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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꺄아아악”. 피아니스트 조성진(22)이 건반 위 손가락을 떼어놓자마자 객석에선 ‘비명’ 같은 함성이 터져 나왔다. 또렷하면서도 당찬 타건, 스펙터클한 연주는 단숨에 관객을 몰입시키기에 충분했다. 지난해 10월 쇼팽국제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을 거머쥔 뒤 고국에서의 첫 무대였다. 콩쿠르의 영광을 재현해낸 젊은 거장은 연주를 마치고 객석을 향해 씨익, 빙그레 웃어보였다.
2일 낮 서울 서초구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아이돌 가수가 등장하는 한 음악 방송 프로그램 뮤직뱅크 촬영장을 방불케 했다. 주말 아닌 평일 오후 2시 이례적으로 클래식 공연이 열린 콘서트홀에는 조성진의 쇼팽을 듣기 위한 인파로 2500석의 객석이 꽉 찼다. 학생부터 20~30대 직장인, 40~60대 중장년층까지. 언뜻 봐도 남성보다 여성 관객 수가 훨씬 많아 아이돌 그룹의 오빠부대를 보는 듯했다.
제17회 쇼팽 국제 피아노콩쿠르 우승자 갈라콘서트 무대에 선 조성진은 5명의 수상자들의 연주에 이어 쇼팽의 녹턴 13번과 환상곡 바단조, 폴로네이즈 6번 ‘영웅’을 훌륭하게 소화해냈다. 이날 오후 2시 공연 2부의 막판인 오후 4시35분께 등장해 피날레를 장식했다.
여러 번의 커튼콜 뒤 다시 등장한 조성진은 앙코르로 쇼팽 녹턴 20번을 연주했다. 앞선 곡들과 달리 드라마틱한 감성을 살린 감미로운 연주로 여성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일부 여성 팬들은 “사랑해”라고 외치는 등 기립박수가 터져나왔다. 이날 조성진의 손끝에서 완성된 쇼팽 3곡은 그가 왜 쇼팽 콩쿠르의 우승자인지 수긍이 가게 했다. 박제성 평론가는 “이전 연주보다 훨씬 자신만만해졌고 대장부가 된 것 같았다”며 “터치에 확신이 넘치고 리듬도 강건하면서 자유롭다”고 평가했다.
이날 공연은 일찌감치 매진됐다. 당초 오후 8시 공연만 예정돼 있었으나 50분만에 2500석 전석이 모두 팔려나가자 오후 2시 공연을 추가했다. 낮 공연 역시 35분 만에 동나면서 이례적으로 암표상까지 등장했다. 조성진의 팬이라는 양윤경(가명·36)씨는 “사실 클래식을 잘 모르는데 한국인 처음으로 쇼팽 콩쿠르에서 우승했다는 뉴스를 본 뒤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게 팬이 됐다”며 연주에 몰입한 모습에 반해 휴가를 내고 공연장을 찾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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