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인경 기자]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이 본격적으로 가동한 지 3개월, 이에 동참하는 기업은 8개에 그쳤다. 참여를 예고한 기업을 더해봐야 총 18곳에 불과하다. 밸류업 대표 종목인 KB금융이 연초 이후 61%, 신한은행이 52% 상승했고 KRX 은행지수가 같은 기간 35%, KRX보험지수가 31% 상승하는 등 성과를 냈음에도 기업의 참여가 이처럼 저조하자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당국이 세제지원과 밸류업 지수 개발 등 프로그램 추진에 더 속도를 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 (그래픽=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
|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3일 기준 기업 가치 제고계획(밸류업) 공시는 총 23건(공시 기업 18곳)으로 집계됐다. 이 중 앞으로 ‘기업 가치 제고 계획을 밝히겠다’고 예고한 공시가 10건으로 실제로 밸류업 계획을 밝힌 공시는 8건에 그친다. 나머지 3건은 이미 공시한 계획을 이행했다고 알린 공시다.
밸류업 공시는 기업이 먼저 자사주 매입이나 소각, 자기자본이익률(ROE)을 높일 방안을 주주들에게 알린다는 차원에서 기대를 모았다. 실제로 시장에서는 밸류업 공시가 주가 상승 등으로 연결되며 나름의 성과를 낸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우리금융지주(316140)와 신한지주(055550)는 밸류업 공시를 제시한 후 각각 13.21%, 10.09% 오르며 높은 수익률을 보이기도 했다. 메리츠금융지주(138040) 역시 밸류업 공시 이후 11.90% 올랐다. 밸류업에 대한 기업의 노력과 주가 상승은 연관성이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추세가 이어지면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추진 동력도 사그라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참여 기업이 10개도 되지 않는데다 그나마도 대부분 금융지주와 증권 보험 등 금융업에 쏠려 있어서다.
당국은 기업의 CEO 등을 대상으로 간담회에 나서는 등 밸류업 동참을 격려하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밸류업 지원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보고 있다. 한 증권사 고위관계자는 “기업 입장에서 향후 구체적인 주주 환원 계획을 공시한다는 건 밸류업에 대한 적극적인 의지를 보여야 가능한 것”이라며 “정부가 연초부터 밸류업 의지를 밝힌 만큼 이제 가시적인 인센티브가 확정돼 기업이 체감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