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유럽연합(EU)이 지난 24일 관세 환급을 제외하고 거의 모든 자유무역협정(FTA) 쟁점에서 합의를 도출했다. 양측은 오는 4월2일 통상장관 회담에서 일괄 타결을 추진할 계획이다.
KOTRA(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는 지난 25일 EU 20개국 현지기업과 수입업체를 설문 조사한 결과 한국 산업 가운데 자동차, 섬유·의류, 전자 등이 FTA 체결에서 최대 수혜를 입을 것으로 분석했다.
◇한국산 車, 대당 238만원 인하효과 기대
유럽 자동차 수입업체들은 FTA 체결로 한국산 자동차 한 대당 1300유로(이날 환율로 약 238만원)의 가격 인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전했다.
EU는 현재 한국산 자동차에 10% 수입관세를 부과하고 있어, 이것이 3~5년 내에 단계적으로 철폐되면 한국 자동차 가격이 한 대당 1000유로 이상 떨어질 수 있다. 특히 수입관세 환급이 인정되면 추가로 300유로를 인하할 수 있다.
유럽 완성차업체들이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부품 외부조달 비율을 현재 60%에서 70%까지 높일 계획이어서, 한국 자동차부품 업체들에겐 여러모로 큰 기회.
특히 유럽 자동차업체들 사이에 한국 자동차부품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이어서 FTA는 시장 확대의 기회가 될 전망이다.
프랑스 르노의 오딜 데포르주 구매 담당 이사는 "한국 부품의 가격경쟁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폐지된 관세로 5~10% 수준의 물류비용을 상쇄할 경우 더욱 매력적"이라고 평가했다.
독일 다임러도 "한국산 부품이 품질 대비 높은 가격 경쟁력을 갖췄다"며 "전장(電裝) 부품을 구매하는 데 관심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유럽 전자업체, 부품 구매선으로 韓 주목
독일 전자업체 지멘스, 핀란드 휴대폰업체 노키아 등은 가격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한국산 부품을 눈여겨 보고 있다.
스페인 최대 통신사 텔레포니카는 아웃소싱 대상 지역을 기존의 중남미 국가에서 세계로 확대하는 글로벌 얼라이언스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한국을 우선 조달 대상국으로 검토하고 있다.
한국 위성방송수신기(일명 셋톱박스)는 저가 중국산과 터키산에 밀려 고전하고 있지만 원화 약세와 관세 철폐로 가격 경쟁력을 회복할 전망이다.
EU의 엄격한 안전 기준을 충족시키기 위해 EU 신규 가입국가에서 산업용 장갑 수요가 크게 늘었다. 중부와 동부 유럽의 산업용 장갑 수요는 연 9% 가까운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벨기에 벨텍스의 티보 모나 아시아 수입담당자는 "한국산은 가격과 품질 모든 면에서 경쟁력을 갖추게 될 것"이라며 "유통업체가 주도하는 유럽시장 특성상 대형 유통사들과 공동으로 마케팅을 추진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조언했다.
FTA 체결을 앞두고 유럽에 진출한 한국기업들은 경영전략을 수정할 것으로 보인다. 직수출 비중과 한국산 부품 비중을 늘릴 전망이다.
관세와 물류비 부담 때문에 유럽에 공장을 세운 한국기업들은 현지생산 비용과 직수출 비용을 저울질하고 있다.
국내 디스플레이 패널을 수입해 폴란드에서 TV를 생산하고 있는 LG전자(066570)는 현지생산비와 직수출비를 비교해 비중을 조정할 방침이다.
한국타이어 헝가리 생산법인은 가격경쟁력 강화로 직수출을 확대할 예정이다.
현대자동차(005380) 체코 생산법인은 한국산 부품 조달 비율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 현지에 동반 진출한 한국 협력업체로부터 부품 구입단가를 낮출 수 있어, 연간 60억원의 비용절감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체코에서 자동차 부품 공장을 가동 중인 한화 L&C는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유럽 완성차업체에 납품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프랑스에 인접한 벨기에 몽스에 포크 리프트를 생산하고 있는 두산인프라코어(042670)는 원산지 기준 합의 내용에 따라 한국산 부품의 사용 비중과 현지 생산량을 조정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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