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개막한 ‘아트부산 2022’의 개막 첫날 전경. 전시장 입구에 유려한 몸짓의 학을 형상화한 이상수의 ‘플라밍고’(Flamingo·2022)가 시선을 끈다. 12일 VVIP와 VIP 프리뷰로 개막한 ‘아트부산 2022’는 15일까지 나흘간 미술품 큰 장터를 연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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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잠깐 그림 앞에서 설명을 듣는데 그새 누가 사 가버렸다. 정말 순식간이었다”(‘아트부산 2022’에서 만난 50대 여성 컬렉터).
“젊은 작가라 큰 기대는 없었다. 그런데 이번 참여작가 중 가장 먼저 솔드아웃한 작가가 됐다. 오픈하고 5분 만이었다”(‘아트부산 2022’ 국제갤러리 부스).
머뭇거리다간 놓칠 각오를 해야 한다. ‘옆 갤러리를 살짝 엿보고만 왔는데’ 하는 변명도 통하지 않는다. 젊은 작가의 신선한 붓질을 선호하는 건 역시 MZ컬렉터였다. 1988년생 이희준 작가의 크고 작은 회화 7점이 모두 그들 손에 쥐여졌다. 300만원을 단 작은 그림부터 4000만원을 단 대형회화까지 싹쓸이해갔다.
| ‘아트부산 2022’의 개막 첫날 전경. 갤러리현대 부스에서 관람객들이 로버트 인디애나의 입체작품 ‘1부터 0까지’(10개의 숫자·1978∼2003) 등을 둘러보고 있다. 아트페어에서의 MZ세대 활약은 올해 ‘아트부산’에서도 이어지고 있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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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부산이다. ‘아트부산 2022’가 12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 제1전시장에서 개막했다. 사실 이젠 익숙한 아트페어의 풍경이다. 그림 한 점을 사는 데 정보력은 물론 체력전·신경전까지 다 동원해야 하는 일 말이다. 다행히 올해는 지난해와 같은 ‘기록적인’ 북새통은 피해간 듯하다. 작품을 서로 차지하겠다고 뛰고 달리며 난타전 직전까지 갔던 전경은, 최소한 첫날에는 연출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날 오전 11시에 오픈한 VVIP 프리뷰에선 다소 한산했던 ‘거대한 미술관 풍경’은 오후 2시 VIP 프리뷰가 시작되자 ‘북적이는 미술장터’로 변신했다. VVIP와 VIP에게만 공개한 ‘아트부산 2022’의 첫날 관람객은 5000여명. ‘아트부산’은 15일까지 나흘간 10만명의 관람객이 다녀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 ‘아트부산 2022’ 국제갤러리 전경 일부. 1988년생 이희준 작가의 크고 작은 회화 7점이 개막 첫날인 12일 오픈 5분 만에 완판됐다. 작은 그림 ‘플로팅 플로어 No 16’(Floating Floor No. 16·2022) 등은 200∼300만원에, 큰 그림 ‘청동여인상’(Bronze Woman·2021·왼쪽)은 4000만원에 팔렸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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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뭇거리는 순간 채 간다”…신진·중견 구분없이 ‘순식간’ 대열에이미 ‘그 작품을 사겠다’고 작정을 하고 나선 첫날 ‘큰손’ 관람객들인 만큼 ‘속도전’은 필수였다. 학고재갤러리에 건 김현식 작가의 노란색 입체회화 ‘현-선 피스트(玄-Sun Feast·2022, 80×80×7㎝) 9점은 단 한 명의 컬렉터에게 돌아갔다. 한 점당 2200만원씩 모두 2억원 상당이다. 이 부스에선 박광수 작가의 ‘구리와 손’(2022·1000만원), 오세열 작가의 ‘무제’(2022·1억원) 등도 ‘순식간’ 대열에 합류했다.
