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29일 오전 열린 현대·기아차 월례 수출전략 회의에서는 동남아 시장 강화에 대한 논의가 재차 언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기아차는 지난 2000년대 중반 동남아를 신규 공장 후보지로 낙점한 바 있으나 중국과 브라질, 러시아 등 브릭스 국가에 밀려 무산됐다. 그러나 동남아 시장에 대한 미·일 경쟁사의 공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진출을 더 미뤘다가는 아예 진출 기회마저 놓칠 수 있다는 우려섞인 주장이 다시 나오고 있다.
동남아 자동차 시장은 최근 고속성장세를 보이며 ‘포스트-브릭스’로 주목받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KARI) 보고서에 따르면 태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시장의 자동차 판매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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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스즈키자동차는 내년 인도네시아에 1000억엔(약 1조1300억원)을 들여 현재 연산 15만대 규모의 공장을 20만대로 확대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도요타는 2016년까지 인도네시아에 엔진 공장을 짓고, 닛산도 내년까지 태국에 연산 15만대 공장을 신설한다.
미국 포드도 올 5월 약 5000억원을 투입해 태국 공장을 완공, 멕시코에서 생산하던 소형차 양산을 시작했다. 포드는 동남아를 중국, 인도와 함께 3대 생산 거점으로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태국·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필리핀·싱가포르·브루나이 6개국은 아세안자유무역협정(AFTA)을 통해 오는 2015년 이후 소속 국가 간 관세장벽을 철폐키로 하면서 현지 공장을 둔 기업들의 판매가 더 활성화될 전망이다.
현지 공장 신설없인 판매부진 상황을 타개할 방법이 없다. 동남아 각국은 자국내 투자 유도를 위해 완성차에 대해 인도네시아 10~40%, 필리핀 30%, 태국 60%, 베트남 78% 등 높은 관세를 메기고 있다.
그러나 쉽사리 현지 진출을 결정하기 어렵다는 게 현대·기아차의 고민이다. 1960년대 일찌감치 동남아 시장에 진출한 일본 회사들은 현지 시장의 80%를 점유하고 있다. 사실상 일본 자동차 회사들의 ‘안방’인 셈이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동남아 공장 신설에 대해선 아무것도 확정되지 않았다”면서도 “당분간 내실경영 기조에는 변함이 없지만 시장별 수요증가 등을 고려해 합리적인 생산량 증대와 효율적인 투자는 집행할 것”이라며 여지를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