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오플로우는 지난 4일 인슐렛이 제기한 웨어러블 인슐린 패치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서 패소했다. 미국 보스턴 소재 연방지방법원은 배심원 평결을 통해 인슐렛이 주장하는 영업비밀이 인정되고, 이오플로우의 영업비밀 침해가 인정된다고 판결했다. 인슐렛 소송이 소의 제척기간(Statute of Limitations)에 의해 금지되지 않았다고도 판단했다. 특히 4억5200만 달러(약 6337억원)의 손해배상금 지급을 결정했다. 손해배상금 규모는 이오플로우의 자기자본(약 723억원) 대비 877%에 해당해 비상에 걸렸다.
이오플로우는 보스턴 연방지방법원에서 진행한 본안은 영업비밀의 시효(Statute of Limitations)가 핵심 사안 중 하나였지만, 법원이 이들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회사는 연방(federal)항소법원에 항소심을 제기한다는 방침이다. 회사 측은 “올해 상반기 영업비밀 가처분 소송에서도 연방항소법원에 항소심을 제기해 영업비밀에 대한 전문적이며 법리적인 판단 기준 덕분에 가처분이 예상보다 빨리 해소됐다. 해당 판결 후 지방법원의 가처분도 취소된 바 있다”라며 “이번 본안도 연방항소법원이 심리할 경우 충분히 승산을 자신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항소 제기를 공식화한 이오플로우는 지난 10일부터 11일까지 이틀 연속 크게 상승해 2705원이던 주가가 3995원으로 약 47.7%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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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리사들도 “예측 불가”...일부는 사견 전제로 ‘부정적’
당초 이오플로우와 인슐렛과의 미국 본안 소송 중 변리사마다 이오플로우 승소 가능성을 두고 의견이 엇갈렸던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항소심에서 판결이 뒤집힐 가능성을 높게 보지 않는 시각도 있다. 손해배상금 규모가 매우 크다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다. 해외에서 글로벌 빅파마 특허 관련 업무를 담당했던 한 변리사는 사견임을 전제로 “소송 내용을 살펴보면 소의 제척기간, 영업비밀 침해 등 복잡한 내용이지만 결과적으로는 영업비밀을 침해한 것으로 생각된다”며 “미 법원의 배상금 규모를 보면 이오플로우가 영업비밀 침해했다는 판결에 대한 의지가 굉장히 확고한 것으로 보여 판결이 뒤집힐 가능성이 작아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변리사도 “징벌적 배상 규모를 보면 이오플로우에 유리한 판단이 나오기에는 무리가 있을 것으로 본다”라고 덧붙였다.
삼성·애플보다 높은 배상금...특허 항소심 승소 및 파기 확률은 ‘57%’
이오플로우는 문제가 된 웨어러블 인슐린 패치 이오패치를 2021년부터 판매하기 시작했는데, 해당 기간 매출이 2021년 7억원, 2022년 67억원, 2023년 66억원에 불과하다. 유럽 메나리니와 1500억원 규모 독점 공급 계약을 했지만, 매출에 비해 너무 배상금이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오플로우의 배상 규모를 고려하면 항소심에서도 드라마틱한 결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오지만, 결과를 두고봐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글로벌 특허DB 분석업체 렉시스넥시스(LexisNexis)의 ‘렉스 마키나(Lex Machina)’에 따르면 2021년부터 2023년까지 종료된 미국 특허 관련 사건에 대한 연방 항소 사건 중 피항소인이 승소한 경우는 48%에 달했다. 반면 항소인이 승소한 경우 23%에 불과했는데, 주목할 것은 파기율이다. 파기 또는 확정된 사건의 파기율은 34%로 집계됐다. 파기란 본안 판결을 다시 판단하라고 하급심으로 내려보낸 것이므로, 항소를 제기한 측에 유리한 판결이란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수치상으로만 따지면 항소인에게 유리한 판결인 승소와 파기율을 합친 총 57%의 가능성이 이오플로우에 상존한다.
미국 뉴욕서 특허 관련 업무를 오랫동안 담당했던 정승복 특허법인 가산 미국 변호사는 “연방지방법원은 제1심으로 배심재판이 이뤄진다. 소송 비용과 노력이 가장 많이 드는 단계다. 일부 분야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법률심의 입장을 취해 1심에서 내려진 사실 판단을 뒤집기가 극히 어렵다”면서도 “다만 일반적인 어려움을 얘기하는 것이고, 사건마다 다르다. 징벌적 개념의 배상금 규모가 크긴 하지만 항소 결과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