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소비자 선택권'과 '안전'이란 두마리 토끼를 잡으려면, 자동차 회사들이 내비게이션 관련 협력업체 선정시 경쟁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 내비게이션 있는 차 사려면 290만원 더 줘야..끼워팔기? 얼마전 현대자동차(005380)의 신형 아반떼를 구입하려던 김모(35)씨는 화가 났다. 좀 더 멋져 보이려고 매립형 내비게이션을 장착하고 싶었지만 1810만원의 프리미어 차급 이상을 선택해야만 그나마 110만원을 더 주고 옵션으로 설치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김씨는 1520만원의 럭셔리급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는데 매립형 내비게이션을 달려면 290만원이나 더 비싼 차를 택해야 했다.
이같은 상황은 다른 회사들도 마찬가지다. 르노삼성차의 뉴 QM5 역시 가장 저렴한 차급인 SE(디젤 2.0 4WD, 2800만원)에는 내비게이션 선택권이 없고, 그보다 155만원이 비싼 LE차급부터 스마트 i 내비게이션을 82만원 더 주고 선택할 수 있게 했다.
김모씨는 "문제는 매립형 내비게이션을 이용하려면 사양이 비싼 차를 사야 하는 것 뿐 아니라, 1340만원짜리 아반떼 기본모델(디럭스)을 사서 거치형 내비게이션을 직접 매립하려 해도 기본장착된 카오디오를 뜯어내야 한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내비게이션 전문 장착업체의 최모 대표는 "하루 한 두대씩 매립형 내비게이션으로 바꿔 다는 운전자들이 있다"며 "70만원 쯤 하는 카오디오는 그냥 쓰레기로 버려진다, 미국처럼 낮은 가격의 기본형 차량(오디오박스에 아무것도 장착되지 않은 차)에 오디오든, 내비게이션이든 소비자가 옵션을 추가로 선택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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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치형 내비 위험하다..저렴한 가격으로 기본장착돼야 하지만 외부 내비게이션을 매립했을 때의 기능제한이나 거치형 내비게이션의 위험성을 고려했을 때 자동차 회사들이 아예 기본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얼마전 혼다코리아가 신형 9세대 시빅을 출시하면서 내비게이션을 옵션에서 빼자 논란이 일었다. 혼다는 대신 사전예약 선착순 50명에 한해 거치형 내비게이션을 사은품으로 제공키로 했는데, 신형 시빅 구매자들은 매립형을 선택할 수 없어 거치형 내비를 따로 구입하거나 내부를 일부 개조해 직접 장착해야 한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주력산업팀장은 "우리나라는 정보기술(IT) 강국이어서 200개에 달하는 내비게이션 전문업체들이 있어 거치형 내비게이션의 기능이 아주 훌륭하다"면서도 "하지만, 거치형 내비게이션은 차량 충돌시 뒤로 튀어나가 뒷좌석에 탄 사람에게 치명적일 수 있는 만큼, 자동차 회사들이 저렴하고 품질좋은 매립형 내비게이션을 기본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내비게이션 협력업체 선정시 경쟁활성화돼야
다만, 내비게이션을 자동차에 기본 기능화 한다해도 문제는 남는다. 판매되는 대부분의 자동차에 내비게이션이 기본장착돼 나온다면, 200여개에 달하는 중소 내비게이션 전문업체들의 설 땅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동차 회사들은 출고시 내비게이션 기본 장착을 유도하되 가격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협력업체 선정시 경쟁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자동차 회사들은 출고시 빈공간 차량과 오디오 장착차량, 오디오와 내비게이션 등 차량용 인포테인먼트시스템이 모두 들어간 차량으로 나눠 소비자들이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노력과 함께,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관련 협력업체 선정시 현대모비스 뿐 아니라 여러 업체에 문호를 개방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대기아차는 매립형 내비게이션은 현대모비스를 통해 공급받고 있으며, 거치형 내비게이션은 현대모비스가 모비딕, S&T대우 등으로부터 주문자상표부착(OEM)으로 공급받는다.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분야는 현대기아차가 현대모비스, LG전자와 제휴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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