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지완 기자] 젬백스(082270)의 진행성핵상마비(PSP) 치료제 ‘GV1001’ 임상 3상 성공을 위한 밑그림이 완성됐다. 젬백스는 임상규모, 용법, 임상자 선별 등에서 치밀하게 GV1001 FDA 품목허가를 정조준했다.
22일 젬백스에 따르면, GV1001의 PSP 임상 3상은 내년 4분기를 전후해 미국, 한국 등 다국적 임상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임상 2b상은 생략한다.
GV1001의 임상 2a상은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 승인 아래 국내 임상으로 진행됐다. 하지만 미국 식품의약국(FDA) 기준으로 진행했다. 젬백스는 FDA로부터 GV1001 2a상 국내 임상 2상을 인정받고 3상 임상시험계획(IND)을 승인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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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상, 200명 예정...임상군도 정밀하게 조정
임상 3상 디자인은 2a상 분석을 토대로 변경될 가능성이 높다.
김상재 젬백스 회장은 “세계적인 PSP 석학들과 함께 일주일에 한번 화상 컨퍼런스콜 미팅을 진행 중”이라며 “초기에 0.56㎎ 면역력을 높여준 뒤, 1.12㎎를 투약하면 치료 효과가 가장 클 것 같다는 것이 공통된 의견”이라고 전했다. 이어 “임상 2a상 전체 데이터와 연장 치료 데이터를 종합해 결과를 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임상 2a상이 끝난 뒤 임상자 전원(투약군, 위약군 구분없이)에게 GV1001 1.12㎎를 12개월간 투약하는 연장치료를 진행 중이다.
김 회장은 “노르웨이에서 GV1001을 처음 만들 때 면역력을 활성화하는 약으로 만들었다”며 “실제 0.56㎎에서 면역 체계를 가장 많이 자극(활성화)했다. 이번 임상에서도 0.56㎎군에서 같은 결과가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GV1001은 1989년부터 노르웨이 노르스크 하이드로가 레디움 대학병원의 구스타프 가우더넥 교수와 개발한 항암면역 체료제다. GV1001은 최초 면역 체계를 활성화해 암세포를 인식하고 죽이는 기전의 암 백신으로 개발됐다.
임상규모는 200명이 유력하다.
김 회장은 “투약군 100명, 위약군 100명 등 총 200명 규모로 계획 중”이라며 “다만, 큐어PSP(CurePSP)와 협력 과정으로 임상 규모는 조정될 수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후속 임상에선 약 효능을 확실하게 볼 수 있는 환자군으로 선별할 계획이다.
김 회장은 “초고령자는 기저 질환이 많고 면역력이 저하돼 약 효능을 제대로 살피기 어렵다는 것이 2a상을 통해 확인됐다”며 “3상에선 60대 이하의 환자군으로 임상자를 제한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초고령자는 여러 만성 질환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런 환자들은 여러 약물 동시 복용을 한다. 이는 여타 약물과 상호 작용해 치료제 효능을 살피기 어렵게 한다. 특히 나이가 들수록 간 기능과 신장 기능이 저하돼, 체내 약물 분해·배출 속도가 느려진다. 약물 농도와 작용에 영향을 미친다. 환자에 따라선 약물 감수성이 저하된다.
펜타입 자가투약으로 임상비 절감
임상비용은 대폭 줄어들 전망이다. 김 회장은 “FDA 임상 3상을 위해 현재 미국 샌디에이고에 위치한 위탁생산(CMO) 회사에서 밸리데이션을 진행 중”이라며 “내년 9월이면 치료제 생산이 가능해, 임상 진입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놀라운 사실도 공개했다. 그는 “미국에서 GV1001은 가정용 냉장고에 보관 가능한 펜(pen)타입으로 개발 중”이라며 “비만약처럼 자가투약이 가능할 전망”이리고 밝혔다. 이어 “PSP 환자가 2주마다 병원 내원으로 발생하는 교통비(택시비), 병원비 등이 크게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개발된 GV1001은 반드시 의료용 특수냉장고에 보관해야 한다.
PSP 환자들은 거동이 불편해 이동에 휠체어를 이용하고 보호자들이 동반한다. 그럼에도 투약엔 1초가 채 걸리지 않는다. 임상자와 보호자가 힘들어하는 이유다. 특히, 미국처럼 병원 접근성이 떨어지는 환경은 많은 임상 포기자를 유발한다. 환자 또는 보호자가 치료 효과가 크지 않다고 판단하면 임상을 중도 포기할 수 있다.
김 회장은 “가정용 냉장보관·펜타입으로 투약법이 바뀌면 임상 비용이 절반 가까이 줄어들 것”으로 추정했다.
현 상황에서 GV1001 임상 3상은 여러 국제기관으로부터 임상비용 중 상당액을 지원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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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작용없고 투약간편...신속승인 유력
자가투약과 관련한 우려엔 선을 그었다.
그는 “300~500cc가량 투약해 뇌부종 부작용이 있는 치매 치료제가 있어 우려가 나오는 것 같다”며 “GV1001은 미량의 약물을 주입하는 피하주사제로, 1989년 개발 이후 한 차례도 부작용이 없었다”고 강조했다.
GV1001의 치료제가 특수 냉장고 보관 문제만 해결된다면, 자가투약에 최적화된 약이라는 설명을 곁들였다.
김 회장은 직접 주사기를 꺼내 시범을 보였다. 주사기의 엄지 누름대가 쑥 들어가며 고무패킹이 순식간에 끝단에 닿았다. 물 1~2방울이 떨어지자 투약이 끝난 것이다.
상업화에 대한 기대감은 무르익었다.
그는 “GV1001은 의심할 여지가 없는 FDA 신속심사 대상”이라며 “대규모 임상에서 투약군과 위약군 간 통계적 차이가 난다면 상업화 급물살을 탈 것”이라고 내다봤다.
FDA는 기존에 치료법이 없는 중대 질병이나 신규 치료제가 시급한 경우 패스트트랙(Fast track)으로 지정해 심사 기간을 단축한다. 이 외에도 중대 발병에 대한 치료제로서 획기적인 치료 효과를 보이거나 결과에 재고의 여지가 없이 확실한 경우 우선심사 대상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