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핵을 써야 하오. 러시아가 핵을 썼을 때 이 세상 어느 나라가 러시아를 응징하겠다 나설 수 있소? 미국이? 영국이? 감히 어느 나라가 러시아를 향해 ICBM을 쏘겠소? 아니면 전폭기를 보내겠소? 그럼 차르 봄바가 날아가고 사르맛이 날아가 미국이고 뭐고 지구상에서 사라지고 마는데.”
마치 실제 러시아 크렘린궁에서 오갈 것 같은 이 대화는 김진명(65) 작가의 신작 소설에 나오는 한 대목이다.
소설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한다. “만약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핵을 쓴다면 그 이후 세계는 어떻게 될 것인가”라는 상상에 김진명다운 서사를 더했다.
작가는 그간 강대국 사이에 낀 약소국의 운명과 관련한 선 굵은 팩션(팩트와 픽션을 합성한 신조어로 사실에 기반을 둔 소설)을 써 왔다. 600만 부가 팔린 밀리언셀러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1993)에서는 한반도 핵 문제를, ‘황태자비 납치 사건’(2001)에선 명성황후의 죽음을 다뤘다. 이번 소설도 이런 세계관의 연장선에 있으며, 그의 집필 30주년 기념작이다.
소설에는 바이든, 푸틴, 시진핑 등 주요 국가의 지도자 이름이 모두 실명으로 등장한다. 책을 통해 현재 국제 사회를 돌아보라는 의도다. 소설 속 푸틴은 서방 국가를 상대로 내건 휴전 조건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고심한다. 이대로 물러나면 자신의 권력도 종말을 맞을 상황에서 절치부심 끝에 상황 타개를 위해 핵공격을 고민하게 된다.
김진명은 작가의 말에서 “혹자는 러시아 지도자 이름을 이렇게 원색적으로 써도 되는 걸까 하는 의문을 가지겠지만, 러시아 지도자 푸틴이 아니라 인류에 최초의 핵 협박을 가하는 최대 악 푸틴을 지목하고자 했다”며 “전 세계인이 힘을 합쳐 푸틴의 핵 협박을 이겨내야만 한다는 신념으로 이 책을 썼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