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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국배 기자] ‘홍콩 H지수’를 기초 자산으로 하는 ELS(주가연계증권)에서 대규모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점차 커지면서 금융권에 비상이 걸렸다. 고난도 투자 상품인 데다 고령층 고객도 있어 대규모 손실 사태가 일어날 경우 은행 ‘평판 리스크’에 악영향을 줄 수 있어서다. 다만 손실가능성을 고지하고 고객들에 안내하는 과정을 모두 녹음한 상황이어서 불완전판매 가능성은 낮다는 게 금융업계 시각이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금감원은 홍콩H지수 연계 ELS 상품’을 판매한 시중은행들의 상황을 수시로 점검하고 있다. 현재 H지수에 따라 은행별로 얼마만큼 손실이 나는지, 어떻게 대비하고 있는지를 파악하고 있는 것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2021년에 판매된 상품인 만큼) 고객들이 현재 본인의 ‘포지션’을 아는 게 중요하다”며 “전혀 모르고 있다가 만기 후 손실을 알게 되면 안 되기에 고객들에게 안내를 잘 하고, 필요하면 중도 상환 상담도 적극적으로 하라고 은행들에게 지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이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5대 은행이 판매한 홍콩H지수 연계 ELS 관련 상품은 8월말 기준 14조5000억원이 넘는다. 전체 은행 판매분의 70%에 달하는 수준이다. 수익률 하한선인 ‘녹인(Knock-In·손실 발생 구간)’에 진입한 규모도 5조원 이상(5조438억원)이다. 은행에선 주로 주가연계신탁(ELT)으로 ELS 관련 상품을 취급했다. 이중 대부분이 내년 만기가 도래한다. 상반기에만 9조원어치가 만기를 맞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은행들도 홍콩의 ‘홍’자만 나와도 극도로 민감한 상황이다. 은행들은 녹취·설명 등 금융소비자보호법상 의무를 다해 불완전판매 책임을 면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면죄부’를 받더라도 글로벌 경제 흐름을 읽지 못해 투자자에게 손해를 끼쳤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다. 그렇게 되면 은행 신뢰에도 타격이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갑질’ ‘독과점’ 등 강한 비판 발언을 이어가며 은행권을 때리는 와중에 투자자 피해 이슈가 엮이면 설상가상이 될 수 있어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손실 가능성이 있다 보니 투자 행위 자체를 취소하고 싶은 마음에 불완전 판매를 주장하는 민원이 많아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우려했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완전 판매 절차를 준수하기 위해 반드시 녹취를 하기 때문에 기존 사모펀드 불완전판매로 인한 소비자 분쟁 때와 달리 투자자가 불완전 판매를 입증하기 매우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다만 대규모 손실이 날 경우 소비자가 소송을 할 수도 있고, 소비자 단체 등 여론이 어떻게 흘러갈지 알 수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