| ‘아트부산 2022’에 뜬 파블로 피카소의 ‘남자의 얼굴과 앉아 있는 누드’(1964). 미국 그레이갤러리가 품고 날아온 이 그림은 작품가가 400만달러(약 51억원)에 달한다. 시작 전부터 화제가 됐던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575만달러(약 70억원) ‘퍼플 레인지’(1966)를 대신해 사실 올해 ‘아트부산’에서 국빈급 대접을 받고 있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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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쪽에선 시끌벅적한 속도전이 벌어지고 있지만, 개막장에서 단연 화제가 된 출품작은 파블로 피카소의 ‘남자의 얼굴과 앉아 있는 누드’(1964). 미국 그레이갤러리가 품고 날아온 이 그림은 작품가가 400만달러(약 51억원)에 달한다. 사실 올해 ‘아트부산’의 국빈급 대접은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퍼플 레인지’(1966)가 받을 뻔했다. 575만달러(약 70억원)를 호가한 리히텐슈타인의 그림이 부산에 뜬다는 소식에 미술계는 한껏 술렁였더랬다. 갤러리 사정상 리히텐슈타인이 빠지면서 그 주역을 피카소가 차지하게 된 셈이다. 대신 갤러리가 약속했던 데이비드 호크니의 가로 8.7m 대작 ‘전시풍경’(2018)은 특별전 형식으로 부스 밖에 걸어 오가는 관람객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그레이갤러리가 아시아미술시장에 진출한 것은 이번 ‘아트부산’이 처음이다.
| ‘아트부산 2022’의 개막 첫날 전경. 미국 그레이갤러리가 내놓은 데이비드 호크니의 ‘전시풍경’(2018) 앞을 지나는 관람객들이 시선을 떼지 못하고 있다. 870×270㎝ 규모의 이 대작은 ‘아트부산 2022’가 개막한 첫날부터 관람객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그레이갤러리가 아시아미술시장에 진출한 것은 이번 ‘아트부산’이 처음이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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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정’ 생긴 리히텐슈타인 대신 부산 뜬 ‘피카소’ 올해 ‘아트부산’은 21개 나라에서 온 134개 갤러리로 판을 키웠다. 국내서는 101개 갤러리가, 해외서는 33개 갤러리가 부스를 차렸다. 이 중 국내 19개, 해외 21개 갤러리는 ‘아트부산’에 첫 상륙이다. 국내의 유수 갤러리도 각기 전략작품을 꺼내놨다. 국제갤러리는 20억원 상당의 아니쉬 카푸어의 입체작품(‘오가닉 그린 오브 브랜들리’ 2020)을, 학고재갤러리도 13억원을 단 백남준의 사람 닮은 비디오아트(‘인터넷 드웰러’ 1994)를 들고 나왔다. 또 갤러리현대는 이승택, 우손갤러리는 최병소, 리안갤러리는 이건용·남춘모, 더페이지갤러리는 필립 콜버트 등을 ‘얼굴’로 내세웠다.
| ‘아트부산 2022’ 학고재갤러리 전경 일부. 백남준의 비디오아트 작품 ‘인터넷 드웰러’(1994)가 보인다(오른쪽). 영락없이 사람 얼굴 그대로를 빼닮은 작품은 13억원을 달고 출품했다. 멀리 보이는 박광수의 ‘구리와 손’(2022)은 개막 첫날인 12일 오픈 5분 만에 팔렸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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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아트부산 2021’은 나흘간 관람객 8만여명, 작품판매액 350억원으로 ‘역대급 성적’을 냈더랬다. 10회 동안 이어왔던 ‘아트부산’의 성과 중 사상 최대 매출을 올렸던 터다. 11회째인 올해는 예상치를 두 배 가까이 높여 잡았다. “600억원 이상의 판매액으로 지난해 ‘역대급 규모’조차 뛰어넘는 성과를 낼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첫날 이후 ‘아트부산 2022’는 13일 오전과 14일 오전에 VIP 프리뷰를 더 진행하고, 13일 오후와 14일 오후, 15일은 하루종일 일반관람객을 맞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