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가전 세계1위 하이얼 칭따오 공장을 가다...

샘플조사 아닌 모든 제품 '전수조사'가 최고품질의 비법
한국 언론 처음으로 하이얼 냉장고, 세탁기 공장 방문
  • 등록 2013-08-06 오전 6:00:00

    수정 2013-08-06 오전 6:00:00

[중국 칭따오= 이데일리 류성 산업 선임기자] 인천국제공항에서 비행기로 서쪽으로 1시간10분 거리에 있는 중국 칭따오. 칭따오 류팅 국제공항에서 남쪽으로 차로 30분 가량 달리다 보면 대규모 회색 공장 건물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는 모습이 보인다.

바로 세계 1위 생활가전 업체인 ‘하이얼’의 본사 및 공장 건물이다. 인구 830만 명 규모의 칭따오 시는 한국인들에게는 칭따오 맥주로 잘 알려져 있는 곳이다. 하지만 중국인들에게 칭따오는 세계1위 전자업체 ‘하이얼’이 위치한 도시로 훨씬 유명하다. 세계 1위업체로 도약한 하이얼은 중국인들의 자랑이자 자부심의 상징으로 자리한 지 오래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칭따오에 오면 아무리 공무가 바쁘더라도 하이얼 본사는 빼놓지 않고 어김없이 찾는다고 한다.

중국의 칭따오는 세계최고 생활가전 전자업체인 하이얼이 위치하고 있다는 점 때문에 중국인들 사이에서 관심을 받고 있는 대표적인 도시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사진은 중국 하이얼 본사 모습. 하이얼 제공
실제로 하이얼은 각종 조사에서 매년 중국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브랜드로 꼽히며 중국인들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다. 매년 대학생들이 입사하고 싶은 최고의 직장으로도 단골로 선정된다. 하이얼이 ‘중국의 삼성전자’라는 별칭으로 불린 지도 10년이 넘었다.

시장조사업체인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 2012년 기준으로 하이얼은 세계 생활가전 시장점유율 8.6%로 압도적인 세계1위를 차지했다. 2위는 LG전자 5.5%, 3위는 월풀 4.2% 순서였다.

지난 2일 하이얼이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대표 품목인 세탁기와 냉장고 중국 현지 생산공장을 이데일리 기자가 잇달아 직접 방문했다. 하이얼은 그동안 이들 공장 내부를 외부에 공개하는 것을 철저하게 금지해왔다. 하이얼이 세탁기 및 냉장고 생산 라인을 국내 언론에 상세 공개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청소기에서 심지어 환풍기까지 거의 모든 생활가전 제품을 만드는 하이얼이 가장 경쟁력을 자랑하는 품목은 세탁기와 냉장고, 와인셀러다. 하이얼은 정확한 수치는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지난해 세탁기와 냉장고를 각각 1400만대 이상 판매했다고 밝혔다.

◇ 모든 세탁기에 출시 전 물 채워 성능 검사

이날 칭따오에 위치한 하이얼의 세탁기 공장에 들어서자 길이가 무려 100m에 이르는 생산라인 3개가 바쁘게 가동되고 있었다. 한 생산라인마다 20여명의 생산직 직원들이 나사조립에서부터 수압테스트까지 각각의 역할을 분담하며 분주하게 작업중이었다. 이 공장에서만 매일 9000대, 연간 260만대의 세탁기가 만들어진다고 한다. 하이얼은 이 같은 규모의 생산공장을 충칭, 광저우 등에 4개를 더 가동중이다.

생산라인 중간에 설치된 5대 가량의 수도꼭지를 통해 세탁기 통마다 물을 가득가득 채우는 장면이 특이했다. 이 곳에서 생산되는 모든 세탁기는 샘플조사를 하지않고 직접 세탁통마다 물을 넣고 성능검사를 하는 것이다. 물이 가득 채워지면 모든 세탁기는 생산라인 중간지점에서 5분가량 세탁기를 작동시키면서 기능 검사를 했다.

루동뤼푸 세탁기 B라인 책임자는 “제품 불량률이 1.8% 이하일 정도로 업계 최저 수준이어서 다른 경쟁업체처럼 샘플조사로 대체할 수 있지만 전수조사를 통해 품질 확인을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또 하나 눈에 띄는 것은 이 공장 한켠에 위치한 ‘품질기술 플랫폼 추출 검사실’이라는 곳이다. 이 검사실에서는 포장까지 완료된 세탁기 제품을 모델별로 10~20대 가량 샘플로 선정해 다시 제품 검사를 실시한다. 검사실 벽에는 100여개의 수도꼭지가 일렬로 달려있다. 탈수, 세탁 등 제품의 모든 기능을 2~3일에 걸쳐 직접 점검하는 곳이다. 전수검사를 통과한 정상 제품 가운데 또다시 샘플을 뽑아 불량 재검사를 하는 셈이다. 품질 최우선주의를 원칙으로 하는 하이얼의 경영철학이 그대로 묻어나는 대목이다.

