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돌프 부흐빈더 “완벽한 베토벤? 평생의 시간도 모자라다”

  • 등록 2019-05-08 오전 6:00:00

    수정 2019-05-08 오전 6:00:00

루돌프 부흐빈더(사진=빈체로)
[이데일리 이정현 기자] “살아 있는 한 베토벤의 음악에서 무엇인가를 계속 발견하게 될 것.”

세계 최고의 베토벤 스페셜리스트가 한국에 온다. 오는 12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공연하는 루돌프 부흐빈더(73) 피아니스트다. 그는 이데일리와 진행한 서면 인터뷰에서 “한국은 클래식 공연장에서 ‘젊음’을 느낄 수 있는 아주 특별한 나라”라며 “새롭게 발견한 베토벤의 음악과 해석을 들려주겠다”고 각오했다.

부흐빈더는 오스트리아 출신으로 50여 년간 세계의 저명한 지휘자 및 오케스트라와 연주 활동을 이어왔다. 50회 이상의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공연을 열었으며 전곡 음반만 세 차례 발매했다. 살아 있는 ‘베토벤의 화신’이자 스페셜리스트라 불리는 이유다. 한국 공연은 2013년 이후 6년 만이며 세 번째다. 예술의전당 공연 전에 대구콘서트하우스(7일), 광주국립아시아문화전당(8일), 강동아트센터(10일), 아트센터인천(11일) 등에서도 관객을 만난다.

부흐빈더는 이번 공연에서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10번, 13번, 8번 ‘비창’과 25번 그리고 23번 ‘열정’을 연주한다. 베토벤의 음악으로 숱하게 무대에 올랐으나 여유롭지 않다. 그는 “완벽하게 준비하기 위해서는 평생도 모자랄 것”이라 표현했다. “베토벤의 소나타를 준비하다 보면 내 안에 잠들어 있던 무언가가 깨어난다”며 “베토벤은 내 영혼과 몸 그리고 심장에 살아있기에 연주를 이어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부흐빈더는 뛰어난 베토벤 연주자이자 열렬한 연구가다. 평생을 베토벤을 들여다보며 자신의 음악 세계를 완성했다. “베토벤과 같은 위대한 혁명가가 없었다면 지금의 클래식 음악뿐만 아니라 나 자신도 없었을 것”이라 애정을 감추지 않았다. “베토벤은 항상 나를 매료시켰다. 어린 시절에도 감정적으로 끌렸다. 지금 베토벤은 레퍼토리뿐만 아니라 인생의 중심이다. 베토벤을 처음 연주했을 때부터 그가 내 세계의 중심이 될 것이라 느꼈다.”

2020년은 베토벤 탄생 250주년이다. 부흐빈더는 오히려 “언제나 베토벤을 연주했기에 250주년이라고 더 특별하진 않을 것”이라 눙쳤다. “나이가 들수록, 베토벤을 연구할수록 더 자유로워짐을 느낀다”며 “베토벤이라는 예술가가 음악뿐만 아니라 내 인생에 여유로움과 자유를 선물처럼 안겼다”고 말했다.

“베토벤은 누구보다 로맨틱한 작곡가입니다. 에스프레시보(espressivo 풍부한 감정으로) 바로 뒤에 아 템포(a tempo 원래 빠르기로)를 표기한 유일한 작곡가죠. 풍부한 감정에 더해 빠르기의 변화까지 요구한 혁명가. 한 악장에 많게는 7~8번 템포를 바꾸기도 합니다. 저같은 후대의 연주자들에게 많은 선택지를 남겨둔 것이라 생각해요. ‘로맨틱’은 아주 주관적인 표현이나 저는 그렇게 느껴지네요.”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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