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도로'에서 발생한 대형 참사…원인은 이랬다[그해 오늘]

  • 등록 2023-10-27 오전 12:01:00

    수정 2023-10-27 오전 12:01:00

[이데일리 김민정 기자] 2000년 10월 27일, 전북 장수군 번암면 88올림픽고속도로에서 교통사고가 발생해 21명이 숨지고 7명이 부상을 당한 대형 참사가 발생했다.
(사진=KBS 보도화면 캡쳐)
이날 사고는 경남 함양에서 남원 쪽으로 달리던 17t 트레일러와 남원에서 대구로 가던 유림관광 소속 관광버스(21명 탑승)가 정면 충돌한 뒤 버스를 뒤따르던 무쏘 승용차가 버스를 뒤에서 들이받으면서 일어났다.

사고가 난 관광버스는 대구 북현동 신원교회 신자 21명을 태운 채 지리산 단풍구경을 다녀오던 길이었고, 화물트럭은 길이 17m짜리 흄관 20여 개를 싣고 군산으로 가던 중이었다.

당시 사고 현장은 아비규환이었다. 트레일러는 5m 아래 언덕으로 떨어져 전복돼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부서졌고, 관광버스는 가드레일을 들이받고 추락 직전 멈춰 섰으나 차량이 3분의 1정도 흉하게 찌그려져 있었다.

경찰은 당시 3대의 사고차량 운전사 모두가 숨져 사고원인을 파악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사고 원인은 대구에서 남원 방향으로 달리던 화물트럭 곡선 구간에서 무리한 추월을 하면서 발생했다.

사고가 발생한 곳은 지리산휴게소부터 내리막길이 끝나는 지점, 무려 6.5km에 이르는 내리막길은 88올림픽고속도로에서도 대표적인 위험구간으로 꼽힌다. 특히 제동거리가 긴 대형차는 방심하기만 하면 대형 사고를 낳기 십상이다.

그런데 화물트럭 운전자는 이 구간에서 무리한 추월을 했고, 쏠림현상으로 반대 방향인 대구 방향 차로 침범했다. 이어 화물트럭은 반대 방향 차로를 주행 중이던 관광버스와 추돌 후 추락했으며, 추돌한 버스를 뒤따르던 승용차도 버스와 충돌했다.

(사진=KBS 보도화면 캡쳐)
당시 도로 상태는 90도에 가까운 커브길이 많지만 왕복 2차선 고속도로였기 때문에 중앙분리대가 없는 고속도로였다. 이에 맞은편 차량이 없을 경우 추월을 시도하다가 맞은 편 차량과 충돌, 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환경이었다.

이 시기의 영동고속도로는 횡계~강릉 구간을 제외하면 왕복 4차로로 확장됐고, 횡계~강릉 구간은 왕복 4차로 확장에 이설하는 형태로 확장 공사 중이었다. 영동고속도로와 연결되는 동해고속도로도 이와 연계해서 왕복 4차로 확장 및 이설 계획이 잡혀 있었지만 88올림픽고속도로는 왕복 2차로 고속도로 특유의 문제가 있음에도 확장공사 계획이 잡혀 있지 않았다.

여기에 관광버스에 탔던 승객 상당수가 안전벨트를 메지 않아 희생이 더 컸었다. 결국 안전을 무시한 과속운전과 승객들의 부주의, 그리고 열악한 도로여건이 낳은 대형참사였다.

해당 사고가 발생하기 2개월 전에도 경상남도 합천군 가야면 성기대교 구간에서 대구 방향으로 가던 통학버스와 탑차가 충돌, 탑차 운전자와 전남대학교 학생 1명이 사망한 사고도 있었다.

이러한 사고에도 확장공사가 진행되지 않자 88올림픽고속도로를 지나는 지역민들이 모여 만든 단체에서 2007년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결국 2008년 확장 및 선형개량이 되지 않은 나머지 구간에 대한 왕복 4차로 확장 및 개량공사가 착공됐으며, 2015년 12월에 왕복 4~6차로의 확장공사가 완공됐다.

이번 사고가 발생한 후 전 구간이 왕복 4~6차로로 확장돼 광주대구고속도로라는 이름이 바뀔 때까지 88올림픽고속도로는 죽음의 도로, 살인도로, 마의도로 등으로 불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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