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서 재미·정보 찾다가 이젠 '쇼핑'으로 전환"

서황욱 유튜브 한국·중화권 콘텐츠 총괄 인터뷰
유튜브 한국 도입 16년…'크리에이터 경제 생태계 구축'
'광고·월 구독'에 이어 '쇼핑'…크리에이터 수익화 확장
6월 유튜브 쇼핑 전용스토어 전 세계 첫 론칭
  • 등록 2024-09-29 오전 6:00:00

    수정 2024-09-29 오전 6:00:00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2008년초 강남의 한 클럽에선 유튜브를 알리는 파티가 열렸다. 한국어 페이지가 그 해 1월에 론칭된 후 두 어달 지난 시점이었다. 유튜브 한국·중화권 콘텐츠 파트너십을 담당하는 서황욱 총괄은 왁자지껄한 상황 속에서도 사람들끼리 수근대며 “한국에서 유튜브가 되겠어”라는 말을 들었다. 당시 쌀쌀한 날씨만큼이나 유튜브에 대한 한국의 첫 반응은 차가웠다. 당시만 해도 해외 서비스가 한국에 와서 성공한 사례가 없었을 뿐 아니라 영상 콘텐츠는 제작사 등 전문가 집단에서 만드는 것이고 일반인이 자신의 스토리가 담긴 콘텐츠를 만드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서황욱 유튜브 한국 및 중화권 콘텐츠 파트너십 총괄
그 뒤 16년이 지났다. 서황욱 유튜브 한국 및 중화권 콘텐츠 파트너십 총괄은 ‘구글코리아 20주년’ 기념으로 최근 이데일리와 강남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갖고 “유튜브 초반에는 K팝, 방송국과 협력했으나 개인창작자인 크리에이터로 협력의 폭을 넓혀갔다”면서도 “크리에이터가 좋은 콘텐츠를 만들면 콘텐츠 사용자가 늘고 이에 따라 광고가 붙고 광고 수익의 상당 부분이 다시 크리에이터한테 가고, 이를 바탕으로 크리에이터는 더 좋은 콘텐츠를 만드는 식의 선순환 구조는 유튜브 초반이나 지금이나 같다”고 밝혔다. 이런 방식의 크리에이터 중심의 경제 생태계를 만든 것은 유튜브가 처음이었다.

“‘쇼핑’으로 크리에이터 수익화 모델 확장”

서 총괄은 2007년 구글에 입사한 후 2008년 유튜브를 한국에 들여온 인물로 유튜브 한국 페이지의 시작과 현재를 같이 하고 있다. 서 총괄은 “크리에이터 경제 생태계가 단순히 크리에이터 뿐 아니라 편집, 자막 등 제작과 관련된 일자리를 비롯해 크리에이터가 직접 회사를 설립하는 등 확장되고 있다”고 밝혔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 연구에 따르면 영국 국내총생산(GDP) 내 유튜브의 경제적 기여도는 2조 5000억원(14억 파운드, 2021년)로 추정됐다.

크리에이터 경제의 선순환이 이뤄지기 위해선 크리에이터가 계속해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하는데 그것이 처음에는 광고였지만 광고 시장은 한계가 있어 슈퍼챗(별풍선과 유사), 유튜브 프리미엄 등 유료형 구독 모델 등으로 확대해왔다고 설명했다. 서 총괄은 다음 단계로 ‘쇼핑’을 보고 있다. 서 총괄은 “사용자들은 처음에는 ‘재미’를 찾아 유튜브에 왔고 그 다음은 지식이나 정보 탐색으로 전환됐다. 실생활에 유용한 정보는 글보다 영상이 더 적합한 커뮤니케이션이기 때문”이라며 “그 다음에 얻고자 하는 것은 ‘쇼핑’이라고 생각한다. 사용자는 즐기기 위해 유튜브에 왔다가 궁금한 것을 찾고 그 다음 수순은 무엇인가를 구매하기 위한 행동들”이라고 짚었다. 이어 “유튜브에서 상품이나 관련 리뷰 콘텐츠 수요가 많아지고 있다”며 “‘쇼핑’을 통해 사용자에게 만족감을 높이고 크리에이터 경제 생태계를 지속 가능하게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튜브 쇼핑은 미국에서 처음 ‘라이브 스트리밍’에 제품을 태그하는 형식으로 시작한 후 한국에도 출시됐다. 지난 6월엔 유튜브 쇼핑을 위한 전용스토어(카페24에서 제공하는 유튜브 쇼핑 페이지를 통해 쇼핑 전용 스토어 개설)를 전 세계 최초로 한국에 론칭했고 쇼핑 제휴 프로그램(크리에이터가 제휴사 제품 소개 통한 수익 창출)은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론칭했다. 유튜브가 크리에이터에게 제공하는 ‘쇼핑’ 수익화는 이커머스와는 다르다.

서 총괄은 “크리에이터가 자체 쇼핑몰을 만들거나 제휴 프로그램을 통해 대형몰과 제휴해 크리에이터가 영상을 올리면 영상과 관련 있는 제품을 대형몰에서 태그할 수 있도록 했다”며 “이런 방식으로 구매가 이뤄질 경우 크리에이터가 수수료를 받게 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크리에이터의 수익화를 지원하는 ‘유튜브 파트너 프로그램’이 2007년 도입된 후 전 세계 300만명의 크리에이터가 여기에 참여하고 있고 3년간 크리에이터 등에 700억달러가 넘는 금액이 지급됐다.

K크리에이터 콘텐츠, 전 세계로 확장 필요

서 총괄은 “크리에이터 경제 생태계를 지속가능하게 성장하도록 하는 플랫폼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서 크리에이터가 더 많은 수익을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하고 더 많은 사용자가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은 인구 수가 5200만명밖에 되지 않으니 K크리에이터의 콘텐츠가 전 세계를 대상으로 확장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 기반 유튜브 채널의 시청시간 중 30% 이상이 이미 해외에서 발생한다. 언어 장벽을 낮추기 위한 기술도 개발됐다. 유튜브는 1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메이드 온 유튜브’를 통해 유튜브 콘텐츠를 자신이 원하는 언어로 선택해 더빙 버전으로 감상할 수 있는 도구를 출시했다. 현재 영어를 포함해 5개 언어만 가능하지만 점차 확대해나갈 예정이다.

크리에이터 경제 생태계를 구축하는 플랫폼이 늘어나면서 플랫폼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서 총괄은 이러한 현상에 대해 “다양한 플랫폼이 생기는 것은 긍정적”이라며 “크리에이터 경제 생태계는 아직은 전통 산업에 비해 시장이 작기 때문에 더 좋은 플랫폼들이 나와서 시장의 파이를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16년간 크리에이터들과 쌓아온 신뢰’를 타 플랫폼 대비 유튜브의 경쟁력으로 꼽았다.

유튜브는 일부 크리에이터가 클릭만 잘 나오는 자극적인 콘텐츠를 생산하는 것에 대해 유튜브의 ‘커뮤니티 가이드라인’에 위배될 경우 해당 콘텐츠를 제거하거나 가이드라인에 위배되지 않아도 부정적인 콘텐츠 수를 줄이는 등의 노력을 하고 있다. 다만 서 총괄은 “좋은 콘텐츠는 추천하고 보상하도록 하는 정책을 쓰지만 그럼에도 양질의 좋은 콘텐츠를 유튜브나 크리에이터가 판단하기보다 시장과 사용자가 판단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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