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김중수 총재의 직설화법

  • 등록 2013-01-21 오전 7:00:00

    수정 2013-01-21 오전 8:03:01

[이데일리 장순원 기자]“뭐 별 내용 있겠어”

최근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 초청 외신기자클럽 간담회장을 찾은 기자들 사이에선 이런 말들이 오갔다. 이날 주제가 며칠전 발표된 ‘2013년 경제전망’이었던데다 김 총재가 평소 완곡한 화법을 쓰는 터라 특별한 뉴스가 나올 리 없다는 게 기자들의 생각이었다.

그러나 행사 직전 배포된 간담회 자료를 보고 기자들은 흠칫 놀랐다. “엔화가치가 큰 폭으로 떨어져 환율변동성이 커지면 적극 대응하겠다”는 메시지가 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김 총재가 환율 문제에 관해 말을 아껴왔던데다, 특정 통화(엔화)를 직접 거론하는 건 극히 이례적이었다.

김 총재는 며칠 후 은행장들과 가진 금융협의회에서도 비슷한 태도를 보였다. “선진국이 양적 완화 정책을 생각보다 빨리 전환할 수 있다”며 긴장감을 불러일으켰다. 양적 완화에 대한 출구전략을 처음 언급한 것이다.

최근 김 총재가 직설화법을 통해 시장에 강력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분명 예전과는 다른 모습이다. 그간 김 총재는 애매한 화법으로 상반된 시그널(신호)을 주며 시장에 혼란을 키웠다는 비판을 받았다. 그러다 보니 중앙은행은 시장의 신뢰를 잃고, ‘불통중수’라는 비아냥도 들어야 했다.

김 총재의 이런 모습을 두고 한은 내부에선 자연스러운 변화 아니겠냐고 두둔한다. 공무원들이 손을 놓고 있는 상황에서 총재라도 나서 불확실성이 팽배한 시장에 강력하고 분명한 시그널을 던져 불안감을 누그러트리는 게 필요하다는 논리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다르다. 김 총재 발언이 시장에서 약발이 먹히지 않으니 고육지책으로 점점 더 강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해석한다. 외환시장의 한 관계자는 “시장이 뜻대로 움직이지 않으니 목소리를 더 크게 내는 셈인데 효과는 크지않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정권 교체기 한은 총재의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 무리수를 두는 게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한다. 김 총재는 취임 이후 내내 시장보다는 정부 정책공조에 치중해 시장 안팎의 비난을 자초했던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분명한 것은 목소리가 커진다고 실추됐던 한은의 위상이 갑자기 올라가진 않는다는 점이다. 약화한 통화정책이 신뢰를 회복하는 것도 아닐 것이다. 정권교체기 불확실성이 심화할수록 더욱 외풍에 흔들리지 않고, 본연의 길을 묵묵히 가는 총재의 리더십이 더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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