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 위기의 KT호]③이우재에서 이석채까지..보이지않는 손

공사시절 육사출신, 체신부 관료가 번갈아 차지
과도기와 민영화 초기는 내부 혁신파가 차지
이명박 정부때부터 전임은 검찰수사, 새 CEO추대로
  • 등록 2013-11-12 오전 6:00:00

    수정 2013-11-12 오전 6:00:00

[이데일리 김현아 김상윤 기자] KT는 2002년 민영화했지만, 아직도 정부 지분이 있는 공기업으로 오해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정권이 교체되면 최고경영자(CEO)가 바뀌는 일이 생긴 탓이다. 그렇지만 KT(030200) CEO 자리가 정치적인 이유로 흔들리기 시작한 것은 얼마 안 됐다. 민영화된 이후 상당기간 동안 KT 내부 출신들이 대표이사가 됐다. 검찰수사로 CEO가 중도에 낙마하고 새로운 CEO를 맞게 된 것은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한 2008년과 올해, 두 번에 불과하다.

남덕우 국무총리(우)가 이우재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 상임위원(좌)에게 1981년 11월 16일 한국전기통신공사 사장 임명장을 수여했다. 사진 장소는 총리실이다. 출처는 공공누리(출처표시-상업적이용금지-변경금지)
공사 시절 육사출신, 체신부 관료가 번갈아 차지(1981년~2000년)

KT는 전두환 대통령 시절인 1981년 체신부에서 분리돼 한국전기통신공사로 설립됐다. 통신업무를 하던 체신부 직원 6만 8000명이 공사로 옮겼는데 초대 사장은 육사출신 민정당 국회의원이었던 이우재 씨였다.

이후 사장은 육사출신과 체신부·정보통신부 관료 출신이 번갈아 맡았다. 서슬 퍼런 군사정권 시절이었지만 체신부 자식이었던 만큼, 체신부 관료들도 지분을 주장해 대표이사가 될 수 있었다.

이우재 씨에 이어 체신부 차관 출신 이해욱 씨가, 다음은 통신개발연구원(현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원장 출신의 조백제 씨가 맡았다. 조씨가 1995년 한국통신 노조사태로 경질된 뒤, 이준 예비역 대장(육사 19기)이 사장으로 선임됐다가 1년 만에 국방부 장관으로 가면서 이계철 정보통신부 차관이 사장이 됐다.

2001년 첫 기업인 출신 CEO였던 이상철 씨가 한국통신공사 사장으로 취임한 뒤 그해 5월 기업 슬로건 으로 Let‘s KT를 시행했다.
◇과도기와 민영화 초기는 내부 혁신파가 차지(2001년~2008년)


KT의 새 바람은 2001년 이계철 사장이 사임하고 이상철 사장(현 LG유플러스 부회장)이 취임했을 때부터다.

육사나 관료 출신이 아닌 KT 내부의 실력자가 사장이 되면서 공룡 KT가 변하기 시작했다. 이상철사장은 국방과학연구소에서 1991년 한국전기통신공사로 자리를 옮겨 한국통신프리텔(옛 KTF) 사장을 역임하다 한국통신 사장이 됐다. 기업 CI가 한국통신에서 KT로 바뀐 것도 이때다. 이 사장은 정부 보유 KT 지분을 완전 매각하는 일을 성공적으로 해냈다.

하지만 김대중 정부 말기 이 사장이 정보통신부 장관이 되면서, 이용경 사장(전 창조한국당 국회의원)이 바통을 이어 받는다. 이상철 사장과 이용경 사장은 KTF 사장 출신이라는 점 외에도 ‘경기고-서울대(KS)’라는 공통점이 있다.

이용경 사장이 이끌던 KT는 역시 ‘KS’이면서 KTF 사장을 역임한 남중수 씨로 이어진다. 남 사장은 2008년 2월 민영 3기 사장으로 연임에도 성공했다.

당시 이상철, 이용경, 남중수로 이어지는 사장 선임이 당연해 보였다. 이들은 기술적 배경을 가진 전문가와 공채 1기 등 소위 혁신파들이 KT 경영 전면에 나서는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KT 임직원들이 체신부 출신 관료들(당시 정보통신부 관료들)과 부딪히면서 다른 의견을 냈던 것도 이때부터다. 이용경 사장은 AT&T 벨연구소 출신이고, 남중수 사장은 1981년 최광수 체신부 장관 비서관으로 재직하다가 1982년 한국통신 경영계획과장으로 입사했다.

2005년 8월 19일 남중수 KTF 사장이 민영 KT 2기이자 9대 사장으로 취임하며 ‘원더경영’을 경영기조로 밝혔다. 이날 주주총회에서 문국현 유한킴벌리 사장이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사진은 남중수 사장시절 KT 광고 모습
◇이명박 정부부터 외풍… 검찰수사와 구속, 새 CEO로(2009년~)


하지만 남 사장이 2008년 9월 인사청탁 혐의로 매달 100~200만 원을 받았다는 배임수재 혐의로 구속되면서 2011년까지였던 임기를 채울 수 없었다.

이후 KT 사장추천위원회는 같은 해 12월 이석채 태평양 고문(전 정보통신부 장관)을 차기 CEO로 선출했다. 당시 법무법인 태평양의 고문이었던 이 회장이 주변의 설득으로 사추위의 후보 신청에 임했고, 김영삼 전 대통령 및 이상득 전 의원과의 교분 등이 영향을 미쳐 KT CEO로 선임됐다는 게 정설이다. 당시 이 회장은 명석한 천재형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공기업 시절처럼 KT 대표이사 선임에 정권이 절대적인 영향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는 우려도 나왔다.

2000년대 들어 이상철(경기고 63회), 이용경 (경기고 56회), 남중수(경기고 70회)까지 3연타석으로 경기고 출신이 CEO가 돼 곱지 않은 시선도 받았지만, 세 명모두 KT에서 역사를 함께 한 정보통신 전문가라는 장점은 상당했기 때문이다.

이 회장이 배임·횡령 혐의를 받아 사의를 표명한 가운데, KT는 12일 이사회를 열고 CEO추천위원회 구성과 일정을 논의한다. KT호는 어디로 가게 될까.

2009년 1월 이석채 전 정보통신부 장관이 대표이사 사장에 취임한 뒤 만들어낸 슬로건은 ‘olleh kt’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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