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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와 A씨(당시 32세)는 한때 연인 사이였다. 김씨의 잦은 폭력과 경제적 무능력 등을 참지 못한 A씨가 이별을 통보했지만, 김씨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후 김씨는 A씨에게 수시로 전화나 문자를 보내며 집착했고, A씨의 집은 물론 직장 앞까지 불쑥 찾아오며 스토킹을 했다.
김씨의 스토킹은 시간이 갈수록 더 심각해졌다. 부산에 살던 김씨는 서울 A씨의 집을 무작정 찾아가 사흘 동안 감금하기도 했다.
결국 A씨는 김씨의 관련 증거를 모아 경찰에 신고했고 법원은 2020년 11월 9일 김씨에게 스토킹 범죄의 중단, 주거 및 직장의 접근 금지, 휴대전화 등의 연락을 금지하는 잠정조치를 결정했다.
이에 분노한 김씨는 2021년 11월 18일 부산에서 고속버스를 타고 서울로 올라와 범행에 사용할 도구와 변장을 위한 모자와 안경을 구입했다.
김씨는 이튿날 오전 A씨가 거주하는 집 주차장에서 A씨의 차량을 확인한 뒤 계단에 숨었다. 이어 김씨는 A씨가 나오자 스토킹 잠정조치 신고를 취소하라고 흉기로 협박했지만 원하지 않던 답을 듣자 A씨를 살해했다.
A씨를 살해하고 도주한 김씨는 하루만인 20일 대구 소재 숙박업소에서 검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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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유가족들은 사건 당시 경찰의 대응을 비판했다.
A씨는 스토킹 신변보호 대상자로 지급받은 스마트워치로 경찰에 두 차례 긴급 호출해 경찰이 첫 신고 후 12분 후 현장에 도착했지만 이미 변을 당한 뒤였다.
경찰은 사건 현장 도착이 늦어진 데 대해 “기술적 결함으로 인해 스마트워치의 위치값과 피해자의 주거지가 500m가량 떨어져 있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유족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을 통해 “경찰이 신속하게 사건 현장에 도착하지 않아 사망에 이르게 한 또 다른 가해자”라고 했다.
유족은 경찰이 피해자의 스토킹 관련 신고를 여러 번 접수하고도 부실하게 대응했다는 취지로도 주장했다.
유족은 “11월7일 새벽 살인범에게 또 협박을 받은 후 신고를 한 누나(A씨)는 경찰서로 진술서를 쓰러 갔다”며 “출동한 경찰이 누나만 경찰서로 데려가고 살인범은 신체적으로 구속하지 않고 단지 ‘분리’ 시킨 것도 이해가 되지 않는데, 공포에 떨고 있는 누나가 진술서 작성 시 횡설수설하자 한 경찰관은 ‘진짜 협박받은 거 맞느냐’라고 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또한 11월9일 김씨가 피해자 회사 앞에 나타난 상황을 언급하며, 경찰이 피해자 신고에 “증거가 없으면 도와드릴 수 없다. 같이 있는 사진이나 동영상이 있어야 도와드릴 수 있다”고 대답했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주장에 대해 서울경찰청은 “해당 대화는 실제 없었으며 대신 ‘경찰을 보내주겠다. 어디로 보내면 되겠느냐’고 물었고, 피해자는 ‘지금 현장을 벗어나 먼 곳에 있고 피혐의자도 어디 있는지 모르겠다’고 답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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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은 김씨에게 징역 35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다시 사귀자는 피고인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이유로 지속해서 피해자의 집에 드나들면서 협박과 폭력을 일삼아왔다”며 “범행 역시 철저히 계획해 저질러 그 수법 역시 잔인하기 그지없다”고 판시했다.
이에 대해 김씨는 보복 목적이 아니었고 형량도 무겁다는 이유로, 검찰은 형이 가볍다는 이유로 판결해 불복해 쌍방 항소했다.
김씨는 항소심에서 더 무거운 형을 받았다. 2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결별을 요구했다는 이유만으로 피해자를 괴롭혔고 범행 전날 흉기와 모자를 구입하는 등 구체적 계획을 세웠다”고 지적했다.
이어 “경찰관으로부터 스토킹 경고를 받는 등 공권력 개입 이후에도 범행이 이뤄졌다. 피고인이 원심 선고 직전 제출한 반성문을 보면 ‘백번 잘해도 한 번 잘못하면 모든 것이 제 잘못으로 치부되는 것 같다’라고 기재했고, 보복 목적이 없다고 기존 주장을 반복하고 있는데 진심으로 뉘우치고 있는지 여러 의심이 든다”며 징역 40년을 선고했다.
대법원도 “피고인의 연령·성행·환경, 피해자와의 관계, 범행의 동기·수단과 결과, 범행 후 정황 등 여러 사정을 살펴보면 원심이 징역 40년을 선고한 것이 심히 부당하다고 할 수 없다”며 원심 판단을 유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