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중국서 가장 인기있는 직업은…

'공무원' 부패상징이자 선망대상
시진핑, 부패척결 넘어야 할 산 많아
  • 등록 2012-11-28 오전 6:00:00

    수정 2012-11-28 오전 6:00:00

[상하이=이데일리 양효석 특파원] 최근 중국인 친구로부터 질문을 받았다. 한국에서 가장 인기있는 직업이 무엇이냐는 것이다.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전문직이나 정년퇴임을 보장받을 수 있는 교사·공무원 등이 인기 직종이라 답했다. 중국인 친구도 공무원이 중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직업이라는 말이 되돌아왔다. 하지만 이유는 달랐다. 중국에선 ‘공무원=권력=돈’이란 공식이 통하기 때문이다.

지난 25일 치뤄진 중국 공무원시험은 53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2만800명 공무원 모집공고에 전국에서 150만명 이상이 모였다. 10년전 응시자 수보다 30배나 늘어난 숫자다. 표면적으로 공무원이 인기 직종인 것은 직업 안전성과 사회보장제도 때문이다. 하지만 그 속내는 다르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산하의 환구시보 조차 공무원을 ‘거부할 수 없는 유혹의 직업’이라고 표현했다. 검은 부수입을 통해 거액의 부를 쌓는 일이 공무원의 상징처럼 각인됐다.

정상적으로는 수 개월이 걸리는 행정절차도 급행료만 내면 수 일내 해결될 수 있다고 중국인들 스스로가 말한다. 올들어 중국의 국주(國酒)라 불리는 마오타이(茅台) 가격이 폭락했다. 경기부진 탓도 있지만 공무원의 과다접대를 금지한 탓이 더 컸다. 마오타이는 그동안 ‘마오타이를 마시는 사람은 사지 않고 사는 사람은 못 마신다(喝者不買 買者不喝)’는 말이 유행할 정도로 뇌물성 선물로 많이 활용됐다.

군(軍)내 부패문제도 심각하다. 장교 승진을 위해 뇌물을 바치는 것은 예사다. 군용 부지를 부동산 개발업자에게 싸게 팔고 뒷돈을 받다가 걸린 일도 있고 모병 간부가 지원자에게 뇌물을 받는 일도 발생했다.

중국 관영 신화망이 매년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부패척결은 지난 2009년부터 2012년까지 늘 이슈가 되어왔다. 특히 올해는 ‘중국이 미래발전에 직면한 최대 과제’를 묻는 질문에 부정부패가 70.5%로 1위를 차지했다.

중국 공무원의 부패는 정치시스템과 연계된다. 공산당 일당체제 아래 행정부, 입법부, 사법부, 군대가 한 몸처럼 움직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13억 중국을 이끄는 힘이자 병폐가 됐다. 언론과 인터넷 여론까지 철저히 통제되다 보니 누구 한 명 나서서 부패를 지적하지 못한다. 자칫 부정부패를 보도했다가 언론사 사장이 교체되기도 하고 인터넷 포털사이트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선 아예 관련 키워드가 검색이 안 될 정도다.

이를 깨달은 후진타오 국가주석과 원자바오 총리도 지난 2011년초 “부패척결에서 실질적 효과를 거둬 국민의 신임을 받겠다”고 강조했지만 쉽지 않은 일이 됐다. 이제 정권이 바뀌어 시진핑 당 총서기가 취임 일성으로 부패척결을 강조했다. 공산당원과 간부들로부터 발생된 부패, 민심 이반, 형식주의, 관료주의는 해결해야 될 문제라는 얘기다. 그러나 이 또한 중국인들은 잘 믿지 않는 눈치다. 부패를 감시해야 할 공무원도 부패했는데 누가 누구를 고칠 수 있다는 것이냐는 반응이다. 시진핑이 부패척결을 하기 위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때로는 자신의 수족을 잘라내는 결단이 필요하다. 그 중에서도 중국인 민심을 사로잡는 일은 가장 어려우면서도 필요한 일이다. 시진핑 정권 10년이 지날 무렵 2022년 중국의 모습은 어떨지 기대해 본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누가 왕이 될 상인가
  • 몸풀기
  • 6년 만에 '짠해'
  • 결혼 후 미모 만개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I 청소년보호책임자 고규대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