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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씨는 시신을 욕조에 유기한 뒤 아내가 화장실에서 미끄러져 숨졌다며 경찰에 직접 신고했다.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백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법원에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사고사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기각됐다.
경찰은 박씨가 손으로 목이 눌려 숨졌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소견서를 토대로 백씨의 혐의 입증에 주력했다. 특히 시신의 목과 머리 등에서 발견된 외상과 침실에서 혈흔이 발견된 점 등을 들어 백씨가 부부싸움 끝에 아내를 살해했을 가능성을 높게 봤다.
이후 구속된 백씨는 영장실질검사 및 현장검증에서 임산부가 쓰러지면 목이 눌릴 수 있고 제3자에 의한 타살 가능성이 있다며 결백을 주장했다. 재판에서도 아내 시신에 손과 손톱자국이 없다는 점을 결백의 이유로 들었다.
앞서 검찰은 “자신을 가장 사랑한 하나 밖에 없는 아내를 살해하고 태중의 아이까지 죽게 해 중형이 선고돼야 마땅하다”며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그러나 백씨 측은 “유죄가 인정된다면 차라리 사형을 선고해달라”며 여전히 당당한 모습을 보였다.
당시 증인대에 오른 박씨의 어머니는 백씨를 향해 “양심과 하늘을 속이려 하지마라. 슬퍼하는 모습이라도 보여줬으면 좋겠다. 뻔뻔하지 않냐”며 눈물을 흘렸다. 반면 이날 “부인을 죽이지 않았다. 폭력이라고 할 만할 어떤 신체적 접촉도 없었다”고 진술한 백씨는 공판 내내 무덤덤한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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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 재판부는 “법정에서 얼마 전까지 아내였던 피해자에 대한 애도를 보기 힘들고 오로지 자신에 대한 방어에만 몰두하고 합리성이 결여된 변명만으로만 일관한 채 범행을 부인했다”고 지적했다.
백씨 측은 즉시 항소했고, 항소심도 징역 20년을 유지했다. 이후 백씨에 대한 처벌은 파기환송심까지 거친 끝에 범행 2년 3개월여 만인 2013년 4월 26일 대법원 판결에 따라 징역 20년으로 확정됐다.
대법원은 “박씨가 욕실에서 실신 등으로 이상자세에 의해 질식사했다고 볼 수 없다”면서 “백씨의 당일 행적이나 태도가 의심스러운 점, 제3자 침입 가능성이 낮은 점, 우발적·충동적 살해 동기가 인정되는 점 등을 종합하면 백씨가 박씨의 목을 졸라 살해한 사실이 충분히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판결 직후 박씨의 아버지는 “진실을 규명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면서 “지난번 대법원에서 파기환송한 이후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냈지만 진실이 밝혀진 데 대해 깊이 감사드린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