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웃고 싶어도 웃지 못하는 이유`

포스코, 신일철과 상호지분 교환 등 밀접한 관계
日 지진 반사이익 평가에 '부담'..주가는 '상승세'
증권가 "단기적으로 포스코 주가 상승 모멘텀으로 작용"
  • 등록 2011-03-17 오전 8:05:10

    수정 2011-03-17 오전 9:05:11

[이데일리 정재웅 기자] 모처럼 포스코 주가가 상승세를 타고 있다. 하지만 포스코는 표정관리에 애쓰는 모습이다.   그동안 주가가 지나치게 저평가 돼있어 내부적으로 주가부양을 위한 대책마련에 골머리를 앓고 있던 포스코다. 그랬던 포스코의 주가가 연일 상승세를 타고 있음에도 불구, 웃지 못하고 있다.   

지난 16일 포스코는 전일대비 2.34% 상승한 48만2000원에 장을 마감했다. 15일 잠시 주춤했지만 다시 48만원대를 회복하면서 상승세를 유지한 채 장을 마쳤다.   포스코(005490)의 주가가 급등한 것은 지난 14일이었다. 당시 포스코의 주가는 일본 대지진으로 일본 철강업체들이 타격을 입어 그 반사이익을 얻을 것이라는 전망에 전일대비 8.31% 상승한 48만80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보름만에 48만대도 회복했다.

올해 들어 포스코는 주가 부양에 온 힘을 쏟았다. 내부적으로 주가가 너무 저평가돼있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정준양 포스코 회장도 지난 1월 CEO포럼 이후, 주가 부양을 지시했다는 후문이다. 정 회장이 직접 원재료 가격 상승분을 제품 가격에 전가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음에도 불구, 시장의 반응은 싸늘했고 주가는 큰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포스코의 주가가 계속 약세를 면치 못한 데에는 무엇보다도 원재료 가격이 발목을 잡았기 때문이다. 대한통운 인수를 비롯, 해외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포스코로서는 한 푼이라도 아껴야 할 마당에 철강제품의 원료인 철광석과 석탄가격의 상승세가 큰 부담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뜻하지 않은 일로 주가가 큰 폭으로 상승했다. CEO와 전 임직원이 나서도 안되던 주가 부양이 일본의 대규모 지진과 쓰나미에 의한 반사이익 기대로 큰 폭으로 상승 한 것.   증권가에선 세계 2위의 철강수출 국가인 일본이 지진과 쓰나미로 큰 피해를 입은 만큼 당분간 경쟁업체인 국내 철강사들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현재 일본 철강업체의 피해규모는 정확하게 집계되진 않았지만 신일본제철의 Kimitsu 와 Muroran 등이 피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이번 피해규모가 일본의 전체 철강 생산량 약 10~20% 수준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일본이 주춤하게된 만큼 포스코 등 국내 철강업체들의 수혜가 예상된다. 결국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이번 사태로 단기적인 철강가격 상승이 불가피하고 이렇게되면 국내 철강업체들의 마진이 개선될 것이라는 이야기다.

또 철강가격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치는 원재료도 수요가 줄어든 만큼 가격 상승세가 한풀 꺾일 것으로 보인다. 이는 곧 원재료 가격 하락을 불러오고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 국내 고로업체들에겐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하지만 이처럼 호재가 발생했음에도 포스코는 부담스럽다는 눈치다. 자칫 이웃나라의 불행이 자신들의 행운으로 비쳐질까 두렵다는 반응이다.   아울러 신일본제철 등은 그동안 포스코와 긴밀한 관계를 맺어왔던 터라 그들의 피해로 반사이익을 얻을 것이라는 분석은 더욱 곤혹스럽다는 입장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일본의 대규모 지진으로 시장에서 포스코가 반사이익을 얻을 것이라는 분석은 솔직히 부담스럽다"며 "일본과 기술 제휴 등 그동안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던 만큼, 반사이익이라는 단어가 자칫 일본측에 반감을 주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포스코는 일본 철강업계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포스코의 전신인 포항제철의 첫 고로설비도 일본에서 들여온 것이다. 초대 회장인 박태준 회장이 포항제철 건립을 위해 일본 철강업계와 담판, 일본 철강업계의 지원을 이끌어 냈던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포스코는 또 일본 최대 철강업체인 신일본제철과 상호 지분교환등 전략적 제휴 관계를 맺고 있다. 지난 2010년말 현재 신일본제철은 포스코의 지분 5.04%, 포스코는 신일본제철 지분 3.5% 를 보유하고 있다.

매년 상호 기술교류회는 물론 문화교류회도 갖는 등 포스코와 신일본제철은 경쟁관계이자 동반자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상황이 이런 만큼 포스코 입장에서는 일본의 지진 피해로 인한 상대적인 수혜를 입을 것이라는 전망이 달갑지만은 않다. 장기적으로 상대방과의 관계를 고려, 모든 일에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다.

포스코 고위관계자는 "일본 지진사태로 인한 일본 철강업계의 피해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이번 사태로 포스코가 어느 정도 수혜를 입기는 하겠지만 그것이 포스코의 전체 상황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도 아닌데다 신일본제철 등 일본 업계와의 관계도 있어 조심스러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증권사의 한 애널리스트는 "포스코로서는 웃고 싶지만 마음껏 웃을 수도 없는 상황일 것"이라면서 "오늘 주가 상승에서도 보듯, 이번 사태는 포스코에겐 오랜만에 찾아온 큰 호재임과 동시에 단기적으로 포스코의 주가를 상승시키는 모멘텀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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