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초 증권업에 진출한 핀테크 기업 토스가 주식투자 초보자에 맞춘 MTS를 출시하자 기존 증권사까지 경쟁에 가세하는 양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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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3월 토스증권에 이어 이달 KB증권과 이스트소프트 자회사 줌인터넷의 핀테크 합작법인 프로젝트바닐라(15일), 삼성증권(16일)이 간편한 MTS를 출시했다. 카카오페이증권은 올 하반기에 MTS 서비스를 오픈할 예정이다.
주린이를 주요 대상으로 하는 이들 MTS는 마치 쇼핑 앱을 닮았다. 주식거래가 어렵고 익숙하지 않은 입문자들을 위해 종목을 쇼핑하듯 담아 편리하게 거래할 수 있도록 사용자인터페이스(UI)를 구축했다. 프로젝트바닐라의 ‘바닐라’ MTS는 여러 종목을 한 번에 담아 매수(장바구니 기능)하거나, 특정 테마 관련 추천 종목들을 한 번에 보여주고 살 종목들만 선택해 거래할 수 있도록 했다.
용어와 검색 방법 등은 전반적으로 쉬워졌다. 삼성증권의 ‘O2(오투 : 오늘의 투자)’ 앱은 ‘매수’, ‘매도’와 같은 어려운 표현 대신 ‘바로투자’, ‘팔기’와 같은 직관적인 용어로 바꿨다. 자칫 어렵게 느끼기 쉬운 차트도 보기 쉽게 간소화했다. 바닐라는 가입과 계좌 개설 절차를 간편화하고 기업 브랜드를 검색해도 해당 종목을 찾을 수 있도록 검색 기능을 강화했다.
오투는 메뉴는 총 78개로 기존 삼성증권 ‘mPOP’의 메뉴(510개) 대비 6분의 1 수준까지 과감하게 다이어트를 감행했다. 오투의 홈 화면인 ‘MY’에 기존 자산 MTS앱 이용자들이 조회하는 기능 중 86%를 차지하는 ‘총 잔고’, ‘보유종목’, ‘관심종목’, ‘리포트’, ‘이벤트’ 등 주요 기능들을 모았고, 기능의 배열도 본인의 스타일에 맞춰 변경할 수 있다.
바닐라는 관심종목, 개인 자산 현황 등 투자자들이 자주 찾는 메뉴와 주식매매에 꼭 필요한 기능을 중점적으로 화면을 구성했다. 프로젝트바닐라 관계자는 “데이터를 살펴본 결과 사용자들이 홈 화면, 관심 종목, 자산 현황 3개 화면에서 90% 이상의 페이지뷰가 발생했다”며 “MTS에는 수많은 기능과 화면이 존재하지만 결국 내가 투자한, 투자할 종목들이 얼마나 올랐는지가 궁금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반기 출격할 카카오페이증권 MTS에도 관심이 쏠린다. 황승택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기본적으로 토스 MTS가 벤치마킹이 됐을 텐데 카카오의 역량을 생각하면 사용자들이 만족할 만한 편리한 경험에 대한 기대감은 높다”며 “기존 카카오톡 채널 등 생태계와 시너지가 날 수 있는 강점이 있고 위탁계좌를 확보한 점을 감안하면 단기에 빠르게 사용자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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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이들이 장기적으로 ‘헤비 유저’로 성장하면 다양한 금융상품을 판매할 수 있는 고객층을 확보할 수 있다는 계산도 깔려 있다. 계좌를 한 번 트면 ‘락인 효과’(특정 재화·서비스를 한 번 이용하면 기존의 것을 계속 이용하는 현상)를 기대할 수 있다.
다만 증권사별로 MTS 전략에 차이가 있다. KB증권은 초보 뿐 아니라 중수, 고수용 플랫폼을 별도로 만든다. 또 이미 많은 고객층을 보유한 대형사의 경우 다양한 연령층을 확보한 가운데 상대적으로 수익기여도가 높은 고연령층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전문투자자들은 상대적으로 다양한 기능과 데이터를 필요로 하기도 한다.
지난해 30대 이하 젊은층의 개인 소유자 수는 전년 대비 103%(160만명) 늘어났는데, 이들의 총 보유금액은 51조6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92.6% 증가했다. 다만 절대 보유금액 기준으로는 50대가 212조원으로 압도적으로 많았고 그 뒤를 △40대(140조원) △60대(136조원) 등이 이었다.
이에 증권사에 따라 토스, 카카오페이 등의 간편 MTS 바람을 예의주시하면서도 아직 별 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곳들도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고연령층에서 상대적으로 많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며 “새 MTS를 만들려면 관리 서버를 또 구축해야 하는 등 인력, 시간, 비용을 투입해야 하기 때문에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