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진한 ‘밤의 태양’(Sun at Night·2021)(사진=누크갤러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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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보기만 해도 뜨거운 붉은 색조가 가득하다. 어지럽게 치고 나간 붓선이 강렬한데, 이 붓을 잡은 작가는 이조차 어느 밤의 풍경이란다. 어둠에 가려진 태양이 꿈틀대는 중이라고.
작가 이진한(39)은 일상에 자극을 주는 자신만의 상징을 화면에 담는다. 그중 특히 마음에 담아둔 모티프가 있다면 ‘언어’란다. “관객을 꽉 채운 연극무대의 모놀로그처럼 사적인 언어가 세상의 언어와 충돌하는 공간”이라고 자신의 그리기 작업을 설명한다. 그 격렬한 충돌이 때론 환각적인 풍경으로, 환상적인 색감으로 변주되며 ‘언어의 역할을 대신 수행하는 회화’에 대해 고민케 했다는 거다.
덕분에 작가의 작품은 드러낸 것보다 숨긴 게 더 많다. 우리에게 꺼내놓는 말보다 삼키는 말이 더 많듯이. 가뜩이나 원색이 도드라져 보이는데, 그에 붙인 빠르기가 가속을 만든다. 덩어리가 매단 속도감이니 그 힘이 단순치 않다.
이 힘을 만든 작품들에도 감춰둔 스토리가 있다. 6년 전 한 모임에서 미국 개념미술가 마사 로슬러가 좌중에 던진 ‘농담’이란다. 당시 허공을 향해 바이올린을 켜던 그이의 제스처가 꽤 강했던 모양이다. ‘밤의 태양’(Sun at Night·2021) 등 신작에 슬쩍슬쩍 흘린 듯 그린 ‘바이올린’이 이번 그리기에 ‘언어’가 됐다.
27일까지 서울 종로구 평창34길 누크갤러리서 여는 개인전 ‘마사의 소문’(Martha’s Rumour)에서 볼 수 있다. 리넨에 오일. 200×180㎝. 작가 소장. 누크갤러리 제공.
| 이진한 ‘냄새 맡는 것과 소리 듣는 것’(Smelling and Listening·2021), 리넨에 오일, 160×220㎝(사진=누크갤러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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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진한 ‘무제’(푸른 바이올리니스트·Blue Violinist 2·2021), 리넨에 오일, 18.5×26㎝(사진=누크갤러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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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진한 ‘마르타의 붉은 바이올린’(Martha’s Red Violin·2021), 리넨에 오일·아크릴, 160×220㎝(사진=누크갤러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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