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협회에 쓰는 편지, 최성준 위원장은 알려나

  • 등록 2016-04-06 오전 12:01:35

    수정 2016-04-06 오전 12:02:44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지상파 방송사(KBS, MBC, SBS(034120), EBS)의 이익단체인 한국방송협회가 두 차례나 건의문을 내고,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에 SK텔레콤(017670)의 CJ헬로비전 지분 인수와 SK브로드밴드의 CJ헬로비전 합병에 반대 입장을 전했다.

이들은 2월 미래창조과학부에 ‘합병 불허’ 건의문을 낸 데 이어 4월 들어 두 번째 건의문을 냈다. 미래부에는 두 번째고, 방통위에는 첫번 째다. 공정거래위원회에는 건의문을 내지 않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같은 언론사 입장에서 지상파 방송사들의 우려에 공감한다.

이데일리 같은 온라인과 신문을 같이 하는 매체로서도 네이버나 카카오(다음)으로 넘어간 뉴스 소비 행태나 콘텐츠 주도권은 우울한 상황이다.

방송협회는 2차 성명서에서 SK의 헬로비전 인수합병을 반대하는 이유로 ▲통신 결합판매를 통한 통신 기업 주도의 미디어 저가화 가능성(금번 인수합병은 통신재벌에 의한 방송장악을 노골화 한 것으로 인수합병을 조건부라도 허용하면 약탈적 결합판매가 연쇄적으로 만연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SK-CJ 공조에 따른 위기의식(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콘텐츠 제작사를 줄 세우기 시킴으로써 합병법인에 우호적인 콘텐츠 제작사가 아니면 경쟁에서 밀려나 시장에서 퇴출될 것, 이윤 극대화를 위해 CJ E&M의 경쟁채널 송출을 배제할 가능성, 불리한 채널번호 부여를 통한 지상파 방송사 입장에서의 최대 81.8%의 손실) ▲플랫폼과 콘텐츠 간 힘의 불균형(시장점유율 50%를 상회하는 독과점형 거대 플랫폼(SKB-CJHV)이 출현하게 되면 프로그램 구매 협상력이 균형을 잃게 돼 프로그램 사용료가 하락할 수밖에 없다, 중소PP의 몰락과 CJ E&M의 약진)을 우려했다.

방송협회의 우려는 공감은 하지만, 진실과 어느 정도 부합하는 지는 의문이다,

방송통신위원회가 통신 상품과 방송 상품을 묶어 팔 때 ‘IPTV 공짜’라는 마케팅을 하지 말라고 하고, 관련 고시를 개정한 것도 통신 대기업이 주도하는 방송의 저가화를 우려한 때문이다. 2008년 IPTV 전국 상용화 때, 2007년 시장지배적 사업자(KT, SK텔레콤)에 대한 결합상품 허용 때 재벌이어서가 아니라 돈 되는 가치(결합상품의 효용성)만 중심으로 보고 콘텐츠,내용, 창작자, 생태계는 무시했던 데에 대한 반성이 필요했던 것이다. 이미 초고속인터넷과 결합한 IPTV를 권역별 규제시장이었던 유료방송(케이블TV)에 전국으로 허용한 것은 결합판매를 허용한 셈이다.

그래서 지상파 방송사들이 이 인수합병을 막는 데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그들이 보기에) 약탈적 결합판매가 없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걸 알았으면 한다. 합병이 불허돼도 이것은 통신 3사의 이슈이자, 점유율 경쟁일 뿐 정작 방송 제작 역군들(콘텐츠 제작자들)의 이해 관계와는 온도 차가 나는 것이다.

인수합병을 불허해도 KT와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중심의 결합판매 시장은 유지되고 강화될 것이란 의미다. 차라리 과격하지만, 방송협회가 이처럼 목숨을 건 듯 싸울 주제였다면 방송상품은 통신과 함께 팔면 소비자들에게 싼 가격이 되지만, 이것이 한류를 기반으로 한 문화 융성, 후배들 일자리에 중요하니 방송 결합상품을 금지하자고 주장하는 게 옳았다.

둘째 SK-CJ 공조에 대한 위기의식은 공감할 순 있다. 정의롭지는 않지만.

