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직역 수호하려면 '리걸AI' 잘 활용해 무기로 써야"

[갈길 먼 AI변호사]
최경진 가천대 교수·한국인공지능법학회장
''AI 에이전트'' 본격화…법률 서비스 활용 시간문제
"''AI 인증제'', 수익 아닌 양질 추구 목적이어야"
"핵심은 투명·신뢰성…高부가가치 창출 노력 필요"
  • 등록 2024-12-09 오전 4:32:55

    수정 2024-12-09 오전 4:32:55

[이데일리 김범준 기자] “전 세계적으로 내년부터 본격적인 ‘인공지능(AI) 에이전트’ 시대가 열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변호사들이 진정으로 직역을 보호하고 싶다면, AI를 하나의 무기로 잘 활용할 수 있도록 리걸테크(법+기술) 산업을 이끌어야 합니다. ‘리걸AI’를 활용해 독립적으로 일하는 변호사들이 늘어남에 따라, 결국 법률 서비스의 질은 향상되고, 수요와 공급은 다양해져 새로운 기회가 창출될 것입니다.”

5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최경진 가천대 법학과 교수(한국인공지능법학회장)가 이데일리와 ‘리걸테크’ 관련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김범준 기자)


최경진 한국인공지능법학회장(가천대 법학과 교수)은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첨단 기술을 기반으로 한 현대적인 법률 서비스의 목적은 본질적으로 동일하다”며, “AI 기반 법률 서비스를 통해 많은 국민이 법의 테두리 안에서 더 신속하고 정확한 지원을 받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진정한 직역 수호란 직업적 특수성과 사명은 유지하면서도 새로운 시대에 맞춰 업무 방식을 변화시킬 수 있는 용기”라고 했다. 법조계가 구태의 ‘밥그릇 지키기’에 매몰되는 것이 아니라, 국민에게 양질의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고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의미다.

대한변호사협회(변협)는 지난 10월 ‘변호사 광고에 관한 규칙’ 제정안을 수정해 로펌 등 개별 변호사들의 AI 서비스 광고를 사실상 금지했다. 이에 따라 변호사들은 협회가 인증하고 책임 변호사가 감독하는 AI 프로그램 외에 이를 업무에 이용한다는 사실을 광고할 수 없으며, 소비자가 AI 프로그램을 직접 사용하거나 그 방식과 내용을 광고하는 것도 금지된다.

하지만, 최 교수는 정보의 비대칭성이 큰 법률 시장에서, 향후 AI를 활용할 수밖에 없는 변호사들이 자신이 얼마나 AI를 활용했는지 의뢰인에게 명확히 알리는 것이 대리인으로서의 책무이자 고객에 대한 충실 의무라고 강조했다.

그는 변협의 ‘AI 인증제도’ 도입 자체는 문제가 없다고 보면서도, 그 제도가 양질의 법률 서비스 제공이 아닌 수익 창출을 중심으로 접근된 점에서 광고 통제 문제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결국 그 목적이 잘못된 방향으로 향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최 교수는 “전 세계적으로 AI의 핵심은 투명성을 제고하는 것”이라며 “혁신은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지만, 안정적으로 지속 가능하게 하려면 법과 제도 등 시스템을 통해 신뢰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AI 인증제는 한국형 법률 서비스의 경쟁력을 높이고 리걸AI를 발전시킬 수 있는 방향으로 고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최 교수는 리걸테크가 만능이 아니며 기술에 대한 맹신을 경계해야 한다고 밝혔다. 생성형 AI의 일부는 할루시네이션(환각현상)을 일으켜 잘못된 법률 정보를 제공하거나 판단을 내릴 수 있는데, 이 경우 즉시 법적 권리를 잃게 되는 등 돌이킬 수 없는 중대한 피해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 교수는 “특수하고 전문적인 법률 서비스 분야에서 AI의 정확성을 보장하려면 시행착오가 필요하며, 이를 검증하고 구축하는 과정은 결국 법조계의 몫”이라고 말했다. 이어 “단순한 노동에 집착하기보다는 AI를 활용해 고차원적인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렇게 되면 오히려 변호사로서 할 수 있는 영역이 더 넓어지고, 일반 변호사에서 전문 변호사 시대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양질의 리걸AI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법원 판결문을 통한 정확하고 다양한 데이터 학습이 필수적이다. 그런데 이 때 개인정보 공개와 보호 사이의 갈등이 존재한다.

최 교수는 “미국과 중국 등 해외에서는 이미 수많은 법률과 판례를 데이터로 학습한 거대언어모델(LLM) 기반의 리걸AI 서비스가 활발히 활용되고 있다”면서 “그 영향력이 매우 크기 때문에 국내 시장까지 잠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우리도 연구·개발에는 실명 등 정보가 포함된 원본 판결문을 활용하되, 서비스로 활용될 때 외부에 공개되지 않도록 가명 처리(비식별화)를 철저히 하면 된다”며, “민간에 권한과 책임을 함께 부여하는 전향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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