰도와 경쟁력 제고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효율적인 사업모델이 접목할 경우 장기적으로 새로운 수익원 창출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보험사 구태에서 벗어나 소비자중심 경영전략 마련 시급

*자료: 금융감독원
보험사 입장에서도 보험산업의 신뢰도 제고는 지속적인 보험료 수입의 증가 등 현금흐름을 양호하게 만들고 재무건전성도 확보해 계속적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한 핵심 경영전략으로 떠 올랐다.

글로벌 기업들도 소비자 신뢰와 고객 충성도간의 밀접한 상관관계를 반영해 소비자 중심의 경영전략을 마련하는데 한창이다. 글로벌 기업들은 과거 상품지향적 경쟁에서 고객지향적 경쟁으로 경영전략을 수정하면서 소비자 신뢰도를 높이고 이를 일선 경영현장에 반영하는데 적극적이다.

독일의 보험그룹인 에르고(ERGO)는 ‘To Insure is to Understand(보장은 소비자의 이해다)’라는 경영원칙하에 고객관계 강화, 소비자 신뢰 제고를 경영전략으로 채택했다. 미국 보험그룹인 시그나(CIGNA), 푸르덴셜 등도 고객자문위원회, 옴부즈맨제도를 통해 고객의 의견을 상품 서비스 개발에 적극 반영하고 있다.

특히 푸르덴셜은 회사 내부 임직원들로 구성된 소규모 자문위원회를 운영해 고객신뢰를 제고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박선영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금융산업의 경쟁 패러다임은 상품에 기초한 공급자중심 경쟁에서 고객만족 서비스 제공 등 소비자중심의 경쟁체제로 변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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