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어린이책 펴낸 황석영 “민담은 뿌리, 안데르센보다 인상적”

내년까지 50권 시리즈 완간 목표
‘해님달님’·‘우렁각시’ 등 5권 공개
“한 시대를 살았던 어른으로서
손자·손녀에 남기고 싶은 얘기”
상상력 자극하는 K콘텐츠의 근원
  • 등록 2023-11-20 오전 3:10:00

    수정 2023-11-20 오전 3:10:00

황석영 소설가가 등단 60여년만에 처음으로 어린이 독자들을 위한 ‘황석영의 어린이 민담집’ 시리즈 출간 간담회를 열고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사진=뉴스1).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한 시대를 살았던 어른으로서 어린 손자·손녀들에게 남겨주고 가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재미있게 썼습니다.”

황석영(80) 작가가 등단 60여 년 만에 처음으로 어린이책을 냈다. 민담 150개 이야기를 엄선해 엮은 ‘황석영의 어린이 민담집’(휴먼큐브)이다. 먼저 1차로 펴낸 5권은 환웅과 단군에서부터 ‘해님달님’, ‘우렁각시’ 등의 이야기를 담았다. 내년까지 총 50권이 차례로 나온다.

황 작가는 최근 열린 출간 기자 간담회에서 “어렸을 때 저는 할머니나 어머니, 이모들에게 재미있는 얘기를 많이 듣고 자랐는데, 요즘은 그런 기회가 많이 없어진 것 같더라”며 민담집 출간 배경을 이같이 설명했다.

그는 “모두가 세계 시민으로서 살아가는 지금 자기 정체성이 있어야 한다”면서 “민담을 통해 아이들이 우리 공동체의 스토리를 간직한 채 성장할 수 있다면, 지금 한류의 파급력도 더 커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민담이 그림동화나 안데르센 동화와 같은 서구 콘텐츠와 견줘도 경쟁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황 작가는 우리 민담에 대해서 “얘기가 거침없고 활달하다. 상상력의 비약도 굉장하다. 천국과 지옥을 들락날락하고 야생 짐승들과도 쉽게 소통한다”며 “서구의 이야기를 뛰어넘는 파격이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주로 높은 신분의 인물이 나오는 서구 동화와는 달리 평민들의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독일의 그림 동화나 덴마크의 안데르센 동화보다 우리 민담에 훨씬 더 인상적인 작품들이 많다”며 “민담이야말로 우리 이야기의 원천이고 K-콘텐츠의 근원”이라고 했다

민담집 출간은 3년 전 서재를 정리하는 데서 시작했다. 황 작가는 “책장을 정리하던 중 우리 전래 민담을 자필로 정리한 노트 20여권을 발견했다”며 “그중 성인을 대상으로 한 이야기나 지나치게 잔인하거나 정치색이 강한 민담은 제외했다”고 덧붙였다.

황 작가는 ‘신명’의 정서를 꺼냈다. 그는 “우리 민족 고유의 정서가 ‘한’(限)이라고들 하지만 그것은 일제강점기 당시 일본인 미학 평론가가 부여한 개념”이라며 “우리는 슬픔의 상황에서 웃음을 통해 슬픔을 승화하는 단계로 나아갔고 이것이 바로 ‘신명의 정서다. ‘오징어 게임’이 신명으로 현실을 그려낸 작품이고 그것이 전 세계에 통했다”고 했다.

출판사 휴먼큐브는 영어와 중국어, 불어 등 다양한 외국어로 번역하고 애니메이션, 무빙툰 등 2차 콘텐츠로도 선보일 예정이다.

황석영은 “민담은 입에서 입으로 이어지고 변화하고 발전하기 때문에 단순한 ‘옛날이야기’가 아니고 ‘현재의 이야기’이자 ‘미래의 이야기’”라고 했다. “우리 민담이 유럽에 번역돼 나가 직접 그들의 이야기와 비교해 볼 수도 있을 겁니다. 하하.”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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