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ild-Up 보험]①사회적 비용 줄일 '컨트롤타워' 마련 목소리

①'다섯 시어머니' 따로 노는 정책에…보험사만 '골병'
  • 등록 2014-03-17 오전 6:00:00

    수정 2014-03-17 오후 5:29:54

글 싣는 순서 ①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 ②빈곤한 노년층, 그들이 불안하다 ③소비자 신뢰제고가 살길이다 ④전문가 특별대담

[이데일리 문승관 기자] “어떤 규제를 없애는 게 좋겠냐며 금융당국이 리스트를 가져오라고 합니다. 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달겠습니까. 이런 식으로는 규제를 못 없애죠.”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2일 기업 규제 타파와 관련해 “규제는 쳐부술 원수, 암덩어리”라고 발언한 후 보험사 한 최고경영자(CEO)가 사석에서 한 쓴소리다. 그는 “칼자루를 쥐고 있는 관료와 금융당국에 어떤 보험사가 규제를 없애달라고 요구하겠냐”며 “당국과 관료들이 먼저 보험시장과 산업에 대한 이해도를 높인 뒤 보험업계에 자문을 구한 후 스스로 규제를 없애기 위한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관료의 무관심·부처간 엇박자가 걸림돌

지난 2011년 1월 보험범죄근절과 관련한 정부의 일대 결정이 내려졌다. 보험업계의 숙원이었던 관계기관 합동 ‘정직한 보험질서 확립대책’이 발표됐기 때문이다. 국무총리실을 중심으로 범정부적인 ‘정직한 보험질서 확립대책 추진 태스크포스(TF)’가 설립됐다. 국무총리실 국무차장이 팀장을 맡아 당시 행정안전부, 기획재정부, 국토해양부, 금융위원회, 보건복지부 등 관계부처 1급(국장 이상)들이 참여했다. TF는 이후 단 두 번의 관계부처 회의 만 진행했을 뿐 명맥을 잇지 못한 채 사라졌다. 부처간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데다 이를 해결해줄 총리실의 이해부족과 무관심 때문이었다.

보험정책을 둘러싸고 부처간 따로 노는 엇박자는 구태를 넘어서 보험산업 발전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이 됐다. 이 때문에 청와대 직속기구처럼 부처를 뛰어넘는 강력한 ‘컨트롤타워’가 마련돼야 한다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나오고 있다.

보험업계 한 고위 관계자는 “불필요한 규제를 없애는 것을 핵심과제로 설정하지 않은 정권은 없었다“며 “규제가 곧 부처의 힘인데 이를 통제하고 조정할 수 있는 강력한 조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합리적 개혁안 만들 민관협의체 구성

정부가 금융사의 자율경쟁을 제한하는 금융규제를 대폭 완화하기로 했지만 보험업계의 반응은 냉담하다. 금융사들의 부수업무 진출을 포괄적으로 허용키로 한 ‘네거티브 방식’은 이미 2011년 보험업계에 적용된데다 금융당국이 추진하겠다는 보험 신상품 대부분 수익이 나지 않는 정책성 상품이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가 대통령에 보고한 올해 업무계획에 장애인·고령자전용 연금보험과 4대악(惡) 보상보험, 단종보험대리점 추진 등을 포함했다. 저금리 기조에 직면한 보험사가 새 수익원을 발굴할 수 있도록 상품구조를 다변화하고 부가가치를 개발하자는 취지다.

하지만 보험업계는 기대하지 않는 눈치다. 금융당국이 다양화하겠다는 상품들 대부분이 수익이 나지 않는 정책성 상품인데다 단종보험대리점의 경우 이미 보험설계사, 보험대리점(GA) 등 다양한 판매채널을 확보하고 있어서 사실상 ‘탁상공론 식’방안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민관네트워크를 활용할 수 있는 협의체를 구성해 실효성 있는 개혁안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보험사 한 고위관계자는 “정책성 상품들로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선 소득공제 범위 확대 등 정부의 구체적인 보조가 필요하다”며 “실효성 있는 정책들을 만들기 위해서는 민관이 함께 논의하는 협의체구성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가격통제에 이중규제 여전

보험산업 내 정부의 규제를 제대로 볼 수 있는 대표적 사례가 자동차보험이다. 지난해 자동차보험의 1~11월 누적 영업적자는 7542억원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지난 2000년 이후 14년간 전체 누적적자도 8조3000억원 수준까지 늘었다. 그러나 당국은 자동차보험료가 소비자물가지수에 포함돼 있어 물가 안정 등의 이유로 보험료인상을 막고 있다.

보험사의 건전성 규제 역시 관료의들의 보신주의가 만들어낸 산물이라는 지적이다. 산업 성장을 고민하기보다 위기발생시 뒤따를 책임을 피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것. 금융당국은 보험사 재무건전성 지표인 지급여력(RBC)비율에 대한 신뢰 수준을 종전 95%에서 99%로 끌어올리기로 했다. 기존에 ‘보험사가 20년에 한번 파산한다(신뢰수준 95%)’고 가정했다면 앞으로는 ‘100년에 한번 파산한다(신뢰수준 99%)’는 가정 아래 RBC비율을 산정해야 한다는 의미다. 보험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RBC비율 규제가 강화되면 11개 생보사와 6개 손보사의 RBC비율이 당국의 권고치인 150%에 미달할 것으로 예상됐다.

성장은커녕 운신의 폭조차 좁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정세창 홍익대 교수는 “보험사는 대규모 인출우려가 없음에도 은행보다 강하게 규제를 받고 있다”며 “일본, 영국 등 주요 선진국에서도 보험사의 자금조달에 관한 별도의 규제가 없다는 점을 살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보험산업 위에 군림하는 부처간 이중 규제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은행 이자율과 같은 보험사의 공시이율 등은 당국의 지도 사항이다. 문제는 이들 지도 행위에 따른 보험사 공동 행위를 공정위가 모두 공정거래법상 담합 행위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3월 공정위는 변액보험 최저 보증 수수료 등을 담합했다는 이유로 삼성생명 등 9개 생보사에 201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승준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모호한 법 적용과 당국간 규제 적용해석이 달라 이중규제가 이뤄지고 있다”며 “보험산업의 발전을 뒷걸음치게 만드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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