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안혜신 기자] `가치투자`로 잘 알려진 허남권 신영자산운용 부사장은 지난 2월 폭락장에서 운용 중인 펀드 포트폴리오에서 삼성전자(005930) 보유비중을 줄이는 대신 삼성물산(028260) 비중을 늘렸다. 허 부사장은 이를 두고 “장기적으로 봤을 때 지주사에 배당으로 환원될 이익이 크다고 판단했다”며 “대주주와 같은 이해관계를 가져야 한다는 판단이 들어 지주사 성격을 가진 회사 주식비중을 늘렸다”고 설명했다.
가치주·그룹주펀드, 삼성물산·LG 등에 본격 구애
지배구조 개편이 주식시장의 핵심 이슈로 부각되면서 이처럼 삼성물산은 물론 LG(003550) 등 지주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설정액 1조원이 넘는 공룡펀드 가운데 삼성그룹 지주사에 대한 관심이 가장 높은 펀드는 메리츠자산운용의 ‘메리츠코리아 1[주식]종류A’가 대표적이다. 펀드평가사 KG제로인에 따르면 이 펀드는 지난해 6월까지도 삼성물산을 전혀 보유하지 않았지만 12월에는 2.92%까지 신규 취득한 뒤 올 1월에도 2.79%를 보유하고 있다.
그룹주펀드 내에서의 지주사 인기는 더욱 뚜렷하다. ‘IBK삼성그룹자’ 펀드내 삼성물산 보유비중은 지난해 6월 1.64%에서 올 1월 7.88%까지 크게 뛰었다. ‘대신빌리브삼성그룹자[주식](Class A)’는 지난해 6월 삼성물산 보유비중이 6.12%였지만 1월 8.55%까지 늘어났다. ‘동양모아드림삼성그룹자 1(주식)A’ 역시 지난해 6월 5.8%이던 삼성물산 비중이 1월에는 8.99%까지 높아졌다. ‘한국투자LG그룹플러스 1(주식)(A)’는 지난해 6월 2.77%였던 LG 보유비중을 3.16%까지 높였다.
고배당에 지배구조 이슈까지…“지주사 주가 낙관”
최근 높아진 배당에 대한 관심도 지주사에 대한 투자 매력을 높여주는 요인으로 꼽힌다. 허 부사장은 “기업 오너가 가장 합법적 방법으로 지분 이익을 가져가는 방법은 배당 뿐”이라면서 “기업 배당수익률을 올라갈 가능성 높은만큼 지주사도 장기적으로 투자하기 좋은 주식”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지주사 주가 흐름은 시장의 관심에 비해 다소 더딘 편이다.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이 본격화되면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삼성물산은 올해 들어서만 주가가 7.8% 올랐지만 같은 기간 LG는 1.1% 하락했고 SK는 0.2% 내리는 등 다소 부진한 모습이다. 이 연구원은 “최근 낙폭과대 저(低) 주가순자산비율(PBR)주가 상승세를 보이면서 지주사가 부각될 수 있는 장이 아니었다”며 “지주사 주가는 크게 오르지는 않았지만 다른 종목에 비해서 덜 빠졌고 올해 지배구조 가시화와 관련된 이슈가 많아 긍정적 주가 흐름을 예상한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