생산라인 작업장 바로 옆에 ‘불량 사례’ 전시 공간을 마련해 놓은 것도 이색적이었다. 전시 공간에는 때묻은 걸레, 지저분한 작업장갑, 부러진 나사 등 제품을 생산할 때 용인해서는 안될 불량 사례들을 전시해 놓고 있었다. 이 전시공간에서는 불량 제품을 만드는 데 원인을 제공한 생산직원들을 대상으로 자체 재교육을 실시하기도 한다. 반면 생산성 제고나 품질 향상을 위한 아이디어를 제공해 선정된 직원들의 얼굴과 업적을 적은 벽지들이 생산라인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 냉장,냉동기능 온도 센서로 전수조사 실시

뒤이어 칭따오에서 무려 44.4㎞에 이르는 저우주만 대교를 건너 황따오에 위치한 하이얼의 냉장고 공장을 찾았다. 5만 2천평 규모인 이 공장에서 지난해 생산한 냉장고는 220만대에 달했다. 올해는 240만대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공장 내부에 가동중인 3개 냉장고 생산라인은 세탁기 공장과 마찬가지로 쉴틈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생산 라인마다 옆에는 금붕어 수십여 마리가 노닐고 있는 대형 어항들이 놓여 있었다. 생산직 직원들이 바쁜 작업 중에도 마음의 여유와 안정을 유지하도록 하기 위한 회사측의 배려다.

냉장고 생산라인 끝마다 자리잡은 ‘발포 항온실’이 눈길을 끌었다. 가로 세로 3m에 달하는 거대한 자동로봇이 냉장고의 캐비빗과 내부 부품 사이에 발포제를 끊임없이 투입하고 있었다. 생산라인별로 2~3대 가량의 로봇이 냉장고 모델별로 하루에 130개 정도를 발포 처리한다고 한다. 자동로봇이 1개 냉장고에 발포제를 주입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대략 5분. 냉장고 캐비닛 하단에 난 지름 3cm 가량의 구멍에 발포제를 자동으로 집어 넣는다.

궈창 냉장고 생산라인 팀장은 “한 생산라인에서 만드는 냉장고 모델 수가 100여개를 넘어선다”며 “이같이 다양한 모델을 한 라인에서 생산하는 것은 품질과 생산 능력이 최고 단계에 도달하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1개 생산라인에는 작업 인원이 500명 가량 배치돼 각자 분업화된 작업을 하고 있었다. 독특한 점은 세탁기와 마찬가지로 냉장고도 모든 제품의 기능을 일일이 생산라인에서 직접 가동시켜 성능을 점검하는 모습이었다.

하이얼의 중국 황따오 냉장고 공장의 전경. 생산라인에서 모든 냉장고의 냉장, 냉동 기능을 온도센서로 30분씩 점검하는 전수조사를 실시할 정도로 품질을 최우선한다. 하이얼 제공
생산 라인 중간에 전원을 켜서 온도 센서를 냉장실과 냉동실에 일일이 집어 넣고 문을 닫았다. 30분 이후 각 냉장고에 부착된 센서를 통해 중앙 컴퓨터에 접수된 온도를 통해 제품의 정상여부를 판단했다. 정상제품으로 통과했더라도 모델별로 다시 16대를 무작위 추출해 다시 정상여부를 테스트하는 순서를 거치게 된다. .

하이얼의 황따오 냉장고 공장에서 차로 5분 거리에는 하이얼이 자랑하는 최첨단 물류센터가 자리하고 있었다. 이 물류센터에서는 황따오에서 생산되는 온수기, 에어컨 부품, 환풍기 등의 물류를 처리한다. 이 물류센터에 들어서면 높이 20.9m, 가로 120m에 이르는 11개의 거대한 물류 창고시설이 시야를 압도한다.

특히 1만4000㎡에 이르는 방대한 규모임에도 일하는 사람은 보이지 않고 10여대의 무인 지게차만 분주히 움직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무인 지게차는 컴퓨터 프로그램을 통해 화물을 자동으로 옮겨 놓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심지어 이 지게차들은 배터리가 다하면 스스로 충전 장소로 가서 충전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상 푸롱 물류센터 책임자는 “지난 2010년부터 이 물류센터를 운영해왔다” 며 “이제는 최첨단 물류센터가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면서 상당한 물류비 절감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다수 한국인들에게 하이얼은 아직도 삼성전자(005930), LG전자(066570)와 비교해 기술과 브랜드가 뒤떨어진 중국업체 가운데 하나로 인식되고 있다. 하지만 이날 기자는 하이얼의 공장들을 둘러보면서 하이얼은 이미 중국을 넘어 세계 최고의 기업으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했다는 것을 여실히 느낄수 있었다.

특히 공장 생산라인에서 만난 다수의 하이얼 임직원들이 하나같이 자신감에 찬 모습을 보면서 하이얼의 진정한 도약은 어쩌면 지금부터일 것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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