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신문 | 이 기사는 이데일리신문 2012년 05월 31일자 24면에 게재됐습니다. |
[이데일리 문영재 기자] "분위기가 (이전보다) 올라가고 있습니다. 좀 더 지켜봐 주세요. 아마 늦어도 올 4분기쯤에는 체질개선의 가시적인 효과가 나타날 겁니다."
윤용로(57·사진) 외환은행장은 취임 100일째를 하루 앞둔 30일 이데일리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이 같이 말했다. 다소 상기된 목소리지만 강한 의지가 배어났다. 윤 행장은 지난 2월22일 제24대 외환은행장에 오른뒤 `내실`과 `도약`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연일 강행군을 펼치고 있다.
윤 행장은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판이다. 쉴 틈이 없다"고 말한다. 챙길 게 그 만큼 많다는 얘기로도 들린다. 매일 오전 7시 출근으로 일과를 시작하는 그는 틈만 나면 전국 영업점을 돈다. 직접 직원들을 만나 격려하고 고객과의 스킨십에 나서기 위해서다. 미국은 물론 중국·필리핀·홍콩 등 자신을 불러주는 곳은 어디든 마다하지 않고 달려가기도 한다.
윤 행장이 취임 초부터 가장 공들이고 있는 부분은 조직 내부로부터의 변화다. 이른바 `조직 분위기 쇄신`.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 시절을 거쳐 하나금융지주에 인수되기까지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은 외환은행 직원들의 마음을 헤아리는 게 급선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윤 행장은 취임 이후 매달 `직원 여러분께 드리는 글`이라는 장문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직원들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다잡기 위해서다. 은행의 주요 경영사항을 설명하고 직원들에게 바라는 점도 꼼꼼히 적는다. 윤 행장이 최근 경기도 이천지점을 방문한 뒤 띄운 글에는 잔잔한 감동이 흘렀다는 후문이다. 윤 행장은 "(이천지점에) 혼자 생활하는 젊은 직원들이 많아 아침을 거르는 경우가 자주 있다고 해 가슴이 아팠다"며 "특히 한 직원의 책상에 놓여 있는 `돌미나리 즙` 팩을 보는 순간 찡했다"고 자신의 감정을 숨김없이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또 틈틈이 영업점 창구직원들에게 전화를 걸곤 한다. 잘 하고 있는 직원에게는 칭찬의 말을, 힘들어 하는 직원에게는 격려의 말을 빼놓지 않고 남기는 것으로 유명하다. 윤 행장은 "최고경영자(CEO)가 직원들과 소통하기 위해서는 직원 수 만큼 같은 말을 되풀이해야 한다"며 "우리 은행 직원 수가 8000명이 넘으니 공감대 형성을 위해서는 그렇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29일 임원회의에는 영업본부별 대표차장 22명을 참석시켜 소통에 나서기도 했다.
윤 행장의 숨가쁜 행보에도 불구하고 외환은행의 정상화 과정은 길고 힘든 노정이 될 것이라는 게 은행권 안팎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론스타를 멍에를 지우고 `윤용로의 외환은행`으로 색깔을 내기에는 아직 이르기 때문이다. 약화된 영업기반을 다시 살리고 하나금융과의 시너지를 내는 한편 직원들의 마음도 추스리려면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는 얘기다. 일각에서는 윤 행장이 이른 시일 내에 가시적인 성과를 달성하기 위해 너무 서두르는 모습이 종종 목격된다며 이는 조직 피로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윤 행장 스스로도 "아직 구체적인 성과를 말하기에는 다소 이르지 않느냐"며 "2분기 턴어라운드를 거쳐 늦어도 올 4분기에는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체질개선 효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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