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규모의 독립 온라인 마케팅 에이전시인 퍼플프렌즈의 독특한 회사 근무 규정이다. 이수형(42) 퍼플프렌즈 대표는 “온라인 마케팅의 경쟁력을 높이는 원천은 일에 대한 즐거움”이라며 “본인이 즐기면서 일을 할 수 있는 날에 집중해서 근무할 수 있도록 이 같은 근무원칙을 정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날씨가 쾌청한 어느날 아침, 출근이 마뜩찮은 직원은 회사에 전화로 통보하고 하루 쉴 수 있다. 그렇다고 여느 회사처럼 근무태도가 불량하다고 낙인찍힐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오히려 회사 인사팀은 이런 직원을 회사 규정을 제대로 준수하는 모범직원으로 평가하며 직원들에게 ‘날씨근무제’ 활용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
퍼플프렌즈는 온라인 및 모바일 광고 대행을 주력으로 하는 업체로 지난해 10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직원은 55명 규모이며 올해 매출은 250억 원 돌파를 목표하고 있다. 이베이코리아, GSK, 콴타스항공, 특허청, 서울시, 여성가족부, 선관위 등 50여개의 회사 및 정부 기관을 주요 고객으로 확보하고 있다.
“일은 무조건 재미있어야 한다. 웃음과 유머가 풍부한 기업은 아이디어 회전력이 좋고, 덩달아 회사 분위기가 밝을 수 밖에 없다.”
창업 전 대우증권에서 근무한 적이 있는 이수형 대표는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는 경영철학을 한 단계 진화시킨 자신만의 경영관을 고집한다. “할 일이 세상에 넘쳐나는데 이왕이면 재미없는 일보다는 재미있는 일에 몰두할 수 있는 회사에 몸을 담아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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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과 유머로 넘쳐나는 사람들은 대체로 상상력이 풍부하며 풍자적이다. 직원들의 웃음과 유머는 우리 회사가 오늘날 탄탄한 기획력을 갖춘 경쟁력 있는 회사로 발돋움하게 한 일등공신이다.”
이 대표는 ‘펀 경영’이야말로 회사 경쟁력의 원천이라고 확신한다. 규모는 중소업체이지만 직원들의 복지를 웬만한 대기업 버금가게 운영하는 것도 재미있는 회사를 만들기 위한 구상에서다. 특히 이 회사에서는 쓰지 않고 이월된 휴가에 대한 종료시점이 없다. 나중에 언제든지 사용하지 않은 휴가는 모아 한꺼번에 쓸 수 있다.
여기에 안식 휴가 제도도 파격적이다. 6년 장기근무하면 휴가 30일에 휴가비 100만 원을, 9년을 근무하면 휴가 60일에 200만 원의 휴가비를 회사가 지원해준다.
이 회사의 연봉 협상제도 또한 기발하다. 근무 기간에 관계없이 1년에 몇 차례라도 회사 대표와 연봉 협상을 할 수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입사 1년된 직원들이 평균 2번씩 연봉 협상을 이 대표와 할 정도로 이 제도는 활성화되어 있다.
이 대표는 “희망 연봉이 회사 측과 직원 모두 비슷하기 때문에 연봉협상은 1분 이내에 잘 마무리되는 게 대부분”이라며 “재미있는 것은 연봉 협상을 한 직원 모두의 임금이 올라갔다”고 귀띔했다.
이 회사의 온라인 마케팅에도 ‘펀 경영’의 철학이 그대로 묻어나는 사례가 많다. 재미있고 기발한 ‘펀 캠핑’ 아이디어를 낸 대학생을 선정해 무료로 해외 여행을 보내주는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12월 중견여행업체 여행박사에 제안해 올해부터 시행하고 있는 아이디어다.
퍼플프렌즈라는 회사명도 독특하다. 퍼플(보라색)은 이 대표가 감명깊게 읽은 세스 고딘이 저술한 ‘보랏빛 소가 온다’에서 따왔다. 보랏빛 소는 평범하지 않는 깜짝놀랄 만한 제품과 서비스, 광고를 의미한다. 이 대표는 그래서 회사 슬로건도 모두가 깜짝놀랄 만한 것을 뛰어넘는 광고를 만들겠다는 의미에서 ‘비욘드 더 리마커블(Beyond the Remarkable)’로 정했다.