‘육룡이 나르샤“의 15초 광고가 1500만 원인데, ’응팔‘ 광고가 2700만 원이라면 지상파 방송사 입장에서는 헬로비전 매각 대금 1 조 원과 SK그룹과 CJ그룹이 조성하기로 한 3000억 원 펀드, 총 1조 3000억 원이 콘텐츠를 맡는 CJ 이미경 부회장의 호주머니(계정)으로 들어가는 게 불편할 수 있다.

하지만 4년제 대학을 졸업해도 취업하기 어려운 대한민국의 오늘을 생각해보면, SBS 같은 훌륭한 방송사와 경쟁하는 제2, 제3, 제4의 tvN이 나오고 이들이 일자리를 만드는 게 국가와 민족에, 내 아들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합병법인이 콘텐츠 제작사를 줄 세우느냐, 아니냐의 이슈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채널번호는 대부분 장르별로 블록 편성을 하는데다, 채널 묶음 상품 번호는 미래부 승인사항이어서 임의로 바꾸는 건 현재 제도에서 불가능하다는 반론 역시 중요한 고려요소가 아니다. 적어도 나에겐. 지상파 방송사들을 종합편성 채널들보다 사랑하는 나로서는 좀 더 멋진 ‘공익’, 내 아들을 위한 ‘공익’을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설명하길 바랄 뿐이다.

마지막으로 지상파 방송사들이 제기하는 플랫폼과 콘텐츠 간 힘의 불균형 문제는 굉장히 어려운 주제이다. 사실, 플랫폼 힘이 커지면 콘텐츠는 약해질 수 있다.

하지만 지상파 방송사들이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왠지 욕심처럼 보인다. 반론의 기회도 주지 않고, 필요하다면 8시 뉴스로, 9시 뉴스로 여론을 좌우하는 지상파 방송사들이다.

SK브로드밴드 기준으로 지난해 방송 프로그램 수신료 중 39.8%(지상파+EBS, 지상파 MPP)는 지상파 방송사들 몫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종합편성 채널이나 보도 채널(6개)외에 일반 프로그램제작업체가 128개 이상 되는데, 지상파 계열사들은 단 22개 채널로 전체 수신료 중 40% 가량을 받아 갔다.

게다가 지상파 방송사들은 올해 280원 하던 CPS 수신료를 400원으로 인상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지상파 방송사들은 이번 합병으로 중소PP(일반 프로그램제작업체)의 몰락을 우려했지만, 드라마제작사 협회나 KTB네트웍스의 콘텐츠 투자 담당자가 이번 합병을 긍정적으로 보는 것도 이같은 입장차 때문이다. “미디어 시장에 돈이 좀 돌게 하자.”는 얘기다.

KTB네트워크에서 콘텐츠 투자를 맡는 이승호 상무는 지난 달 “국내 콘텐츠 산업은 여러 제약에도 꾸준한 성장을 하고 있지만 투자의 54%가 영화에, 콘텐츠 펀드 참여사가 투자·배급사에 집중된 게 문제”라면서 “(SK가 합병을 계기로 만든다는) 3200억 투자 펀드는 최근 콘텐츠 펀드 중 가장 큰 규모의 콘텐츠 전문 펀드로 게임이나 뉴미디어 등 중소 콘텐츠 제작사들에 아주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최고의 언론사이자, 한류 콘텐츠 제작집단인 지상파 방송사들의 경영난은 우울한 일이고 그들의 분노어린 질책에 공감 가는 부분도 있다.

하지만, 합리성을 결여한 문제 제기는 그들의 진실 된 마음마저 왜곡할 수 있어 안타깝다.

방송통신위원회 최성준 위원장은 이런 사실을 알려나. 4월 7일 취임 2주년 간담회가 기대된다.

헬로비전 합병 이슈부터 지상파 방송사들의 중간광고 허용요구, 지상파 방송사들과 유료방송 업계의 재송신료 분쟁까지 방통위는 무엇을 말할 것인가. 애매모호한 것 말고, 방송의 공익이 무엇인지, 산업과의 조화는 뭔지, 중장기적인 미래지향적인 대책을 말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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