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다른 두 교황, '틀림' 아닌 '다름'의 가치를 이야기하다

[리뷰]연극 '두 교황'
교황 베네딕토 16세·프란치스코 실화 무대로
성격도 가치관도 다른 두 사람의 대화
'다름' 넘어서는 이해의 가능성 보여줘
  • 등록 2022-09-12 오전 6:30:00

    수정 2022-09-12 오전 6:30:00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제목만 보고 종교적인 내용의 연극이라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연극 ‘두 교황’은 서로 다른 가치관을 지닌 두 교황의 대화를 통해 지금 사회에 필요한 메시지를 전한다. ‘틀림’이 아닌 ‘다름’의 가치, 그리고 그 다름은 서로가 조금만 노력하면 이해할 수있다는 메시지다.

연극 ‘두 교황’의 한 장면, 교황 베네딕토 16세 역의 서인석(왼쪽). 교황 프란치스코 역의 남명렬. (사진=에이콤)
‘두 교황’은 자진 퇴위로 바티칸을 흔든 교황 베네딕토 16세와 그 뒤를 이은 교황 프란치스코(극 중 이름 베르고글리오)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로 잘 알려진 극작가 앤서니 매카튼의 희곡으로 국내에선 동명의 넷플릭스 영화로 먼저 소개됐다. 공연제작사 에이콤의 라이선스 공연으로 지난 1일 서울 서초구 한전아트센터에서 개막했다.

작품은 아르헨티나에서 추기경 은퇴를 고민하던 베르고글리오가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부름으로 로마를 찾아 그를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추기경 은퇴를 위해선 교황의 사인을 받아야 하는 베르고글리오는 교황에게 은퇴를 허락해줄 것을 요청하지만,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그가 교황의 후임자가 돼야 한다며 은퇴를 만류한다.

극 중에서 두 주인공은 성격도, 취향도, 가치관도 정반대인 것으로 묘사된다.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클래식을 좋아하고, 동성애 등을 반대하는 보수적인 가치관을 가진 반면, 교황 프란치스코는 팝 그룹 ‘아바’의 노래를 즐겨 듣고 축구를 좋아하며 동성애 등에 대해서도 열린 생각을 가진 진보적 인사로 묘사된다. 이들의 ‘다름’은 첫 만남부터 티격태격하는 모습을 통해 묘한 긴장감을 자아낸다.

연극 ‘두 교황’의 한 장면, 교황 베네딕토 16세 역의 신구(왼쪽). 교황 프란치스코 역의 정동환. (사진=에이콤)
최근 한국 사회에선 ‘다름’이 바로 갈등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다름’을 ‘틀림’으로 받아들이고 무작정 벽을 세우기 때문이다. 그러나 ‘두 교황’ 속 두 주인공은 서로가 다르다는 걸 알지만 그렇다고 무턱대고 싸우거나 하지 않는다. 긴장감 속에서 시작한 두 사람의 대화는 끊임없이 이해지고, 그 과정에서 각자 왜 다른 가치관을 지니고 있는지를 조금씩 이해해간다. 그 과정이 보는 이를 뭉클하게 만든다.

물론 이는 동명의 영화가 전한 감동 포인트이기도 하다. 그러나 연극 ‘두 교황’에는 영화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또 다른 재미가 있다. 비교적 잔잔한 분위기인 영화와 달리, 연극은 두 주인공의 대화가 조금은 더 감정적이고 격정적으로 펼쳐진다. 무대 위에서 살아 있는 연기를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신구·서인석·서상원(이상 교황 베니딕토 16세 역), 정동환·남명렬(이상 교황 프란치스코 역) 등 내로라하는 원로·중견 배우들이 캐스팅돼 연기의 맛을 제대로 보여준다.

정동환은 최근 한전아트센터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영화로 만든 작품을 굳이 연극으로 해야 할 이유가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는데, 오히려 이 작품은 영화를 먼저 보고 꼭 연극을 보라고 권하고 싶다”며 “영화와는 또 다른 감정을 느끼면서 극장이란 공간이 왜 필요한지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배우 정수영이 브리지타 수녀 역, 정재은이 소피아 수녀 역, 조휘가 교황 프란치스코의 젊은 시절 역할로 등장한다. 다음 달 23일까지 공연한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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