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으로 와” BJ의 위험한 초대…아들은 살해당했다 [그해 오늘]

인터넷 방송하던 BJ의 시청자 초대
가출한 B군 불러 함께 살며 가스라이팅
폭행도 모자라 B군 명의로 금전 착취
10대 공범도…가스라이팅의 끝은 살인
  • 등록 2024-08-24 오전 12:01:02

    수정 2024-08-24 오전 12:01:02

[이데일리 강소영 기자] 2022년 8월 24일, 검찰은 자신이 진행하는 인터넷 방송의 시청자를 폭행해 숨지게 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20대 남성 A씨에 대해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사진=게티이미지)
이날 검찰은 수원지법 형사11부(신진우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결심 공판에서 “인간의 생명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가치”라며 “피해자가 A씨 등에 무자비한 폭행을 당하고 고통 속에서 목숨을 잃었다”고 강조했다.

사건은 2021년 12월 24일로 거슬러 간다. 평소 ‘하쿠나 라이브’라는 실시간 방송 플랫폼에서 A씨의 인터넷 개인 방송을 보던 고등학생 B군은 A씨로부터 초대를 받고 수원시 권선구 소재 A씨의 자택을 찾았다.

평소 A씨는 게스트(시청자)들을 초대해 신청곡을 받아 노래를 부르거나 개인사를 주고받는 방송을 했었고 B군도 그렇게 A씨와 안면을 트게 됐다. B군은 당시 인터넷 방송 시청으로 인해 가족들과 불화를 겪고 있던 차에 A씨의 집을 찾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후 B군은 A씨의 가스라이팅과 폭행, 금전적 갈취 등을 당하고 살해된 채 발견됐다.

가해자 A씨는 B군에 자신을 ‘아빠’라고 부르라고 하고 자신의 아내를 ‘엄마’ 등으로 지칭하도록 하며 친밀감을 쌓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A씨의 자택에는 A씨와 아내 말고도 10대 고등학생 B군과 C양 등이 함께 있었다. ‘유사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만든 이들은 B군을 가스라이팅(심리적 지배)하기 시작했다.

◆ ‘가스라이팅’의 시작

B군이 A씨의 집을 찾은 이후 A씨의 자택에는 B군 명의로 인터넷·TV 결합 상품이 설치됐다. B군 앞으로 나온 40만 원 상당의 사은품은 A씨가 받아 챙겼다.

또 B군은 고등학생 시절 양극성 정동장애(조울증) 판정을 받은 바 있었다. 군입대 신체검사에서도 경계선 지능을 확증 받아 계속 통원·약물 치료를 이어오고 있던 아들이 남의 집에서 지내는 것을 걱정한 B군의 어머니는 A씨에 연락해 “아이 병원 치료도 받고 복용하는 약도 챙겨가지 못했으니 귀가 시켜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A씨는 “나도 B군이 어디 갔는지 모른다”고 발뺌했다. B군의 행방을 모른다던 A씨는 이 전화 한 통으로 B군을 본격적으로 옭아매기 시작했다.

유족 측은 당시에 대해 “A씨가 어머니의 전화를 문제 삼았다”며 “A씨가 (B군에) ‘4500만 원 짜리 면접을 보는데 네 어머니가 전화해 면접을 망쳤으니 네(B군)가 4500만 원을 책임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네 어머니에 받아낼 것’이라고 협박했다”고 밝혔다.

B군은 A씨의 이같은 말을 믿었던 것으로 보인다. 실제 B군은 어머니와의 통화에서 “엄마 생각해서 그런 거다. 4500만 원 낼 수 있느냐”고 울먹였던 사실도 밝혀졌다

(사진=JTBC 사건반장 캡처)
이때부터 본격적인 착취가 시작됐다. A씨는 B군과 주민자치센터를 방문해 B군 신분증을 재발급받았고 물류센터 상·하차 작업장에 취업시켰다. 급여는 A씨의 통장으로 이체됐고 B군이 사용하는 직불카드 및 B군이 모아둔 돈까지 모두 A씨에게로 흘러 들어갔다.

또 A씨의 아내가 쓰는 고가의 휴대전화를 B군이 개통하고 일체 비용을 부담하는 등 1000만 원에 가까운 금액을 갈취당했다.

B군이 이같은 상황을 벗어날 수 없는 것은 아니었다. 종종 이들은 B군의 할머니의 집을 방문해 쌀, 김치 등 식재료를 챙겼고 근처에 거주하는 B군 어머니와 마주칠 때도 있었다.

2022년 2월 13일, 집으로 돌아오라는 말에 B군은 “(A씨의) 사정으로 집에 갈 수 없다. 대신 3월 9일 대통령 선거 투표일에는 가겠다”는 말을 끝으로 다시는 돌아올 수 없었다.

그리고 그해 4월 4일 오전 1시 10분 B군은 A씨 집 인근 육교 및 공터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

수사 결과 A씨 일행은 B군과 동거를 한 지 보름이 지난 뒤부터 ‘집을 어지럽힌다’, ‘행동이 맘에 들지 않는다’며 폭행해 온 것으로 밝혀졌다. B군이 시신으로 발견되기 사흘 전 며칠에 걸쳐 폭행을 당해 사망한 것으로 경찰은 추정했다.

이후 재판에 넘겨진 A씨에 검찰은 무기징역을 구형했으나 대법원은 징역 30년 형을 선고했다. 또 청소년 공범 C와 D에게는 각각 장기 15년·단기 7년, 보호관찰 5년과 장기 2년·단기 1년의 징역형이 내려졌고, A씨의 아내에게는 징역 2년의 실형이 선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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