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그 증권사는 한국 시장을 무시했습니다.” 우리 금융당국 관계자는 시타델증권의 행태를 이렇게 꼬집었다. 미국의 대형 헤지펀드 시타델의 계열사인 시타델증권은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로부터 과징금(118억8000만원) 처분을 받았다. 고빈도 알고리즘 매매(초단타매매)로 시장질서를 교란했기 때문이다. 시타델증권은 시장질서 교란 관련 역대최대 과징금에 불복, 항소를 예고했다.
| 금융위원회와 시타델증권. (사진=이데일리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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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타델증권은 “한국 법과 국제 규범을 모두 준수했다”고 했지만, 많은 국내 투자자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시타델증권은 2017년 10월부터 2018년 5월까지 일평균 1422개 종목에 5000억원 넘는 거래를 하면서 시장질서를 교란한 혐의를 받았다. 치고 빠지는 단타 거래로 시세를 유리하게 조종하고 수익을 챙겼다. 매수세를 유인한 뒤 가격이 오르면, 보유 물량을 처분하고 매수 주문을 취소하는 수법을 썼다.
이들은 1000분의 1초 이상의 속도로 주문할 수 있는 최첨단 슈퍼컴퓨터와 네트워크를 동원했다. 순식간에 치고 빠지면서 주가를 하락시키는 이런 수법에 개인 투자자들은 당할 수밖에 없었다. 손실을 본 개인투자자들은 2018년 9월 당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정부와 금융감독기관은 왜 침묵하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시타델증권이 한국 여론, 과거 판례·조사 결과 등을 사전에 조금이라도 신경 썼다면 이런 초단타매매를 할 수 있었을까. 시타델증권이 수개월간 6796개 매매 구간에서 버젓이 이런 수법을 쓴 게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 이미 시타델증권은 2020년에 트레이딩 회사의 운영·사용 관련 규정을 위반한 혐의(계좌관리 위규혐의)로 중국 당국에 약 9700만달러(1192억원)의 행정합의금을 냈다. 그럼에도 시타델증권이 “규정을 준수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밝힌 것은 이해할 수 없다.
한국 증시는 개인투자자 비중이 절대적으로 많은 시장이다. 국내 증시까지 침투한 초단타매매가 기승을 부릴수록 개인 투자자들의 피해는 눈덩이처럼 커질 수밖에 없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시장교란 행위에 좌고우면해서는 안 된다. 엄격하고 엄정한 신호를 줘야 한다. 그것이 국내 투자자를 보호하고,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는 지름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