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내가 죽었다면"...동거녀 찌른 군인 살해한 남성의 울분 [그해 오늘]

  • 등록 2024-09-25 오전 12:02:30

    수정 2024-09-25 오전 12:02:30

[이데일리 박지혜 기자] “10년 만에 꿈에 그리던 결혼을 한다고 좋아했던 예비신부가 허망하게 간 것도 마음 아픈데 일각에서 치정인 듯 의심하는 게 너무 어이없고 화가 난다”

2015년 9월 25일 한 매체에 이 같은 내용의 이메일이 도착했다. 그 전날 새벽 서울시 노원구 공릉동 한 다가구주택에서 발생한 살인사건에 연관된 남녀에 대한 이야기였다.

범행 전 CCTV에 찍힌 장모 상병의 모습 (사진=YTN 뉴스 캡처)
사건 당시 휴가 나온 군인 장모(당시 20) 상병이 공릉동 주택에 침입해 여성 박모(당시 33) 씨에게 흉기를 휘둘러 숨지게 하고, 자신은 양모(당시 36) 씨의 흉기에 찔려 숨졌다. 박 씨와 양 씨는 그해 11월 결혼식을 앞둔 예비부부였다.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술에 취한 장 상병이 범행 전 여기저기 왔다갔다하고 아무 집이나 창문을 두드리고 깨는 등의 모습을 보인 사실이 CCTV 영상을 통해 드러났다.

결국 장 상병은 모르는 집에 충동적으로 들어가 주방에서 흉기를 들고 잠자던 박 씨를 살해한 것이다. 옆방에서 자고 있던 양 씨는 비명에 놀라 곧바로 뛰쳐나왔고, 몸싸움 끝에 흉기를 빼앗아 장 상병을 숨지게 했다.

당시 장 상병이 왜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에게 흉기를 휘둘렀는지는 큰 의문이었다.

장 상병을 살해한 혐의(살인)로 양 씨를 불구속 입건한 경찰은 박 씨와 장 상병이 내연 관계였다거나 양 씨가 장 상병이 침입하기 전 박 씨를 살해했을 것이란 의혹에 대해 모두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했다고 선을 그었다.

흉기 손잡이와 숨진 박 씨의 손톱에서 장 상병의 DNA가 검출됐고 박 씨와 장 상병의 손에서 같은 섬유물질이 발견됐지만 박 씨의 손에서 양 씨의 DNA는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거짓말탐지기 검사에서도 양 씨가 “장 상병이 박 씨를 살해하고 나에게도 흉기를 휘둘러 빼앗았다”고 진술했을 때 ‘진실’ 반응이 나왔다고 경찰은 밝혔다.

‘공릉동 살인 사건’ 현장 (사진=연합뉴스)
일부 언론은 장 상병이 양 씨 집으로 들어가기 전 여성의 비명이 들렸다는 의혹을 제기했으나, 경찰은 장 상병이 양 씨 집에 침입한 지 2분 뒤 인근 주민이 여성의 비명을 들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했다.

장 상병이 박 씨와 양 씨 집에 침입한 동기에 대해선 “장 상병이 과거 양 씨 집 인근에 살았던 적이 있고, 주변인들은 평소 장 상병이 술만 마시면 다소 과격해지는 경향이 있다고 입을 모았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양 씨가 장 상병을 흉기로 찌르는 행위 외 당장 닥친 위험을 제거할 다른 방법을 찾을 여유가 없었다는 점이 사회 통념상 인정된다”며 양 씨의 ‘정당방위’로 결론지었다. 검찰도 사건 발생 2년 만인 2017년 같은 판단을 내렸다.

수사기관이 살인 피의자의 정당방위를 인정한 것은 지난 1990년 자신의 애인을 성폭행한 남성을 격투 끝에 숨지게 한 박 모 씨 사건 이후 25년 만이다.

양 씨는 9년간 만난 연인을 잃은 슬픔도 슬픔이지만 ‘장 상병이 박 씨를 살해한 범인이 아닐 수도 있다’는 한 시사교양프로그램의 방송 이후 살인자로 몰리면서 지옥 같은 시간을 보내야만 했다.

당시 그는 한 라디오 방송을 통해 “그대로 갔으면 피해자 대우를 받을 수 있었을 텐데 저만 살아남아서, 여자친구 부모님께 저는 죄인인 거다. (그런 상황에서) 정당방위를 주장하면 양심이 없어 보이잖나. 그래서 말을 아꼈는데 특정 언론사에서 다른 식으로 방송이 나갔다”고 토로했다.

이후 양 씨는 해당 방송사를 상대로 명예훼손을 주장하며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했으나, 재판부는 “사건의 살인 동기 등이 명확하지 않아 언론 보도가 계속되는 상황이었으므로 공공의 이익이 인정된다”며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시선집중 ♡.♡
  • 몸짱 싼타와 함께 ♡~
  • 노천탕 즐기는 '이 녀석'
  • 대왕고래 시추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I 청소년보호책임자 고규대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