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장애 동생이 실종됐어요”…믿었던 친형의 배신 [그해 오늘]

2021년 7월 발생한 사건
“동생 사라졌다” 신고한 A씨
거짓말 정황…수면제 먹이기도
1심 ‘살인’ 인정됐지만 2심 ‘무죄’
  • 등록 2024-07-02 오전 12:00:01

    수정 2024-07-02 오전 12:00:01

사진=SBS ‘그것이 알고 싶다’ 유튜브 캡처
[이데일리 권혜미 기자] 3년 전인 2021년 7월 2일. 지적장애를 지닌 동생(당시 38세)이 실종됐다며 경찰에 신고한 40대 친형에 대해 경찰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사건은 그로부터 2주 전 발생했다. 6월 28일 새벽 2시께 112 긴급 실종센터로 전화 한 통이 걸려 왔다. 친형 A씨는 경찰에 “지적장애를 앓고 있는 동생이 낮에 영화를 보러 간다고 나갔다가 새벽까지 돌아오지 않는다”고 신고했다. A씨는 경찰 외에도 주변에 “동생이 실종됐다”며 적극적으로 알리기도 했다.

A씨의 신고 다음 날, 지적장애 2급인 동생 B씨는 서울 강동대교 북단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B씨는 강물에 엎드려 있었으며, 운동화를 신은 채 사망했다.

그러나 경찰이 CCTV를 토대로 B씨의 행적을 확인하던 중 A씨가 거짓말을 한 정황이 드러났다. B씨의 자전거는 영화관에서 멀리 떨어진 을지로입구역에서 발견됐고, CCTV에는 실종 당일 저녁 시간에 A씨와 B씨가 함께 있는 모습이 포착됐다. A씨가 동생을 마지막으로 본 시각이 실종 당일 오후 3시라는 신고 내용과 어긋난 것이다.

사진=SBS ‘그것이 알고 싶다’ 유튜브 캡처
A씨는 B씨를 자신의 차에 태우고 경기도 구리시 왕숙천 인근에 갔다가 이후 다른 차량으로 바꿔탔다. 차량이 섰던 왕숙천은 B씨가 발견된 강동대교 북단과 약 1km 떨어진 곳이었다.

또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결과, B씨에게서 수면제 성분이 검출되기도 했다. 이는 A씨가 지인을 통해 수면제를 구한 사실이 경찰 수사로 확인됐다. 경찰은 A씨의 혐의를 ‘감금’에서 ‘유기’로 변경하고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그렇다면 A씨는 왜 경찰에 거짓말을 했던 것일까. 그 이유는 돈 때문으로 추정된다. 형제의 부모는 4년 전 40억 원가량의 유산을 남긴 채 교통사고로 숨졌는데, A씨는 동생 B씨의 법정대리인인 삼촌과 재산 분할 소송을 벌이는 등 갈등을 벌여왔다.

검찰은 A씨가 부모의 상속재산 34억 원을 분할하면서 B씨의 후견인인 사회복지법인으로부터 상속재산분할·부당이득반환 소송을 당하자 B씨를 살해하기로 마음먹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았다.

사진=SBS ‘그것이 알고 싶다’ 유튜브 캡처
2022년 7월 열린 1심에서 재판부는 A씨가 부모가 남긴 유산 대부분을 차지하려고 치밀한 준비 끝에 동생 B씨를 살해했다고 판단, 살인 혐의로 30년 형을 선고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A씨의 살인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A씨는 “순간적으로 화가 나 동생을 왕숙천에 데려가 수면제를 먹인 건 맞지만, 물에 빠뜨리지는 않았다”고 주장해왔다.

이를 받아들인 2심 재판부는 “B씨가 강력한 수면제 성분인 라제팜을 복용한 후 깨어나서 스스로 실족사했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며 유기치사 및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만 인정해 A씨에 10년 형을 선고했다. 대법원도 2심의 판결이 옳다고 보았다.

이로써 A씨는 부모가 남긴 40억 원에 가까운 유산 대부분을 차지할 수 있게 됐다. B씨의 사망보험금 3억5000만원의 수령자도 형인 A씨의 이름으로 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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