‘펀 경영’을 모토로 하는 이 대표가 회사의 독특한 컬러인 ‘퍼플’을 놓칠 리 없다. 지난해에는 보라색 옷을 가장 맵시있게 차려입은 직원들을 시상하는 ‘퍼플 베스트 드레서’ 경연대회를 열었다. 보라색 복장을 한 직원들의 사진을 회사 페이스북에 올려 일반인들로부터 가장 좋은 반응을 얻은 3명을 뽑아 푸짐한 상품을 수여했다.
퍼플프렌즈의 ‘펀 경영’은 이제 회사를 뛰어넘어 사회로 확산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특히 이 회사에서 운영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페이스북의 회원 수가 2만6000명을 뛰어넘어 조만간 3만 명을 돌파할 기세다. 광고대행사 가운데는 회원 수가 단연 최대 규모다.
사회를 밝고 즐겁게 하기 위한 다양한 캠페인과 대외행사를 끊임없이 운영한 게 비결이다. 지난해에는 동물사랑실천협회와 함께 복날에 ‘STOP IT!’이라는 동물사랑 실천 캠페인을 플래시 몹 형태로 서울 명동과 홍대 등에서 펼친 게 큰 호응을 얻었다.
이 회사는 펀 경영을 조직 전체로 확산시키기 위해 구성원을 채용할 때도 ‘펀 경영’에 도움이 될 만한 사람들만 꼽는 것으로도 정평이 나 있다. 이 회사는 인력 채용의 기준을 ‘PPLFS(Passion, Positive, Love, Fun, Smart Person)’로 명문화하고 이 기준에 적합한 지원자만 합격을 시킨다.
“재미있고 유머가 넘치는 사람들과 인터뷰하다보면 시간이 지날수록 기가 느껴지며 즐거워진다. 바로 이런 사람들을 우리 회사는 필요로 한다.”
부서별로 저녁 회식비나 식사비용 한도를 없앤 것도 이 대표의 펀 경영이 반영된 결과다. 회사 내에서 뿐 아니라 밖에서도 회사 직원들끼리 재미있고 즐거운 직장이라는 연대감을 강하게 하기 위한 전략에서다.
“퍼플프렌즈를 대한민국에서 가장 행복하고 즐거운 회사로 만드는 게 궁극적인 목표이자 꿈이다.” 이 대표는 ‘펀 경영’이 정착되면서 직원들 대부분이 수동적이 아닌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업무자세를 갖게 됐다고 강조한다. 이직률도 업계 최저 수준이다. 지난해 전체 50여명의 직원 가운데 퇴사한 인력은 단한명 뿐이다. 그것도 학업을 위해 개인 사정으로 어쩔 수 없이 퇴사한 경우다.
“일과 노는 것은 따로따로가 아니다. 노는 것처럼 일하고, 일하는 것처럼 노는 회사 문화가 정착될 때 펀 경영은 활짝 꽃이 피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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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규상 소장의 유머콕칭!]
이수형 대표는 늘 직원들에게 “일은 재미있느냐?”라고 묻는다. ‘일은 무조건 즐거워야 된다’라는 그의 철학에서 나오는 무조건적 반응이다. 뇌는 재미있으면 활성화되기 때문에 더욱 긍정적이 되고 불가능보다 가능성을 찾는다. ‘퍼니지먼트’는 리더의 즐거움과 재미에 대한 철학을 먹고 자란다.
2. 회의때마다 15초 웃음에 도전하라.
혼자 웃을 때보다 함께 웃을 때가 33배 효과가 좋다고 한다. 함께 웃는다는 것은 에너지를 공유하는 일이다. 조직속에 있는 부정적 에너지를 씻어내는 과정이다. 갑갑한 사무실을 훈훈하게 만드는 가장 간단한 힘은 아침부터 전 직원이 크게 웃고 시작하는 것이다. ”자, 오늘 크게 한번 웃고 시작합시다. 하하하“ 용기있는자가 미인도 얻지만, 행복도 덤으로 얻는다.
3. 재미있게 주인의식을 갖게 하라.
스위스의 철학자 힐티는 일터에서의 행복이 가능하다고 확신했다. 주인의식을 갖게 되면 일을 행복하게 할 수 있다고 한다. 퍼플프렌즈에서는 언제든지 자신의 성과에 맞는 대접을 받기 위해 연봉을 재협상할 수 있다. 자신의 몸값을 업그레이드하면서 주인의식을 키우고 프로처럼 행동한다. 진정한 즐거움은 프로가 되어가는 자신의 모습을 확인할 때다. 직원의 주인의식을 자극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